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2개월 차.
달력의 숫자로 보면 고작 60일 남짓인데, 체감상으로는 수년이 흐른 듯 길게만 느껴진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 이 여유가 좋으면서도,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바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마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지금 매달리고 있는 '전기기능사' 공부도, 야심 차게 시작한 '스마트 스토어' 수업도, 아직은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결과가 없다.
안개 속을 걷듯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이다.
그러던 중, 모처럼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배님, 잘 지내십니까?"
반가움도 잠시,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은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스레드(Threads)'를 켜니 온통 성공한 사람들의 무용담뿐이다.
육아휴직 중에 블로그 이웃 2만 명을 달성했다는 사람, 책을 출간하고 회사 동료들에게 "나 복직 안 해!"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사람들.
그들의 확신에 찬 문장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그 화려한 퇴사 선언들 앞에서, 나는 솔직해지기로 한다.
나는 지금 회사에서 불러만 준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바로 '생활비' 때문이다.
육아휴직 급여 250만 원. 누군가에겐 적지 않은 돈일 수 있지만,
네 식구가 숨만 쉬고 살아도 빠듯한 금액이다.
"아껴 쓰면 되지"라고 다짐해보지만,
주말에 가족들과 기분 내며 외식 한 번만 해도 5만 원이 우습게 사라진다.
카드 결제 알림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돈 쓰는 게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불안에 잠식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찌 되었든 나는 걷기로 했고, 아주 작지만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오늘, 스마트 스토어 위탁 판매를 위한 첫 샘플이 도착했다.
상자를 뜯어보니 투박한 플라스틱 통에 담긴 '화장실 세정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남들은 우아하게 글을 쓰고 강연을 준비하는 시간에,
나는 화장실 쭈그리고 앉아 변기에 세정제를 뿌리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
'이걸 누가 사기는 할까?'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뚜껑을 닫아버리듯 꾹 눌러 참는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도 좋다. 이게 팔릴지 안 팔릴지는 하늘에 맡기자.
일단은 이 세정제를 정성껏 촬영해서 세상에 내놓는 것.
더러워진 변기를 닦아내듯, 내 마음속 불안도 닦여 나가길 바라며 나는 카메라를 든다.
터널은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오늘 내가 든 이 세정제가, 꽉 막힌 내 미래도 시원하게 뚫어주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언젠가 길은 보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