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의 1984 리뷰

전체주의적 디스토피아의 결말, 그리고 오염의 시나리오.

by 세네카


장 폴 사르트르는 존재에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대자적’ 존재, 형이하학적 사물은 ‘즉자적’ 존재로 묘사했는데 ‘대자적’ 의 의미는 사람은 먼저 존재하고 나서야 자신과 만나 정체성을 인식하고 이 세상에 나타난 뒤 비로소 자신을 규정한다는 뜻이다. ‘즉자적’ 은 세상에 나오기 전 이미 만드는 사람에 의해 그 용도가 정해져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예를 들어 책상, 의자는 만드는 사람의 용도에 의해 그 정체성이 이미 날때부터 규정되어 있듯이). 다시 말해 즉자적 존재는 사물의 본질이 그 존재 자체보다 앞선다는 말이다.


이 책은 전체주의 체제 안에서 ‘대자적’ 존재인 인간이 의식이 없는 사물과도 같은 ‘즉자적’ 존재로 전락하는 디스토피아적 결말을 향해 치닫는 과정을 서술한다. 소설 속 배경은 1984년, 세계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라는 3개의 국가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오세아니아는 가장 폐쇄적이고도 비합리적인 정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오세아니아의 군중들은 텔레스크린이라고 하는 수신과 송신이 동시에 가능하고, 숨죽인 속삭임을 넘어선 모든 소리를 낱낱이 포착할 뿐만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까지 감지하는 금속판에 시종일관 감시당한다. 과거의 모든 기록은 삭제되고 조작되며, 자유로운 사고를 제약하기 위해 구어라 일컬어지는 혁명 이전 시대의 언어는 축소되고 없어지며 당원들은 사상을 지배하기 위해 신어를 만들어 통용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중사고’ 라는 자신을 기만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과거를 복기하려는 민중의 심리를 억제한다. 섹스는 오직 당의 존속과 빅브라더를 위해 봉사할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경우에만 허용되며 그 외의 모든 성적 자유와 욕구는 금지되고 억압당한다.

오세아니아엔 지배 계층인 소수의 내부당원, 중간 계급의 외부당원, 그리고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계급인 프롤의 3가지 계급이 존재하는데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중간 계급에 속하는 외부 당원으로써 자국의 정치 제도에 불신과 환멸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는 빅브라더가 실존 인물인지, 이전의 정치 체제였던 자본주의 시대는 어땠는지, 그리고 빅브라더에 대항하는 형제단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와 같이 은폐된 수없이 많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깨어난 의식으로 빅브라더에 맞서 대항하기 위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첫 번째 움직임은 노동자 계급의 도시를 전전하며 혁명 이전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노동자의 거리를 방황하던 윈스턴이 만난 프롤 노동 계급의 일원들 모두에게 인생이란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일차원적 요소(안전, 식량 문제)를 충족하기에도 버거운 투쟁의 무대였다. 그들은 살아내는 것이 목표인 나머지 진정 중요한 사건이나 자신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만한 일들엔 전혀 무관심했으며, 당이 추구했던 대로 비판적 사고마저 말끔히 제거된 상태인 살아 있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윈스턴은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줄리아와 사랑에 빠져 당의 강령에 대항하여 서로 몰래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며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섹스를 하며 그동안 당에 의해 억눌려 왔던 자유를 만끽한다. 그는 줄리아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그동안 혁명 세력으로 추측해왔던 오브라이언을 찾아가 골드 스타인과 형제단의 존재 유무를 묻고 빅브라더를 타도하기 위한 각오를 내비친다. 하지만 결국 오브라이언의 정체는 형제단원으로 가장하고 윈스턴과 줄리아에게 덫을 놓은 빅브라더의 내부당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물로 밝혀진다. 그는 감옥 안에서 빅브라더와 당의 강령을 윈스턴에게 철저히 세뇌시키고 고문하며 그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타락하게 만든다. 결국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의도대로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인간으로써의 모든 가치를 유린당한 채 죽음의 날만을 기다린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억압적인 정치 체제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맞서고 파멸하는지에 대한 극적인 묘사와 함께 자유와 인권이 무엇이고 그 중요성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엄청난 혜택이 있음에도 잘못된 이념과 손을 맞잡을 경우 국가가 어떤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지를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출간된 지 70년이 넘은 소설임에도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자면 현재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 요소인 빅데이터는 사생활 침해와 함께 보안 측면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를 잘못 활용할 경우 개인들의 사적인 정보까지 수집하여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소설 속 빅브라더의 모습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현재 안면인식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공산국가인 중국에서는 안면인식 의무화 조치가 일부 시행되고 있고, 대형스크린에 횡단보도 앞 무단횡단 인원과 횟수가 스크린을 장식하는 등 중국 정부는 완벽한 통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민주 국가에 사는 우리 역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민주 국가의 일원으로써 과학 기술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결속하지 못하도록 항상 권력을 감시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자유와 인권을 위해 투쟁할 각오를 다져야 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이 과거를 지배하고, 미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대자적’ 존재로써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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