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영화 리뷰
영화의 배경은 약 200년 후, 인공지능은 인간을 지배하고 평생 인공 캡슐 안에서 잠든 상태로 가상의 세계에 갇히도록 만든다. 주인공 네오와 그의 조력자인 모피어스와 동료들은 이러한 가상 세계로부터 벗어나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며 현실 세계를 복원하려 시도한다. 과거 인공지능과의 전투에서 패한 인류의 현실 세계는 황폐화되었고 가상 세계에 머물고 있음에도 인간들은 캡슐 속에 잠든 채 그곳이 허구의 세계임을 자각하지 못한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매트릭스로 설계된 요원은 모피어스를 고문하며 인간은 자연과 어울려 살지 않고 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바이러스 같은 역병의 존재라고 역설하며 자신들이 인간의 치료제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매트릭스 요원에게 순식간에 설득당해 버렸다. 산림 훼손, 해양 오염, 대기 오염, 지구 온난화, 무분별한 동·식물 포획 등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인간이 지구에게 있어 암적인 존재임을 나타내는 사례는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현재에는 코로나 사태는 그것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인류가 위에 열거한 사례들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인공지능에 기댈 경우 어떻게 될까. 아마 영화처럼 엄청난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위험이 매우 커보인다. 인공지능이 축적해온 모든 데이터를 프로그래밍하여 인류가 탄생하기 이전 지구의 환경과 현재의 환경을 비교한 결과 인간이 지구의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결론을 내릴 경우 인공지능은 인류 멸망 프로젝트를 가동시킬지 모른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견해의 회의론자들은 인공지능은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의식도 없고 자유자재로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뇌과학 연구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인간의 두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과 최대 1만 배 정도의 시냅스가 불가해한 메커니즘에 따라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이 전기적 화학 작용이 의식과 기억,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또한 인류가 가장 신성시하고 귀중히 여기는 가치인 자유의지란 없으며 인간은 그저 뇌의 물리적·화학적 작용에 따라 의식과 감정의 흐름에 반응할 뿐이라는 차갑고도 잔인한 연구 결과는 우리의 존재 자체와 의식이 무엇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어쩌면 인간은 우리가 만들어낸 기계와 작동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자 섬칫했던 장면은 모피어스의 동료인 사이퍼가 가상 현실 안에서 스테이크를 썰며 인공지능이 설계한 요원에게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자아 조작 설계를 의뢰하는 장면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영원히 가상 세계에서 머물러 있기를 바라며 동시에 그동안의 모든 현실 세계에서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구한다. 만일 현실 세계에서 당신이 시시각각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하루의 식사는 최소한의 영양가만 보충 가능한 묽은 죽으로 때워야 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인공지능과의 지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상 세계에서 평생 안주할 수 있는 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나라면 어떻게 할까. 장담은 못하지만 파란 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듯하다. 비겁한 나름의 견해를 펼치자면 인간은 누구나 고통은 최소화하고 행복은 극대화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맞닥뜨린 우울의 감정을 떨쳐버릴 수 없어 항우울제를 찾고, 육체적 고통을 없애기 위해 마취제에 의지해야 하며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온라인 세계에서의 아이템 획득과 능력 증대로 풀어내는 등의 선택을 하며 마주한 현실을 도피하려 시도한다. 진실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현실이 고통스럽다면 왜 그 상황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가? 진실이건 아니건 왜 그 의미에 매달려야 하는가?
당신은 빨간 약을 고를 것인가 파란 약을 고를 것인가? 비참한 현실과 마주할지라도 온전히 실제 세계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프로그램이 설계한 가상의 세계 속에서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진 무형에 불과한 데이터로 존재할 것인가. 나의 인생이 그렇게나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대다수는 자연이 설계한 본능대로 가상의 세계에 머물더라도 고통을 회피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빨간 약을 선택하는 행위가 자신의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한다면 그 선택 역시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