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사건을 두고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어쩌고 하면서, 어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남아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 얼마나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인간적으로 대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몇 년 전이다.
타이항공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한국에 돌아오던 40대의 모 여성승객은 태국 남승무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내었다.
그것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한국의 꽤 유명한 모 변호사를 통해서였고, 그 변호사는 "까짓 거.. 타이항공쯤이야. 껌이지. 감히 후진국 승무원이 고귀하신 한국 승객을?"이라는 맘으로 사방팔방 사건에 대한 광고를 하면서 나도 알게 되었다.
당시 여자는 남편과 함께 밤비행기로 귀국 중이었고, 비즈니스 자리에 나란히 앉아 더구나 본인 무릎에는 어린아이도 앉힌 채로 잠이 들었다고 한다. (남편은 창가, 부인은 복도석)
본인 말로는 허벅지 쪽에 뭔가 손가락으로 찌르는 느낌이 있어, 눈을 떠보니 남자승무원이 술냄새를 풍기며 본인 허벅지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승객이 쳐다보니, 승무원은 황급히 자리를 떴고, 아무래도 계속 찝찝함이 남아, 사무장과 승무원을 불렀다고 한다.
이에 남승무원은 창문덮개를 닫다가 실수로 신체가 닿았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사과'를 했다고 한다.
술은 마신 바 없고, 의도적으로 신체접촉을 한 바도 없지만, 혹여라도 승객이 그리 느꼈다면 죄송하다는 의미이다.
어찌하리오?
승객은 고귀하신 '고객'이다. 게다가 '비즈니스 클래스'승객이시다.
서비스직인 승무원은 기본 교육부터 늘 조심하고 이런 경우 당연히 '사과'할 것을 여러 번 교육받는다.
"나 그런 적 없다고.. 억울하다고.. 왜 생사람 잡냐며 같이 맞고소하겠노라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승무원이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이런 경우 '사과'를 안 하면 기본적인 '서비스 태도'가 결여되었다! 혹은 '그럼 내가 거짓말하고 생사람 잡는 나쁜 승객이냐며 노발대발.. 결국 논점이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트는 게 대부분이므로..
그런데.. 승무원의 정중한 '사과'는 오히려 진짜 '성추행'인지 아님, 잠결이라 잘못 느낀 건지 애매하고 혼란스러웠던 승객에게 '확신'을 선사했고.. 계속 찝찝했던 승객은 결국 거금을 들여 소송을 제기하고 있었다.
1년 7개월이라는 긴 세월 속에서의 '최종판결'은 '혐의 없음' 이였다.
당시, 여자 승객은 짧은 치마를 입었고 기내담요로 다리를 덮었고, 그 위에 어린아이를 안고 잠이 들었었다고 했다.
처음에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찔린 느낌이었다고 주장했던 승객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손바닥'으로 누르는 느낌이었다고 번복하면서, 아마도 안았던 아기 발바닥등으로 눌린 게 아니었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었다.
이쯤에서 난....
과연, 해당 항공사가 미국이나 선진국 항공사였다면, 감히 승객이 이 길고 긴 법정투쟁을 시작할 맘을 가졌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것도 어떤 확신이나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승무원이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것도 '업무적인 매너'에서 기인한 것인데..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 인권 침해적 요소 때문에 아직까진 비행기 cctv 가 없는 상황이지만, 승무원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하고 괴로웠을까? 실제로 해당 남 승무원은 잠도 못 자고 오랜기간의. 정신적 고통으로 건강을 많이 해쳤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