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딸은 4살 터울이다.
올해 26세/22세 : 현재 큰딸은 회사원 /둘째는 대학생이다.
두 딸 각각의 첫사랑이 알고 보니, 뉘 집 형제사이였다는 실로 재밌는 사연이 생각나 한번 적어보려 한다.
간단히 두 딸을 설명해 본다면,
큰딸:
공부만 열심히 했던 우등생 스타일,
중/고등학교 내내 남들 다하는 립스틱 화장 한번 한적 없고, 핸드폰도 공부한다고 2g 폴더폰만 사용했었음. 쿨하고 꾸밈없고 때론 다소 냉정한 스타일.
대학 가서 화장을 처음 할 때는 당시, 중학생 동생에게 배워야 했던 웃픈 사연도 있다.
둘째 딸:
공부만 하는 건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거라 생각하며,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하고 친구 많이 사귀는 것에 더 열정적인 스타일/
폼생폼사/ 멋좀 부리고 노는 언니 스타일/
애교 겁나 많고 말솜씨는 예술임!!
일단, 둘은 너무너무 달랐다. 외모도 성격도 식성도......
큰딸이 중2시절 그녀의 방을 치우다 일기장을 발견하였다.
아주 잠시의 망서림 후, 일기장을 펼쳤고, 공부밖에 관심 없을 줄 알았던 그녀의 생활에 어떤 남학생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학생회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중3 선배 오빠에 대한 짝사랑으로 괴로운 심정이 구구절절 빼곡히 적혀있었다.
짝사랑으로 시작하였지만, 체육대회를 맞이하여, 손잡고 뛰게 된 상황에서 오빠가 손을 힘껏 잡아주니 심쿵한 얘기, 학업관련,고민상담때도 정성을 다하여 조언해주던 모습등을 풀어내며, 과연 오빠도 본인에게 관심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글들이 보였다.
한편으론, 공부만 하는 다소 답답한 스타일의 딸이라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이런 첫사랑이 찾아온 게 난 너무 예뻐 보였다.
게다가 오빠는 잘생기고, 매너 짱에다, 키도 크고, 전교 부회장이며, 성적도 전교권이라 하니... 말릴 이유는 더더구나 없었다.
일단, 모른척하며 2-3개월 정도 지났고, 발렌타인데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큰딸이 조용히 내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
"많이 좋아하는 오빠가 있는데,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과 함께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 오빠는 '용인외고' 합격을 한지라, 3월 이후에는 동네에서도 보기 힘들 거고, 지금 안 하면 영원히 후회할 거 같다."
기다렸다는 듯, 나는 좋은 생각이라며, 초콜릿 살 돈도 넉넉히 쥐어주었고, 딸보다 더 설레고 있었다.
큰딸은 커다란 하트모양의 박스에 금빛도 찬란한 '페레레로쉐 초콜릿과 사랑의 연서를 준비했고, 딸의 중학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약속날,
꽃단장하고 선물한아름 들고, 발그스레 상기된 얼굴로 나가는 딸의 뒤를 살짝 밟는 미행(?)까지 나는 저지르고 있었다.
공부밖에 모르던 딸이 좋아하는 그 '남정네'가 어떤 얼굴일지, 나는 몹시, 너무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그 런 데.....!!!
딸이 정문에 다다를 즈음, 어떤 자동차 한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오더니, 말끔한 학생 하나가 내리는 거였다.
다소 당황한, 딸은 선물을 건넸고,짧은 대화를 마치더니, 그 선물을 받은 오빠는 금새 다시 차에 타는 게 아닌가?
물론, 차 안에는 그 오빠의 부모님 모습도 보였다.
그분들 역시,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프러포즈' 걸어온 어떤 당찬 여학생의 얼굴이 몹시 궁금했던 탓일까?
당황한 얼굴로 돌아온 딸은, "오빠가 학원 가야 돼서 부모님이 데려다주는 거라, 선물 전달밖에 못했어! 라며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일단 너로서는 최선을 다한 거야! 안 그러면 계속 후회가 남을 수도 있었고, 신경 쓰여, 공부도 안되었을 텐데, 네 마음 적은 편지까지 전달했으니, 이젠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닐까? "라고 말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그 오빠는 무응답이었고, 딸은 그 결과에 순응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 3월 14일 화이트데이 날, 딸은 그 오빠로부터 사탕부케를 배송받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대학 가면 친하게 지내자!"라는 짤막한 편지에 기뻐했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했던가?
