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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정 Jan 26. 2019

리더십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통찰

권력과 통치

셰익스피어는 사극을 여러 편 썼습니다. 사극이란 대개 권력과 관련이 되기 마련입니다. 역사는 세상을 움직이는 통치자가 주연을 담당하니까요.  최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대부분의 통치자는 칭찬과 존경보다는 비난과 조롱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성의 사랑을 받고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안정시키는 통치자는 매우 귀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보면 인간이란 모자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통치란 많은 사람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건 보통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이치를 통달한 철인이나 가능한 일이지요.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 정치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세상 운행의 이치를 두루 꿰뚫어 보는 능력자가 없다는 게 - 더군다나 정치판에서는 - 플라톤의 맹점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치자도 하나의 인간에 불과합니다. 그들도 보통사람이 가지고 있는 결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통치자의 결함이 한두 가지 두드러지면 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는 유감스럽게도 자기의 결함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만이 아닐까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많은 통치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 실패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유약하고 아무 생각 없으면서 왕권은 신으로부터 받은 거라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리처드 2세, 자기 권력에 반기를 드는 신하나 정적은 모조리 살해하는 폭력적인 왕 리처드 3세, 말만 앞서고 무능력한 존 왕, 놀기만 좋아하고 여성 편력이 화려한 왕 헨리 8세 등이 셰익스피어의 사극에 나오는 실패한 영국의 왕들인데 그들의 공통점은 진실을 보는 능력이 없거나, 보이는 진실조차 외면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높은 문학적 재능이나 예술적 소양을 갖추어서 작가나 예술가가 되었으면 성공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치에 그러한 재능은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하는 리더십의 요소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일 것입니다. 대중을 자기 본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인간 세상은 매우 복잡해서 한 가지 시각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는 것, 최고 통치자라 하더라도 권력을 단지 권력유지를 위해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메시지입니다.  


최고의 권력자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권력유지의 욕심 때문 아닐까요? 역사적으로 독재자가 성공적인 통치자로 인정받은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차르 체제의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산 혁명 이후 레닌이나 스탈린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도 공산주의의 체제적 모순보다는 차르 못지않은 공산당의 독재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독재가 아니라도 통치자가 진실을 보지 못하거나 고의적으로 진실을 외면하기 시작하면 그 권력은 힘을 잃게 마련입니다. 정치적 힘은 민중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근래 우리나라에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어도 정치행위의 모습과 오류는 되풀이되고 있지 않습니까?  리더십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교육을 받고 경제적으로도 우위에 있습니다. 그들의 지적 수준이나 판단력은 평균적인 시민보다 훨씬 높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그 반대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 보통 사람으로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도자는 흠결이 될만한 사실을 인정하면 권력을 유지하기가 힘든 걸까요?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과오를 부정하는 지도자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지도자가 다음 선거에도 선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늘날의 지도자들이 성공하는 방법도 셰익스피어 시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근본에 충실한 리더십이 필수적입니다.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세상을 진실의 눈으로 바라보고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정치적인 의도를 표현하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정치적 식견이나 리더십에 대한 통찰력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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