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미용실 대신 2만원 이발소에서 배운 것들

by 고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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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나를 슬쩍 꼬신다.
“이것 좀 사볼래? 기분 좋아질걸?”
예전의 나는 그 말에 아주 솔직했다.
‘그래, 나 행복할 거야. 결제하자.’

하지만 휴직 후의 나는

마치 소비의 볼륨을 ‘중간’에서
‘아주 작게’로 돌려놓은 사람처럼 조용해졌다.

미용실에서 다운펌과 염색을 하고
가볍게 5만 원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아들과 이발소에 나란히 앉는다.
둘이 합쳐 이만 원도 안 나온다.
그런데 희한하다.
계산은 가벼워졌는데
머리를 감겨주며 나눈 그 짧은 농담 하나가
마치 서비스로 받은 시간처럼 더 오래 남는다.

외식 대신 도시락,
차 대신 걷기.
하루 만 보는 이제 ‘운동’이 아니라 ‘생활’이 됐다.
줄어든 건 체중과 피로,
늘어난 건 숨 쉴 여유다.

주말도 조용히 바뀌었다.
예전엔 유명한 곳을 찾아다녔고
돌아오면 카드값이 나를 먼저 맞이했다.

요즘은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간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긴다.
책 속에 빠진 아이 얼굴을 보며
‘아, 이게 여행이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농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김밥과 라면으로 마무리.
놀랍게도 이 단출한 조합이
주말을 꽉 채운다.
(김밥 한 줄이 이렇게 삶을 단단하게 해줄 줄은 몰랐다.)

물론 그럴 때도 있다.
지갑이 넉넉하던 시절이 그립고,
월급날의 진동 한 번이
기분을 들뜨게 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돈 없이도 하루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중이다.
가난해진 건 소비지,
관계나 온도는 오히려 더 풍요로워졌다.

없어도 괜찮은 삶.
처음엔 두려웠지만,
막상 걸어보니 괜찮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조금 더 가볍고,
그만큼 더 멀리까지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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