가끔 SNS 등을 통해 얻은 소식으로는 오빠는 재수를 했고, 좋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바로 군입대를 했고,
울 딸은 NEW BOYFRIEND를 만나, 대학 4년 내낸 CC로 다니느라, 위 애절한 러브스토리는 서서히 사라지고만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귀염뽀짝...말썽쟁이 였기도 했지만, 그녀 특유의 '애교'로 미워할수는 없었던 우리 둘째 딸 이야기다.
북한 '김정은'도 두려워 한다는 중2 사춘기 소녀의 반항이 하늘을 찌르며 ...그녀와 날마다 전쟁을 치뤘고....또!! 그해...
그녀의 생일날이었다.
'띵동'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보니, 온갖 과자로 가득 찬 20리터 종량제 봉투가 장미 한 송이와 함께 딱 자리 잡고 있는게 아닌가?
깜짝 놀라 물어보니, 둘째 딸 생일 선물이라며 어떤 남학생이 두고 간 것이라 하였다.
어떤 남학생인지도 궁금했지만, 종량제 봉투 가득 과자를 넣은 투박함과 시크함이 왜 그리 멋져 보였는지 모르겠다. 귀엽기도 하고 , 남성스럽기도 하고, '츤데레'스타일 나쁜 남자 같기도 하며 왠지 호감이 생겼다.
둘째에게 물어보니, 사귄 지 한 달 정도 된 남학생인데, 문제는 잘생기고 매너가 좋아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다는 거다.
여자들도 많이 달라붙고, 본인도 그걸 잘 알아서인지 '바람둥이' 기질이 농후하단다.
그녀석도 사알짝 잘노는 오빠 스타일인듯 했다.
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관심가고 좋다!".. 라며 웃으며 대답했다.
여하튼, 그날 저녁, 그녀석이 보내준 과자를 꺼내 생일 파티를 했고, 자연스레 사진을 보여달라고 살며시 압박을 넣어봤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던 큰딸이 고개를 갸웃하며 본인의 짝사랑 오빠와 너무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이에, 둘째는 "맞아! 걔가 형이 있는데,공부도 잘하고 용인외고 다닌다고 했었어 , 아마 그 형은 언니보다 한 살인가 많을걸!" 이러는 게 아닌가? ㅎㅎㅎ
이래저래 집 위치까지 파악하며, 다양하게 상황파악을 해보니, 두 남자는 형제인 게 판명 나는 거였다.
뭐 어린 중학생들의 에피소드였지만, 너무 신기하고 우습기도 하여, "야! 너희들 이상형이 너무 비슷한 거 아냐?
지금이야 괜찮지만, 나중 결혼 적령기 때는 서로 뺏고 그럼 안된다!"라고 농담하니, 그럼 형제나 쌍둥이 있는 집으로 공략해서 '겹사돈'하지 뭐!! 라며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 딸의 우려대로 수많은 여인들의 대시를 받던 그녀석은 딴 여학생의 남자 친구가 되었고, 울 둘째도 또 다른 남자 친구가 생겨 귀여운 연애짓을 많이도 하는듯 했다.
그러더니, 대학 입학후에는 그와 다시 만나며 가끔씩 술 한잔 마시고 오기도 했다.
모든면에서 완벽히 다른 성향을 가진 두자매가, 비슷한 이상형이었다는 것도 재밌고,(물론, 외모적으로)
남녀공학을 다녀서 생겨나는 이런 첫경험이 사알짝 아니, 몹시 부럽기까지 했다.
(힝...나는 좋아할 대상이 남자쌤 밖에 없었는데....)
뭐 어떤가? 난 자유 연애주의자이고 젊었을때 많은 이성을 만나보라고 주장하는 열린 엄마인지라..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기만 하다.
그리고 이 에미는....
잘생기고 듬직하고 성격좋은 미래 사윗감을 상상해 보며 가슴이 설렌다.
아들 없으니, 사위로 대리만족 할란다..
딸들! 제발 잘 골라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