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감성이 무뎌지기전에 글을 써서 기록을 남겨야 하건만, 실시간 올리지 못한건, 글테기 비슷하게 찾아온 게으름도 있었고,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린탓도 있었다. (핑계가 많아서 죄송합니데이..)
밤비행기를 타고 돌아온탓에 피곤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이상하게 쉬이 잠이들질 않았다.
스무살도 넘은 두딸에게 집을 맡기고 갔지만, 부엌 씽크대주변 기름때나 덜 닦인 냄비, 누리끼리해진 화장실등을 보니, 불편한 마음과 짜증이 나며, 오자마자 청소를 해대기 시작한다.
"와! 당신은 체력좋네! 나중에 해!"라고 형식적인 말만 던져놓고 곯아떨어져버리는 남편...
(하!.. 정말 나없으면 이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려나?.. )
오롯이 그날 집안 대청소며 여행가방정리등을 하고 , 밤에는 미친듯이 잠을 잔거 같은데, 아침 일어나니, 귀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거 같았다.
병원에 갔더니,
"중이염에 목감기에 상태가 너무 안좋다! 중이염은 성인들은 거의 안걸리는 병인데, 바이러스가 엄청 강한 놈이거나, 내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거 같다며, 고농도의 수액까지 맞을것을 강력 권고하셨다.
일주일정도 고생하고 나니,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도 마구 돌아다닐 형편은 아닌듯하다.
(추석기간 잘쉬고 싶지만, 이눔의 가족 동지들이 다 집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밥달라고 아우성 칠테니.. 과연 가능하려나? ㅠㅠ)
ANYWAY.......
'나'에게 인천공항을 간다는건 좀 특별한, 다른 의미가 있다.
'공항룩' '면세점쇼핑' 어쩌구 하며 '여행을간다''비행기를 탄다' 에 엄청 들떠서 '설렘설렘'의 마음으로 일반 사람들은 여행을 가지만,
공항에 근무했던 나에게는 직원들에게 나의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었다.
일년 365일 쉴틈없이 돌아가는 공항 업무이길래, 우리 직원들 혹은 직원가족간의 야유회나 모임등은 도저히 있을수 없었다. 자연히, 우리는 가끔 가족단위로 여행가는 동료직원을 보며 그때 그 배우자 혹은 자녀들을 오랜만에 볼수있는 기회가 되곤했다.
꼬맹이때 봤던 아이가 중고생이되고 성인이 되는 모습까지 늘 여행갈때 모습으로만 확인이 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나의 경우는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도 인사가 계속된다.
5년간의 짧은 '승무원 생활'이었지만, 태국의 아는 동료 승무원/ 선후배도 드문드문 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나에게 과잉 친절을 보여주며 잘 대해 주지만, 한편으론 조용히 타인처럼 여행하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마음 쉬려고 가는 여행인데, 비행기 수속하는 순간부터, 회사 지점장, 상사,동료에게 계속 인사하고, (때로 아이들은 용돈을 받기도 하고,) 비행기 안에서까지 계속 미소띄우며 인사해야하고,,말걸어야 하고..
좀더 비약해서 말하자면, 마치 연예인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ㅎㅎㅎ
'공인'이라는 이유로 계속 웃는 얼굴, 좋은모습/행동등을 보여야 하고, 사생활은 꽤 제한되게 살아야하는 연예인 말이다.
당연히 나는 타이항공을 주로 이용하지만, 가끔씩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때는 위에 말한 종류의 스트레스가 전혀 없고 '지나가는 행인1'의 느낌으로 여행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격식없이 다소 편한복장, 아이들 머리나 복장이 흐트러져도 전혀 개의치 않고 편하게 여행할수 있는...그런 여행이 항상/늘 하고싶었다.
하물며 이번 여행은 퇴직 2년차에 다시 '인천공항'을 밟는게 아니던가?
2년만에 회사의 남은 직원들도 만나고, 사무실도 방문하고, 타이비행기는 코로나이후 거의 5년만이고..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괜히 분주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머리 헤어컷과 염색도 새로하고,예쁜 원피스 두어벌 그리고 오랜만에 수영복도 장만해 보았다. 분명 수영복은 안입게 될거같긴 하지만, 혹여라도 '사진 인증샷'이라도 찍어야 한다는 딸들의 성화에 또'돈지랄'을 해대고 있었다.
공교롭게 늘 다니던 미용실 헤어디자이너는 '출산휴가'를 가셨고 그 바람에 딴분이 해주셨는데 넘 짧아져 버렸다.
"하! 느낌이 안좋다....하필 여행가는데 머리가 이게 뭐람? 그분은 원래하던 스타일에서 0.5cm 짧은거라고 우기시지만... 오똑해..오똑해..ㅠㅠㅠ 남자같아..내머리 돌려놔!! 엉엉엉''
'헤어 스타일'이 맘에 안들어 하염없는 드라이에 온갖 에센스 처발처발 하며 내 스타일로 '승화'시키고자 햇으나... 가족들은 내게 '어린(?) 남자아이' 같다며 남동생 생겼다고..계속 놀렸다.
우울한 내게 둘째딸은 '머리가 빨리 자라게 하는 샴푸'라며 선물해 주었지만,,개뿔!!! 나는 그 효과를 전혀 느낄수 없었다.
"하긴 일주일안에 얼마나 자란다고?ㅠㅠ"
그러나 어찌하리오?..
그렇다고 여행을 취소할수는 없으니, 이제는 남편을 꽃단장해줘야할 단계였다.
언제부터인가 염색을 안하겠다고 선언한 그인간에게 '염색'을 강요했다.
그는 본인이 너무 '동안'이라 '염색'까지 하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오기 때문에 근엄함을 유지하기 위해
'염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웃기셔...증말 !!ㅎㅎㅎ)
또한, 그분은 열심히 지극정성 잘 뫼시며 먹여드려도 왜 그리 살이 짜꾸만 빠지는지.. 더 몰골이 맘에 안들어 더더 신경이 쓰였다.
이눔의 세상은 '남편'이 살빠지면 어떻게 된일이냐고 죄없는 부인을 족치는 세상이니 말이다.
나도 요즘은 만사가 귀챦아 그러던가 말던가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만날 회사동료들이 혹여 우리보고 "에구! 많이 늙었구나.. 역시 퇴직하면 빨리 늙더라!.."라는 말이라도 뒤에서 할까봐.. 최대한 용모에 신경쓰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아이라인에 마스카라까지 풀메이크업으로 새벽 출근마저도 지극정성 꾸미던 나였는데, 지난 몇년 화장을 쉬었더니, 이제 아예 화장이 잘 먹지도 않고, 화장이 분장인듯 어색하기만 했다.
"안하던짓 하면 더 이상해져서 신경쓰여!'라며 평소대로 가벼이 립스틱만 바르고 공항으로 향했다.
날마다 지겹게 다녔던 '공항'은 2년의 세월이 흘럿지만, 무엇하나 변함없이 너무도 똑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고, 순간순간 "과연 내가 퇴직한게 맞나?"라는 느낌이었다.
30년 가까이 입었던 '보라빛' 타이항공 유니폼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가슴안짝이 슬슬 데워지며 .. '몽골몽골''아련아련' 감성터지기도 했다.
수속을 마치고 아래층에 있는 '항공사 사무실'을 방문해 보았다.
20여명이 북적거렸던, 사무실은 이제 겨우 4명이 직원이 남아 고군분투에다 날마다 오버타임하며 고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