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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정 Dec 07. 2018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인간 본성과 인간관계에 대한 참고서

셰익스피어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하나라도 온전히 읽은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그의 대표작들에 대해서는 대개가 플롯을 이미 알고 있어서 새삼스럽게 읽어볼 동기부여가 거의 없어서일까요. 알고 있는 얘기를 읽는 것은 대체로 재미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희곡이라는 문학 형태가 우리에게 그다지 가깝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 되니까 대본을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운문이 70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작품의 대사가 번역 과정을 거치면서 원작의 맛을 살짝 잃어버린다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양 문학사에서 위대한 작가나 작품 세 개를 꼽으면 항상 들어가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 자체가 유명세와 작품의 가치를 말해줍니다. 셰익스피어가 실제 인물이 아니며 가짜라는 주장은 있어도 작품의 위대함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지 않은가요. 읽지 않았어도 많은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이미 속담처럼 우리 기억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영향력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실제 작품들을 읽고 체험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진정으로 느낄 수 없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고전을 뜻하는 클래식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클라시쿠스 Classicus에서 왔다고 합니다. 클라시스 Classis란 함대를 뜻하는데 함대를 국가에 기증할 수 있는 사람을 클라시쿠스라 했다고 합니다. 클래식이란 함대만큼 큰 가치를 가진 작품이라는 뜻이겠지요.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인 이유는 그의 작품이 인간 본성과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어떤 문학 작품보다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관계에 대한 탐구는 각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풍성함과 절묘한 비유로 더욱 깊어집니다. 그는 37개 희곡을 썼으며 - 공동 저작을 포함해 39개라고 하는 학설도 있습니다 - 총 1222명의 등장인물을 창조해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한 사람이 셰익스피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내는 권력, 명예, 사랑, 질투, 복수, 배신 등의 드라마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혜를 줍니다. 그의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서 400년 이상이 지난 오늘의 우리에게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셰익스피어는 또한 진실을 바로 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진실이란 겉모습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간 세계는 복잡해서 단순한 일이 하나도 없고 대개는 양면성을 가집니다.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감이 결여된 현대사회에서, 나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고 남의 탓을 하는 데 익숙해진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지혜란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인간에 대한 존중심과 겸허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거지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인간을 겸허한 자세로 돌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우리의 약점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개성과 처지를 공감할 때 원만한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비극은 내 안에서 발생하고 행운은 주로 밖에서 옵니다. 셰익스피어를 읽으면 사람과 관계가 보입니다. 세상이 보이면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다른  대해서 조금 더 나은 공감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셰익스피어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레온 블랙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라는 굴지의 펀드사의 공동창업자인데요 이 사람의 말이 생각납니다. 자기는 아이비리그 대학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나왔지만 거기서 배운 건 별거 없다, 일과 관련해서는 셰익스피어에게서 대부분 배웠다고 말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어떤 작가보다도 다양한 인간과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얘기해주는데,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400년이 넘은 작품들의 대사가 아직까지도 모든 작가 중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으니 그건 멋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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