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파노 Nov 19. 2019

돌려보낸 개를 다시 데려왔다.

욘두 미안해.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굶어서 또 비쩍 말라가던 욘두를 다시 데려왔다.


 몇 달 전에 관사에 죽어가던 강아지가 있어서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 사료를 줘도 반응하지 않아서 우유를 주사기로 먹였는데, 몇 모금 꼴깍꼴깍 마시더니 1시간도 못 되어 설사를 하며 죽었다.

 그리고 그 관사에는 죽은 강아지의 남매가 있었고, 이 놈도 비쩍 마른 게 위태로워 보여 다음 날 데려왔었다. 얘를 욘두라고 불렀고, 잘 먹여서 살을 찌웠다. 활기를 되찾은 걸 확인하고는 원래 주인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이게 9월 말이니까, 한 달 반쯤 지났겠다.

https://brunch.co.kr/@kopano/23



 욘두는 또다시 비쩍 말랐다. 지난주에 다시 데려왔다. 애초에 널 돌려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털이 윤기를 잃었고, 갈비가 선명했다. 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살찌워서 보내 놨더니 또 애를 말려놨다.

 개 주인에게 한 소리하고, 결국 우리 집으로 다시 데려왔다. 이렇게 말랐는데 어째서 식욕도 없는 걸까. 바이러스가 의심되었다. 

                    

사료를 주면 몇 개 먹고 말아서, 소고기를 다져서 줬다.




 욘두는 처음 왔을 때도 성깔이 있었다. 그래서 이름도 욘두라고 붙였고.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전혀 성깔을 부리지 않았다. 모래가 옆에서 장난을 치고 물어도 전처럼 짖거나 맞서질 않았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 잘 먹이니 성질을 되찾은 것 같다.                    

원래부터 활달한 놈이었다.

이 정도는 해 줘야 너 답지.


일주일 잘 먹이니 덜 앙상해졌구나, 다행이야.




 집에 개가 는다. 다들 주인이 따로 있는 개들인데, 자꾸 는다. 현지인들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아지는 만큼 개에게 대신 애정이 가는 것 같다.

두키, 모래, 욘두, 갠달프

                  

며칠 전부터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빌어먹고 가는 갠달프. 붙임성이 지나치게 좋다. 애교도 많고. 사람 손에서 자란 아이 같은데, 너네 집은 도대체 어디야?      

              

어째서 찰리 채플린이 생각나지?

생닭 9호

                  

욘두야, 너는 언제 커지냐.

                    

영감님 두키

                    


                 


참 오랜만에 비가 시원하게 왔다. 근 6개월 만에 비가 왔다. 우기의 시작이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은 비가 온다. 다음 달이면 3일에 한 번 꼴로 비가 올 듯.

                   

비 맞기 싫다고 낑낑대길래 문 열어 줬더니 저기서 저러고 있네. 개 냄새 나 모래. 샤워 좀 자주 했음 좋겟어.




 여기는 우리 집은 아니고, 문제의 그 관사. 욘두 엄마는 또 임신을 했고, 또 애를 낳았다.

어쩌자고 자꾸 낳는 거니. 네 세끼들 넷 중 욘두 하나만 살아남은 걸 기억은 하는 건지...


 하루 전만 해도 새끼가 없었는데, 아침에 출근해 보니 출산한 뒤였다. 천둥 번개 치고 비가 많이 오는 밤 사이에 어떻게 흙바닥에 애를 낳았어? 이번에 태어난 아이들은 굶지 않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5IbMRBta2EQ

http://kopanobw.blogspot.com/


매거진의 이전글 개 이름을 '욘두'라고 지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