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배출구인 가상 공간, 누군가의 심판대인가

by 세네카

모두가 힘든 시기다.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경제 상황에 우한 코로나 창궐까지 더해 국민 모두가 미증유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확진자는 멈추지 않고 연일 쏟아지고 있고 청년 실업은 역대 최악으로 치솟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은 전세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는 기현상이 벌어져 내 집 마련의 꿈은 다음 생을 기약하게 되었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청년이나 빈곤 계층에게 허락된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이미 실종된 상태다.


유일한 신분 상승 수단이 사라지고 이로 인해 대중에게 야기되는 불안감, 열등감, 분노는 한 데 똘똘 뭉쳐 응축된 감정의 배출구를 찾아 나선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과 억눌려왔던 정서가 표적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분노와 좌절의 화살이 타인을 향하기 시작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으니 너를 끌어내리겠다. 네가 낮아지는 것만이 내가 높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해결책이다. 이런 뒤틀린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대중 정서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가상 공간은 억눌린 파괴 본능의 배출구를 찾아 헤매던 이들이 끝내 이르게 된 절대적 해방의 공간이다. 억압되어왔던 본능을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무자비하게 표출하며 광기의 카타르시스를 뿜어댄다. 공인들의 극단적 선택 사례와 그로 인한 해결책인 포털 사이트의 댓글 게시 기능이 사라졌음에도 이미 다른 전장을 확보한 듯하다. 무서운 사실은 표면으로 드러난 누군가의 가십거리에만 쌍심지를 켜고 몰려드는 것도 모자라 가슴 안팎에 비밀스럽게 새겨진 주홍글씨까지 들춰내려 한다는 점이다. 최대한 털어야 한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 과거 이력을 대충 들쑤시고 나면 앞으로 그를 어떤 인간으로 정의할지는 나라는 위대한 재판관의 손에 달려 있다.


어느 날 장자가 산책을 하던 도중 독수리를 발견하고는 화살을 꺼내들어 그것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독수리는 자신 앞에 있는 까치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 아닌가. 또 까치는 사마귀를, 사마귀는 개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자는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움막으로 급히 피신한다. 그곳에 있던 그의 제자가 피신한 사유를 장자에게 묻더니 그가 답하기를 “이놈아! 그 순간 누가 내 뒤에서 활을 겨누고 있을지 어찌 아느냐?” 하였다. 자신이 쏜 화살은 누군가의 화살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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