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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정 Jan 11. 2019

간신이 출세하는 이유

셰익스피어의 간신론

어느 조직에 능력과 경력이 비슷한 간신형의 인물과 충신형의 인물이 있다면 누가 출세의 가능성이 더 높을까요? 당연히 충신형의 인간이 높이 날아야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유감스럽게도 간신형 인간이 빨리 전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간 본성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충신은 신중하고 섣불리 자기 의견을 강하게 얘기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간신은 실제보다 강하게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요. 특히 간신은 개인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기회 포착에  능합니다. 그것이 전체에 이익이 되는지는 나중 일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는 놓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간신은 아부에 능해서 주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입맛에 맞게 행동합니다. 햄릿에서 클로디어스 왕이 신하 폴로니어스에게 하는 말은 간신의 특성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줍니다.


"그대는 좋은 소식만  전하는구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간신이 되기를 강요당하면서  사는 건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보스는 듣기 좋은 소리를 좋아하니까요. 민간 기업에서조차 윗사람에게 나쁜 소식은 직접 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다음 대사는 모든 보스들에게 하는 말 아닐까요.  


"그대가 마시는 건 달콤한 존경심이 아니고 독이든 아첨이다."


문제는 사람의 속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셰익스피어의 이런 대사는 어떤가요? 진실을 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인간은 대개 쉬운 길을 택해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냇물이 깊으면 물은 잔잔히 흐릅니다. 저 충직해 보이는 외관에 역심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신하가 어두워지고 주인이 아첨을 좋아하면 부하는 간신이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충신의 길은 보다 험난합니다. 옳은 소리는 윗사람의 귀에 거슬리기 때문입니다. 리어왕의 신하 켄트가 왕의 잘못을 지적하며 하는 말을 들어볼까요?


"왕께서 어리석음으로 전락할 때는 정직한 진언을 하는 것이 신하의 진정한 영예일 것입니다. 결정을 번복해 주십시오."


리어왕은 그에게 살고 싶으면 입을 닥치라며 결국 충신을 추방합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런 결정을 하는 리어왕이 답답할 정도입니다.

     

무능하지만 충성심이 강하면 어느 정도 승진하는 것이 당연한가요? 충성심이 출세의 중요한 요소인 경우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아부는 충성심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첨을 좋아하는 보스는 사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아부와 달콤한 소식으로 보스를 기쁘게 하는 사람이 나쁜 소식을 돌직구처럼 날리는 사람보다 환영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괜찮은 조직이라면 리더는 나쁜 소식이라도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들일 자세를 가져야 하겠지요. 하지만 나쁜 소식을 전하는 입장에서는 세심한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이네요. 아부 능력자들 때문에 속상하는 분들 많으십니까?    


간신의 더욱 심각한 폐해는 다른 사람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이간질이나 모함 등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라이벌이 제거되면 자기가 전진하는데 유리하니까요.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들과는 정면 대결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말하자면 그런 전투 상황에서 전문가 들이라 점잖은  사람이 당해낼 수 없습니다. 그냥 앞서 가라고 길을 내주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폭주족과 경주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은 그릇 크기만큼만 출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과속하는 차는 사고가 날 경우 치명적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그릇 크기 이상으로 나아가거나 너무 빨리 전진하는 경우 추락하게 되어 더욱 비참하게 망가집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산산조각이 난다."


간신은 빨리 가기는 하지만 큰 간신일수록 끝이 좋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도 간신 위에는 어두운 군주가 있고 그들의 결말은 처참합니다. 역사에서도 그런 예는 수없이 많지요. 현실 세계에서 소소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떨까요? 주변에 간신 성향의 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다치면서 살아가지 않나요? 속상해하지 말고 대범하게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라고 하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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