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4주, 개떡같이 대하는 회사를 향해

by 고프로

회사 곳곳의 반응 폭격

휴직 소식은 삽시간에 전파됐다.

그리고 그보다 더 빨리 도착한 건, 바로 온갖 추측의 향연.

“야, 너 휴직한다며? 사업하는 거 아냐?”

“셋째지? 솔직히 말해봐.”

“아니 갑자기 왜?”

나는 늘 그렇듯, 애매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아… 뭐, 나이도 있고… 준비도 좀 해야 하고…”

(사실 준비한 건 통장에 몇 만 원, 그리고 흔들리는 멘탈 뿐이었다.)

그런데 싸늘해진 현장 분위기

마지막 4주, 꽃길 마무리를 꿈꿨다.

“사람은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니까. 멋지게 퇴장하자.”

내가 진심으로 했던 다짐이다.

하지만 회사는 내 다짐을 짓밟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부사수는 보고도 없이 외근을 휙 나가버리고,

매장 오픈 작업에는 비쥬얼 팀에서 경력자가 나가야 하는데

막내 인턴을 투입해버린다.

물량 팀에서도 물량을 지원해주지 않아 거래처로부터 볼멘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마디로, ‘이제 집에 갈 사람’ 취급.

이런 눈빛이 슬슬 느껴졌다.

게다가 가장 심한건 팀장

평소에는 “밥 먹자” 먼저 부르던 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점심 약속에서 내 이름만 빠졌다.

나 혼자 편의점 앞 삼각김밥을 씹으며 깨달았다.

‘아… 육아휴직의 시작은 고독이구나.’

보고 올린 기안에도 꼬투리가 붙기 시작했다.


엉엉, 그리고 나트랑

가장 나쁜 사람은 나를 가장 부려먹던 영업이사였다.

늘 “같이 외근 가자”며 기분 좋게 불렀던 분이,

이젠 내 얼굴만 봐도 눈을 피하며 휙 지나갔다.

“와… 이럴 거면 내가 3년이나 고민을 왜 했나.

차라리 그냥 작년에 말해버릴 걸.”

결국 멘탈 방전.

나는 화장실 구석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그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역시… 날 알아줄 건 여보밖에 없지.’

나는 눈물을 훔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 힘들지?”라는 달콤한 위로를 기대했는데…

“우리 나트랑 가자! 비행기 특가 떴어. 여보 휴직 기념!! 지금 예약해도 되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눈물은 멎었는데,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게다가 아내는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럼 예약한다~” 하고 신나게 끊었다.

눈물 한 방울, 웃음 한 방울.

육아휴직 예행연습은 화장실에서 시작됐다.

-

나만의 다짐

거울 속 눈이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좋다. 이 세상에서 날 세우는 건 결국 나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개떡같이 굴든,

팀장이 꼬투리를 잡든,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든.

어차피 나는 떠나는 사람.

그렇다면 마지막 엔딩 크레딧만큼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남기자.

최소한, 나 스스로 “그래, 수고했다” 할 수 있게.

목,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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