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못하겠습니다.." 입사 8개월만에 내뱉은 말이었다.
다른 회사 면접
전편에서 말 했던 A의 횡포(?)는 멈추는 날이 없었고, 팀원들은 지쳐만갔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일 하고, 힘들지만 다음날 면접 볼 생각에 버티면서 퇴근 하던 중 멘토에게 전화가 왔다. 일의 진척을 공유차 전화를 한 것이었는데(당시 멘토는 너무 바빠서 이야기 할 겨를도 없었다), 사무실의 A가 대화를 듣고 옥신각신 하는 일이 생겼다. 멘토는 나에게 본인이 A를 상대하겠다하며 전화를 끊었다. 집으로 퇴근하니 팀 카톡방에 A는 뭔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본인의 감정을 담아, 오늘 내 업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팀원들에게 이르듯이 카톡을 남겼다. 팀원들은 모두 무시했고, 나는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 다음날 면접이 있어 휴가를 쓰고, 대전의 H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다.
H기업
H기업에 학교 선배가 재직중이라, 워라벨을 챙길 수 있고 시설이 매우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외관상 건물이 정말 아름다워서 회사 홍보자료로도 항상 사용하는 것 같긴했다. 실제로보니 정말 내가 꿈꾸던 사무실 그 자체였다. 화장실도 일부러 다녀와봤었는데, 백화점 화장실과 비교해도 견줄만했다. 면접은 솔직히 말하면, 보면서도 탈락할 걸 알고있었다. 일단 나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다대다 면접이었는데 함께 면접을 보는 다른 이는 H기업의 대표 제품과 관련된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망한채로 면접장을 나오고 대전역까지 버스를 대절해주어 타고갔다. 이번 기회에 탈출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러다가 대전역에서 우연히 함께 면접을 봤던 분을 식당 옆자리에서 보게 되었다. 면접 때 답변을 너무 잘 하신 것 기억이 나서 말을 걸었는데, 사실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ㅋ 그치만 알게 뭐야 .. 면접관이 어떻게 알겠어 ..
"저 못하겠어요"
떨어질 걸 대충 알고 있었지만 H기업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은 마치 버팀목이 있는 기분이라 나름 버틸 수 있었다. 그치만 면접 결과는 꽤 오래 발표되지 않았고, 나는 그 기간 동안 일과 A에게 너무 지친 나머지 '내일은 정말 못하겠다고 말해야지' 다짐하며 다음날 아침 비장하게 출근했던 날이었다(사실 말 한 것도 같이 지내던 친구의 도움이 컸었다. 그 친구는 이미 본인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상사에게 이야기 한 상황이었다). 출근해서 여느 날과 같이 아침 미팅을 하고, 모두 본인의 자리에 돌아갔지만 멘토만은 전화를 받으시느라 회의실에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이 때가 기회다 싶어 회의실로 돌아갔다. 전화를 끊고 멘토는 "무슨 할 말 있어??" 라고 물어보는 순간, 울고싶지 않았는데 멘토의 다정한 물음에 왈칵 눈물부터 났다(이 분은 사내에서 소위 천사다). 당황하신 멘토는 누가 회의실에 들어올까봐 잠시 바람좀 쐬자고 하며 나가서 마저 이야기 했다. 좀 진정한 뒤, 못하겠다고 이야기 하며 그간 설움을 줄줄이 풀어났다. 거의 A에 대한 이야기였고, 대부분이 A를 안 좋게 보고 있었는데도, 팀에 부정정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도 누구도 손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왔던 상황에 답답한 나머지, 결국 팀장님이랑 면담 한번 하자 해서 당일 오후에 함께 말씀드렸다.
팀 이동
말씀드린 시점이 거의 여름즘이었나 하반기였나 잘 기억은 나지않는다. 인사이동은 연말에 있어서, 결국 A 는 다른 조직으로 발령나게 되었다. 이것도 오프더레코드로 들어보니, 그 조직에서 인원 충원 할 때 그냥 본인이 손들고 갔다고 한다. 결론적으로는 윈윈(?) 이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A는 새 조직에서도 이상한 사람인걸 알게 되어 사람들이 피한다고 들은 게 마지막이다.
그 뒤 연말은 ,,
내가 다닌 회사는 일에도 사이클이 돌아서 바쁜 시기가 있고, 좀 덜 바쁜 시기가 있었다. 연말은 특히나 한가했는데 A마저 없으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이 회사에서 뭔가 '이 곳이 맞나? 괜찮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마음속에 잔여물처럼 남아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준비하고 고민 거리를 생각할 에너지조차 없어 '뭐 어때 짧겠지만 그냥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심정으로 아무 준비도 하지 않으며 겨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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