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니 날씨가 유난히 차갑다.
휴직한 지 두 달이 되어가니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집 안이 유독 넓고, 적막이 깊어진다.
쓸쓸함은 이렇게… 문틈으로 스며든 찬바람처럼 다가온다.
금요일, 회사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다 들은 한마디.
“선배 없어도 매출 잘 나와요.”
괜히 마음 한편이 시렸다.
사람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떠나올 땐 잘 버틸 줄 알았는데,
막상 ‘없어도 잘 굴러간다’는 말을 들으면
내 자리가 조금씩 희미해지는 기분이 든다.
휴직하기 전, 나는 더 단단했다.
하고 싶은 일의 청사진을 그리고,
그 그림을 따라가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오니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운 건
‘모든 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새 일을 배우는 것도,
마음을 다잡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득, 회사에서 부르면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참, 사람 마음이란…
그래도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이건 퇴각이 아니라 연습이다.”
만약 드라마 *〈김부장〉*처럼
50대, 아무 준비 없이 바깥으로 밀려났다면
얼마나 막막했을까.
나는 그보다 10년이나 젊고,
육아휴직이라는 ‘연착륙 장치’를 갖고 있다.
추락이 아니라, 조정하는 시간이다.
소득이 줄어든 만큼 줄여서 살아보는 연습,
회사 밖에서 나를 다시 세우는 연습,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여정의 초입에서
나는 지금 아주 귀한 시간을 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겪을 일, 10년 일찍 겪는 편이 낫다.
10년 뒤면
딸아이, 아들이 대학생이 되는 나이다.
그때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지금 미리 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전기기능사 필기 문제를 풀고,
다음 주부터 시작될 온라인 스마트 과정 수업을 기다린다.
어쩌면 이 겨울은
나를 다시 만들기 위한 긴 프롤로그일지 모른다.
나는 지금, 10년 일찍 도착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길은…
조금 춥지만, 분명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