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비극적 결말 속 아름다운 환상의 집착

by 세네카


드디어 완독해버리고 말았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를 비롯한 한 시대를 이끌었던 위대한 예술가들 가운데 당시 나에겐 생소한 이름이었던 스캇 피츠제럴드라는 인물이 눈에 띄었다. 톰 허들스톤이 연기한 캐릭터라서 그랬을까. 극 중 그의 여유있는 태도와 유려한 말솜씨를 비롯해 유달리 고급스러웠던 이미지가 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자연스레 그에 대해 검색하고 찾아본 결과 그가 시대의 명작으로 손꼽히며 영화로도 구현된 ‘위대한 개츠비’ 의 저자임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 ‘제이 개츠비’ 는 뉴욕시의 웨스트에그에 혜성처럼 나타난 인물로 주말마다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파티를 개최하며 많은 부자 및 명사들과 어울리는 정체불명의 신흥부자다. 그는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현실을 살아내지 못하고 과거에 끊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새로운 기억으로 이어붙이려 시도하는 인물이다. 장교 시절 가난했던 처지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옛 애인 ‘데이지’를 잊지 못했던 개츠비는 그녀를 쫓아 이곳으로 이사와 그녀와의 재회를 간절히 꿈꾼다. 그러던 어느날 서술자이자 작중 인물인 ‘닉 캐러웨이’ 의 도움을 받아 둘은 개츠비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 곁에는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가부장적 남편 ‘톰 뷰캐넌’ 곁에 있었다. 예상했다시피 두 남자의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갈등은 점차 커지고 급기야 이후에는 한쪽의 죽음으로 갈등은 끝을 맺는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쪽은 개츠비였다. 사건의 발단은 그가 데이지와 동승했던 노란색 차였는데 데이지는 어느 날 그만 미숙한 운전 부주의로로 인해 뷰캐넌의 정부였던 ‘머틀’을 차에 치여 죽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는 몹시 당황하고 흥분한 상태인 나머지 가속 페달을 밟아 그 끔찍한 현장을 빠져나간다. 그녀를 사랑하는 개츠비는 이 사고를 감추기 위해 노란색 차를 자신의 저택에 숨긴다.


머틀의 남편인 ‘윌슨’ 은 아내의 시신을 목격하고 난 뒤 그만 이성을 잃고 폭주하여 총을 든 채로 아내를 죽게 만든 노란 차의 주인을 찾아 헤매다 뷰캐넌의 자택에까지 이른다. 개츠비가 머틀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뷰캐넌은 윌슨에게 그의 행방을 실토하여 결국 개츠비의 저택에서 두 남자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이후 주말 내내 호화로운 파티장소로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개츠비의 저택은 그가 죽게 되자 발걸음이 뚝 끊긴 유령의 집이 되어버렸고, 그의 파티에 참석하여 사치와 향락을 과시하던 유명 인사들은 개츠비의 장례식장에서 발걸음이 끊긴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의 사랑하는 연인 데이지마저도 개츠비의 죽음에 철저히 무관심했다는 점이다. 살아 생전 연락이 닿았던 그의 주변인물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적 이익과 손실만 따지며 철저히 계산적인 모습만을 드러내며 개츠비의 죽음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

피츠제럴드는 비극적 서사 안에서 수많은 이미지와 환상, 은유를 수단 삼아 1차 세계대전 후 1920년대 당시 엄청난 경제 호황기를 맞이한 상황에서의 아메리칸 드림의 물질만능주의와 도덕적 타락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데이지, 뷰캐넌, 조던, 그리고 개츠비의 파티에 늘 참석해왔던 사교계 사람들 모두가 속물이자 타락한 인간 군상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위대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특정한 시대의 고민과 문제의식에서 시공을 벗어나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점일 것이다. 이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현대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물질만능주의와 도덕 및 윤리의식 결여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개츠비는 데이지와의 재회를 향한 자신의 이상을 품어왔지만 밀주 반입과 훔친 증권을 판매하거나 도박으로 돈을 버는 등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인해 그의 마지막 모습은 그리 아름답진 못했다. 하지만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그만의 순수한 사랑과 이상향은 아름답고도 위대했다. 우리 역시 지치고 힘든 이 각박한 현실 세계에서 가끔은 각자의 아름다운 환상을 품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름답고 순수한 동기만큼이나 방법 또한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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