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기정 Jan 28. 2019

우정의 의미

셰익스피어의 바로 보는 법

"우정은 사업이나 권력, 사랑과 관련되지 않고는 변함없다."


셰익스피어의 대사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요? 사업이나 권력, 사랑과 관련해서는 깨질 수 있는 것이 우정이라는 말이 됩니다. 우정이란 친구 사이의 정이나 유대 관계를 뜻하는데 단지 사전적 의미로 설명하기에는 왠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친구란 가족 이외에는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며 가장 깊은 대화를 하고 가장 많이 의지하는 사이입니다. 친구란 개념은 사실 매우 모호합니다. 대개 고교나 대학 때 친구들이 평생 친구가 되지요. 사람들은 나이가 먹어가면서 오랜 친구보다는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내게 됩니다. 오래된 친구보다는 새로운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개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우정을 획득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할까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전부 친구라고 할 수 있나요? 하지만 일이 연관되는 경우 대개는 의리보다 이해관계가 결국은 앞서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우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조직 사회에서는 서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종의 권력과 관련된 문제들로 인해 우정이나 의리는 반푼 어치도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권력이 개입되는 경우 괜히 의리를 주장하다가 해코지를 당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오랜 친구 사이지만 한 여자에게 동시에 꽂힌 경우는 어떨까요? 셰익스피어의 작품 <두 귀족 신사>에서와 같이 사랑이 더욱 강력하기 때문에 두 남자는 우정을 포기하고 결투까지 하게 됩니다. 우정은 사랑보다도 강하고 소중한 것인 반면에, 사소한 이해관계나 이성 때문에 내쳐지기도 하는 하찮은 것이기도 합니다. 우정의 배신보다 아픈 것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외로움이나 천박함,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쇼펜하우어의 말인데 그는 염세 철학자답게 사람은 외롭게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나쁜 일도 많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데 일리가 있나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우정이나 의리와 같은 큰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인간관계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진정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인물과 관계를 통해서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데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인간학 참고서라고 할만합니다. 그가 말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모든 인간은 나쁜 면과 좋은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선과 악의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전적으로 나쁜 인간도 어쩌다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사실 나쁜 면을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아테네의 타이먼>은 우정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타이먼은 부자인데 사람들에게 재물이나 호의를 베푸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재물을 받은 사람들은 당연히 찬사를 늘어놓고 늘 행복한 얼굴로 대하니 타이먼은 그들을 친구로 생각합니다. 사실 그의 주변에 유일한 친구는 아피만터스인데 그는 쓴소리를 많이 해서 타이먼은 그를 친구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아피만터스는 타이먼에게 접근하는 자들이 모두 재물을 탐하는 가짜 친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는 곧 재산이 거덜 날 거라고 경고를 하지만 타이먼은 쓴소리가 듣기 싫기만 합니다. 아피만터스는 우정에 대한 회의주의자로서 다음과 같은 기도를 합니다.


"나의 자유를 간수에게 맡기는 자,

또 내가 필요로 할 때 친구가 있을 거라고 믿지 말게 하소서..."    


배신하는 사람도 대부분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습니다. 배신당했다는 사람은 많아도 배신했다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요? 배신에 대한 관점도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밥과 술을 잘 사는 부서장이 있습니다. 그의 주목적은 소통 겸 단합입니다. 그런데 직원 중 누군가가 자기 부서장이 직원들이 원치 않는 술자리를 너무 자주 만든다고 회사에 이 사실을 고발해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부서장은 그 직원을 배신자라고 생각합니다. 상사의 호의에 대한 부하의 배신 행위일까요? 직원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배신으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셰익스피어는 작가의 관점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인물과 사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독자나 관객으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것이지요. 인간 본성과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셰익스피어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과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우정과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자신을 바로 보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우정과 사랑의 시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십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통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