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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Sep 11. 2019

개 이름을 '욘두'라고 지었다.

이놈이 성깔이 보통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개 한 마리를 또 데려오게 되었다.

 성깔이 있는 놈이라, '욘두 우돈타'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미 모래랑 같이 살고 있지만 떠날 때가 걱정이라 ‘쫓아 내야 하나’라고 고민도 많이 했었다. 내가 계속 키워 버릇하면 내가 떠난 다음 굶어 죽지는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챙겨주는 밥 말고도 쓰레기통을 뒤져 먹는지 어떻게든 굶지는 않는 것 같았다. 2주 정도 여행을 다녀와도 급작스럽게 살이 빠진다거나 하지 않았고, 옆집 주인이나 동네 이웃들에게 부탁을 해두니 밥을 생각보다는 제때 밥을 챙겨주는 것 같았다.



 모래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 무렵, 학교 내 관사에 있는 새끼 강아지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개 한 마리가 새끼를 넷을 낳았는데, 둘은 일찌감치 죽었고, 남은 둘도 빠른 속도로 허약해지는 게 위태로워 보였다. 지난주에는 한 마리가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고 만져도 짖지 않았다. 


 늦었지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데려왔는데 30분도 못 되어 허망하게 죽었다.

하얀 발이 예뻐서 장갑이라고 부르던 녀석인데...
이런 몰골로 관사에서 돌봄도 못 받고 있다가, 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30분 만에 숨을 거두었다.



 다음 날, 나머지 하나 남은 개를 데려왔다.

다행히 이 녀석은 건강했다. 비쩍 말라 갈빗대가 선명하게 보였지만, 잘 먹었고 잘 짖었다. 제법 성깔도 있어서 덩치가 한참 큰 모래나 두키를 보고도 주눅 들지 않았다. 제 밥그릇을 뺏길 것 같으면 으르렁 대기도 잘했고 큰 개를 보고 겁도 없이 잘도 짖었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하다가 한 장. 아직 잠이 덜 깬 모양이다.


 턱에만 흰 털이 난 게 꼭 수염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성깔도 있고, 이름을 욘두라고 지었다.

 이제는 같이 산지 열흘쯤 되었을까 모래와 함께 있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다. 서로 으르렁 대고 툭탁툭탁 하기는 하지만, 잘 때는 살을 맞대고 같이 잤다.


 아마 어린것 특유의 호기심이겠지만, 덩치가 한참 큰 모래를 보고도 겁을 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거침없이 시비를 걸어대는 편.

조용히 잘 자는 중이었는데...
그만 자고 놀아줭!
하지 믈르그



욘두의 성격이 잘 나타난 표정 같다. 동네 양아치 표정이랄까...



 모래랑은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


성질머리 하고는...




모래, 너도 제법 의젓해졌구나. 요즘은 이마에 김을 붙이고 다녀야 힙스터임.


 모래도 처음 왔을 때는 한창 말질을 하고 다니더니 이놈도 똑같다. 호기심은 어린것의 어쩔 수 없는 성질인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옆에서 모래가 하는 걸 보고 배우더니 학습이 빠르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고 잘 내리고 올랐다. 모래에게는 엉덩이를 붙여야 밥을 준다고 가르쳤는데, 따로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보고 따라 했다. ‘손’ 하고 내 손을 내밀면 모래는 그 위에 제 앞발을 올린다. 이걸 몇 번 보더니 금세 지도 따라 한다.


 아직 ‘욘두’가 자기 이름인 줄은 모르는 것 같지만 확실히 누나(모래)가 있으니 금방 집사를 파악하는 것 같았다. 지난 주만 해도 바지 가락을 물기도 했고, 내가 쪼그려 앉으면 다리나 등에 올라타서 옷에 침을 묻히거나 발자국을 남기더니 이번 주부터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모래가 욘두만 했을 때는 자꾸 옷을 더럽혀서 소리를 몇 번 질렀는데, 욘두는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배웠다. 개들끼리도 말을 하는 것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못 생겼고 시끄럽지만, 패기가 아주 훌륭한 놈이다. 맘에 든다 짜슥.



http://kopanobw.blogspot.com

https://www.youtube.com/watch?v=Vi2etzqGh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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