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데우스를 읽고

신의 지위를 넘나드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

by 세네카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간은 역병, 기아, 전쟁을 극복하며 지구의 탄생 이래 전례없는 번영과 평화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과학과 정치제도의 혁신과 발전, 그리고 개인과 자유의 이념이 확산하며 인간은 지구의 절대적 지배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공지능을 비롯한 유전학, 뇌과학 분야의 수많은 연구 결과는 이 자그마한 행성 위에서 절대적 특권을 누리고 있는 우리의 존재를 의심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놀라웠던 사례는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으며 뇌의 생화학적 설계(무작위성과 결정론적 작용)가 욕망을 생성하고 그저 우리는 거기에 반응할 뿐이라는 것. 저자는 수많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유와 개인의 존재에 대해 착각하고 있던 우리의 무지를 일깨운다. 우리가 설계된 욕망에 따라 반응하는 존재라면 그동안 우리가 안다고 믿어왔던 민주주의, 개인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사회가 민주주의와 개인을 숭배하는 이유는 세상에서 ‘나’ 를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여행 방식을 좋아하고, 어떤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가장 잘 아는 존재는 나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내가 e-book을 사용하는 경우 읽는 속도나 밑줄, 개인적인 기록, 읽기를 중단하는 지점 등의 데이터들을 모두 모아 분석한 뒤 나보다 나의 독서 습관이나 좋아하는 분야의 취향을 훨씬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동시에 책도 우리를 읽는 것이다. 이 사례뿐 아니라 집을 고르는 취향이나 연애 상대, 직업 등을 비롯 모든 분야에서 현대인의 알고리즘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뭐하러 선거 후보를 투표하는 일로 고민을 한단 말인가? 나는 지난 선거 투표에서 반대파의 포퓰리즘 선거에 속아 선택을 그르쳤던 우를 범했다. 당시의 매우 불안정한 기분 상태와 충동적 결정을 자극한 선전에 속아 벌어진 행동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휘둘리기 마련인 감정을 배제한 채 나의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해 분석하고 판단하여 나의 성향에 맞는 후보를 추천해줄 것이다. 현재 우린 가상 공간 속에서 몇 번의 이메일 서비스와 기사 클릭, 동영상 시청 등의 행위로 인해 공룡 기업들에게 수많은 우리의 개인적 정보를 무료로 조공하는 중이다. 아마도 이 공룡 기업들은 인터넷 사용량에 비례해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보다 정확히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부정적 측면은 인간을 자율성과 주체성을 상실한 생각하지 않는 기계로 전락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사소한 선택부터 시작하여 중요한 많은 결정까지 기계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의 개인적 사고 능력은 점점 퇴화할지 모른다. 또다른 문제는 독재국가의 권력자들이 시스템을 악용하는 경우이다. 그들의 정부는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자국민들의 모든 경제 활동이나 사회 활동의 흔적을 추적하여 실시간으로 자국민들을 감시하고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정치 세력을 탄압하는 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지 모른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 역시 심각한 문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노동력의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다수의 빈곤 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더욱더 가난에 허덕이게 될 것이고 막대한 기술과 정보를 거머쥔 부유한 자본가들은 시스템의 수혜에 힘입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영리해지고 강해질 것이다. 빈부의 격차는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생물학적 격차는 크게 차이가 없던 과거와 달리 부자와 빈자의 생물학적 격차가 끝없이 벌어져 결국 종이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저자는 말한다. 개인적으로 영화 가타카와 올더스 헉슬리의 역작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과학의 활시위는 이미 당겨졌고 신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인간의 어리석은 질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속도에만 주력한 나머지 점점 자신들의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 전례 없는 폭염, 홍수 등을 비롯한 자연의 경고마저 빗발치고 있다. 초인간, 신을 향한 인류의 끝없는 과욕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 알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이 신을 만들기 시작하며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되려는 순간 역사는 끝날 것이란 유발 하라리의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우리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25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 지역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출현은 지구에게 있어 아마 바이러스의 출현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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