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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Aug 07. 2022

XX항공 1기 승무원이 되었습니다

문득 돌아보았다.

코로나19 는 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켰고, 가장 직격탄을 맞은 업종인  항공사 직원이었던 나도 ‘명퇴’를 피해갈수 없었다.


총 32년간의 항공사 생활을 급작스레 마감하며, 나는 세상에 공유하고픈 스토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면 나의  '존재'가 소멸될거 같은 조바심이 들었다.  가끔씩 딸들에게 얘기하면, “ 엄마! 너무 옛날사람같아! ‘정말 실화야?” 라고 놀라기도 하고 ‘옛날 스튜어디스”라며 놀린다.



내 고향은 제주다.

대학을 서울로 진학후, 서울살이를 시작하였고, 대학교 3-4 학년은 취업준비로 늘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였다. 지금도 대학생의 취업문제는 어려운 화두이지만, “우린, 대학교까지만, 너를 지원해줄거다!”라는 아버지의 단호한 주장에 나는 꽤 긴장하며 취업준비에 열을 올렸던거같다.


 전공공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버겁고, 내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영어 토익 토플 그리고 새벽마다 원어민 영어회화학원등을 다니며 영어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당시 대학생들은 ”영어공부만이 취업에 성공하는 길이다!”라고 생각하며 영어공부에 꽤 공을 들였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일어서려는순간, 쓰레기통 옆에 처박힌듯한 신문광고란에 ‘타이항공 1기 승무원 모집’ 이라는 글자가 눈에 화라락 꽂혔다. 그리고, 어느새 정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제주에서 서울로 오려면. 늘 비행기를 타야하고 그러다보니,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이 남들보다 조금 익숙하긴하지만, 연예인 같은 외모에 매우 세련된 그들의 직업을 너무 평범한 내가 감히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벌써, 30 여년전 일이니, 게다가 항공사 라고는 ‘대한항공’밖에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얼마나 떨렸을까? 하지만 모르면 용감하다고, 게다가 졸업도 하지않은 4학년이니 조급할것도 없고, “그냥 내 영어실력 테스트 혹은 모의면접 해보는 거라 생각하지 뭐!”하며 어느새 나는 원서에 붙일 증명사진을 찍고 있었다.



 타이가 '타이완' 이라고만 생각하고 대만항공사인줄 알았다가 면접준비하며 태국항공사로 알았을 정도이니, 얼마나 겁없이 도전한건지 알만하다.


서류전형 합격소식이 있었고, 토익시험을 보러오라 하였다. 종로에 있는 어느 영어학원이었고, 역시나, 키크고 세련되 보이는 모델 같은 여자들 포함 400여명이 같이 시험을 보았다.



그후, 토익시험도 합격하였으니, 면접을 보러  명동 ‘조선호텔’로 오라 하였다. “대박! 그당시 우리나라 거의 대표급 호텔로 면접을 보러오라하다니, 가문의 영광이야!” 라며 설렌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다.


평생 처음 해보는 입사 영어면접 이었지만, 준비한 면접내용에 많이 벗어나지않는 질문을 받아 잘 대응할수 있었다. 잔잔한 미소를 날려주시던  태국인 면접관님 얼굴에서 웬지 면접도 통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대로 면접합격소식을 들었고, 4차는 수영 test  였다.  50 미터 수영장을 자신있는 유형으로 수영하기만 하면 되는거였다.  하지만, 내겐 가장큰 시련이었다. 제주도 사람은 다 수영을 할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나는 수영을 배워본적이 없었다. 바닷가에 가도 모래찜질에 물장구나 치던 나였다. 애초에 수영시험이 있다는건 알았지만, 내가 4차까지 갈거라고 기대도 안했기에 걱정도 전혀 안한거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니, 포기할수 없다!” 라는 오기가 생기고. 수영학원에 급히 등록을 했다. 개인수영코치 지도를 받으며,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 2주정도의 강습기간이 있었고 운동에 재능이 하나도 없던나는 그야말로 죽을맛이었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수영장 가는게 너무 힘들었고  수영장물을 날마다 몇컵씩 들이키며 강사님께 혼나기를 반복하다보니. 아주아주 조금은 진척이 있었다.



 대망의 수영 테스트는 ‘스위스 그랜드 호텔 ‘수영장에서 한다고 하였다. "와우! 역시 타이항공사는 클라스가 다르네". 라며 흥분된 마음으로 호텔로 향했다. 막상 시험에 임하니 세상의 모든신이 도와주는건지? 호텔 수영장이 너무 멋있어서인지? 꾸역구역 50 미터 완주를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수영시험이후에도 최종 발표는 또 2주후라고 하였다. 입사시험을 치루는 약 2달동안, 학교 수업도빠지고. 다른 무언가에도 집중이 안되고,  결국 이러다 결국 떨어지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애가탔다. 빨리 희망고문을 마치고 싶었다.  


운명인지 숙명인지, 나는 최종합격을 하였고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태국의 국영 항공사

‘타이항공 한국 승무원 1기’ 라는 타이틀을 목에 걸고 가족들의 뜨거운 배웅을 받으며

1990년 7월 1일 타이항공 편에 몸을싣고 방콕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진;타이항공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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