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미련으로 얼룩진 과거 하나쯤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날 무리하게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그 시기에 집을 샀더라면. 그녀에게 그런 심한 말을 쏟아내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때 널 붙잡았더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면. 시험 날 지각하지 않았더라면.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부모님께 더 일찍 효도했더라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후회와 미련의 얼룩진 사연들은 덩어리가 되어 내면에 하나둘 수북하게 쌓여 슬픔의 층위를 더한다. 반성과 자책에 둘러싸여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간절하게 시계를 거꾸로 감으라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대자연의 한낱 작은 피조물에 불과할 뿐인 인간은 불가항력적 시간의 힘에 거스르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과 의지를 늘 예술적 매체를 빌려 표현해왔다. 타임머신을 이용하여 과거로 돌아가 새 삶을 시작하려 시도하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의 스토리는 언제나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다면 만약 나의 의지대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물론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 시점의 기억은 잃어버리지 않을 경우이다. 지금 시점을 기억 못한다는 전제면 과거로 돌아가도 자신에게 있어 후회의 선택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기에) 나는 과연 행복해질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후회하고 자책하고 깨닫고, 작은 성공에 기뻐하고 또 성찰하면서 더 나은 인간이 된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현재가 이토록 소중한 것이고, 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하며 지금 내 옆의 이 사람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것이며, 젊음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실현된다면 모든 일상에서 소중함과 감사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얼마든지 시계 태엽을 돌려 과거의 행동이나 선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순응은 수많은 아련한 감정(후회, 자책, 분노 등)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그 능력을 손에 넣게 된다면 시간의 순응에 따른 고유한 인간 감정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이러한 감정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예술적 공감 능력이 극도로 저하될 것임이 분명하다. 예술은 주로 과거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을 표현하는데 여기에 녹아 있는 고유의 느낌과 정서를 남겨진 감정의 일부 조각으로는 절대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예술성을 상실한 반쪽짜리 인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