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사일지
나의 첫 사무실
계약기간 약 1달짜리 인턴 입사 첫날, 내가 배치될 팀이 있는 장소까지 이동했던 순간이 아직도 떠오른다. 나는 미래의 내가, 광화문이나 여의도에 즐비한 고층 빌딩들처럼 통유리창이 가득하고 볕이 잘 들어와 쾌적한 사무실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도 사무실에 넓은 창 하나 없어 답답하고, 공기청정기만 혹사 당했다. (나중에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환경 개선이 되었지만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공간 확장은 어렵기 때문에 뭔가 모를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입사 초기에는 심심했다.
자리 배치를 받으며 팀원 분들에게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지만, 뭘 해야 하지 ..? 하는 생각이 몰아쳤다. 역시나 ..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심심한 마음에 우선 멘토(상사)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할 게 없는지 여쭈었지만, 딱히 없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인턴들에게 잘 해주라고 가이드라인이 내려왔는지, 일도 안 시키는 분위기였고 다른 인턴들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만 하면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렇게 1주일은 거의 불려다니며 교육을 듣고, 심심할 때 마다 회사 포털을 들락거리며 인사체계, 복지 등을 훑어보기만 했다. 1주일이 지난 후에는 멘토님께서 다행히 인턴 생활 일정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셨고, 그동안 공부 할 수 있는 제조 process 자료와 마지막날 있을 발표 관련한 공부 자료를 공유 해 주셨다. 이것도 평가를 통해 채용 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퇴근해서도 자료 보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동기들과 경쟁
채용전환 인턴이라 그런지, 동기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경쟁구도는 있었다. 그 때는, 간단한 일이라도 한 두가지 받아서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면 벌써 이 팀에 녹아든 것 같고 정식 사원이 확정 된 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다. 멘토를 졸졸 따라다니며 항상 무언가 같이 하는 인턴 동기도 있었고 내심 부럽기도 했다.
반면 다른 회사 면접에서 탈락하고 여기 붙어서 왔다는 동기들도 몇 있었고, 이거 떨어져도 나중에 다른 회사 지원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진 동기들도 있었다. 나는 수많은 탈락과 함께 면접을 본 곳이 이 곳 밖에 없어 어떤 기분인지 잘 몰랐다. 단지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야만 했기 때문에 주어진 발표 연습에 집중하고, 항상 서포트 할 게 없는지 여쭤보기, 물음표 살인마에 빙의해서 모르는 게 있으면 계속 물어보는 편이었다.
좋은 기억들만 남은 인턴생활
회사에서도 이번 인턴들을 꽤 챙기는 느낌이었다.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임원과의 식사 대화 자리, 티타임, 퇴근 후 팀원과 치맥 자리 등 다양한 event를 열며 임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달까. 그리고 인턴들은 시간이 많으니 사내 행사도 적극 참여하곤 했는데, 나는 직장 동료에게 응원의 글과 선물을 보내는 사내 행사에서 늘 점심밥을 거르시는 멘토에 대한 글을 썼다. 존경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진심어린 글을 썼고 운 좋게 당첨되어 선물을 드릴 수 있었다(멘토는 인스타에도 이 일을 올리셨다고 한다 ㅋㅋ). 결론적으로 인턴 시기는 좋은 기억들로 가득했었고, 마지막 발표도 전날 밤을 꼬박 새가면서 준비를 한 덕에 무리없이 발표하고 끝낼 수 있었다. (대리급 발표인 것 같았다는 칭찬도 듣긴 했지만, 지금생각하면 인턴들한테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분위기 안좋게 만들면 회사 이미지에 안 좋아지니 칭찬 많이 해 주셨던 것 같다)
결과는?
마지막날 짐을 싸서 본가로 내려왔다. 결과는 1-2주 후 나온다고 했는데, 사실 그 기간동안 조마조마했고 마음이 붕 떠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지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사람인 등)에서 합격 수기를 보거나, 다른 공고를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냥 그 시간에 여행이나 갈걸..(사실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갈 수도 없긴 했다). 약 2주 후 결과가 공지되었고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 당시, 엄마와 사촌오빠가 집에 있었는데 합격 문자를 같이 보면서 다 같이 소리지르고 기뻐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합격을 하는구나', 그 순간 마음속에 묵어있던 무거운 짐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입사 전까지
합격자 발표날 친한 동기들과 연락해보니 거의 다 합격 한 분위기였다(그래도 탈락자가 존재하긴 했다). 입사 전까지는 약 2-3주의 시간이 남아있던 터라, 거창한 걸 하진 않았고 틈틈이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때 많이 놀지 못했던 걸 후회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합격이 보장돼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아무튼 입사 전까지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서로의 명함들을 나누자는 약속도 하고, 뭔가 들뜬 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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