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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Dec 13. 2022

[중국기행]실크로드의 꿈, 무인구 사막 드라이빙   

허시후이랑(河西回廊) - 315왕홍국도, 남팔선, 마귀성 그리고 둔황

'오늘은 먼거리를 가게 될테니까 조금 지루할수도 있습니다.'

'식사 할곳도 마땅치 않아 점심도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할것 입니다.'


가이드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뭔가 너무 지겨운 시간이 되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선다. 사실 315국도라는 것은 중국의 인플루언서들에게 핫한 사진찍는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서 핫한 곳보다는 자연 풍경이나 역사쪽에 더 매력을 느끼는 나로써는 그리 크게 끌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결론 부터 말하자면 어쩌면 청해성과 감숙성을 아우르는 여행에서 정말 큰 매력이 있는 곳이고 오히려 이곳 일정을 다음 기회에는 몇일 캠핑 숙박을 하며 지날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겠다고 마음 먹은 곳이다.

   

전체 경로는 거얼무에서 둔황까지 들어가는 길.

한국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주요포인트는 근처의 차얼한염호를 시작으로 315왕홍국도, 그곳을 지나는 남팔선, 야단지모, 마귀성 이런 용어들인데 사실 캠핑 경험이 있고 새로운 자연에 대한 특히 사막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왕홍국도를 드라이빙하면서 그 어느 곳에 차를 대고 쉬더라도 영화속에 나옴직한, 지구가 아닌 어느 행성에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몽골어로 소금호수라는 의미의 '차얼한' 염호 察尔汗盐湖  cha er han yanhu 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소금생산지로 중국내에서도 유명하다. 500억톤이니 1000년은 전세계인구가 먹을수 있다는 이야기는 쉽게 실감이 안되지만 이지역이 대부분 4~10미터 정도의 소금두께(염계) 이고 그위로 도로를 만들었다고 하니 여러면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대단하긴 대단하다는 생각이든다.

소금바다의 특징인 옥색의 바다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에서 조금만 고개 돌려보면 이곳은 생명체가 살수 없는곳임을 짐작할수가 있다.

소금으로 형성된 곳이다보니 생명이 자라기에는 힘든 환경이고 이것은 그래서 날아다니는 새도 없다고. 인간들에게나 소금이다 여러 광물이 가치가 있지만 생명체가 자랄수 없고 생활할수 없는 공간이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소금의 맛은 쓰고 짜고. 바로 뱉어낼수밖에 없다.
‘소금바다의 위’ 라는 의미의 표석
중국 여성분들은 바람에 무언가를 날리는 동작을 되게 좋아하는 편이다

315국도를 진입하면서 가이드와 많은 수다가 이어진다. 칭하이성(청해성) 과 간쑤성(감숙성) 여행을 중국사람들도 꼭 오고 싶어하는 곳이기도하고 많은 의미를 가져가는 곳이라고 한다. 당시 24살의 심천이라는 도시에서만 살면서 대학을 나오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삶이 너무 힘들어서 이곳을 보고 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는데 여행을 마치면서 엉엉 통곡을 하고 울더란다.

(거리상으로 조금 더 떨어진 커커시리 라는 중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티벳의 무인구에는 수면제가 다량으로 검출된 사체들이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즉 자살하기 위해 이런 무인구를 찾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

영문을 몰랐던 가이드는 당황했지만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곳에서 이렇게 힘들게(자연에서) 사는 사람도 있고 다들 열심히 삶을 받아들이면서 사는데 자신은 지금 뭐하는 것인지 스스로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 후회한다고. 그후에 돌아가서 잘 살고 있다는데 그정도의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다 이해할수는 없지만 이곳에 와보면 충분히 이해는 간다. 살기에 좋은 자연환경은 아니지만 그냥 살아간다. 살수 있는 곳을 찾아 유목 생활도 하고 작은 행복에 기뻐하고 정신의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며 사는 삶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인생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사람이 넓어진다.“


행복을 느낄수 있는 가치란것은 단지 물질의 풍요로움만은 아닌걸 머리로는 알아도 이해하는게 쉽지는 않다. 바로 담달 월급이 없으면 한숨부터 나올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비애랄까

차로 쭉 내달리기만 하면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서 지루하다 느낄수있지만 어디든 차를 세워 들어가면 다 각각의 색다른 모습을 볼수가 있다.

여유를 가지고 쉬어가길 추천드린다. 간혹 멋진 사진도 남길수 있으니
끝이 안보이는 무인구를 산책해 보는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315국도는 3000km 정도의 긴 국도인데 최근 sns를 통해서 가장 핫한 장소가 되고 있다. 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함인데 매번 사고의 위험성이 있어서 주의 해야한다. 화물차 같은 경우는 정지가 힘들어서 계속 클랙션을 울리며 지나가기도하고 제동 범위가 길기도 하지만 과열로 인해서 브레이크가 안먹는 경우도 있어서 정말 조심해야한다.

그나마 직선로는 미리 차량이 오는갈 볼수는 있다지만 사진포즈 취하다가 포기(?)하는게 쉽지 않은지 아슬아슬한 광경도 직접 보기도 했다.

사진찍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바로 핫스팟

조금더 이야기하면 중국의 화물차들은 과적이 많아서 차량의 브레이크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경우가 많아 빠른 냉각을 위해 직접 물을 브레이크에 뿌릴수 있는 물총(?) 설비를 갖추고 주행하는 경우가 많다.

달리다보면 화물차에서 바퀴부근 수증기가 엄청난 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걸 심심치않게 볼수 있다.

그리고 이곳은 그런 화물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니 왜 빵빵거리나 천천히 가지 라고 짜증 낼게 아니라 길에서 찍는 본인들이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주의해가면서 인증샷을 남겨야 하겠다.


차량이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남팔선 마귀성. (南八仙魔鬼城 nanbashen moguicheng)

이름만으로도 귀신이 나올것 같지만 8명의 여성지질대원이 이 고비사막에서의 측량을 마친후에 복귀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여 그들을 기리기 위해 남팔선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마귀성은 말그대로 바람이 불면 소리도 귀이하고 철분이 많고 자성이 강해 나침반도 동작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지금처럼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이라면 방향을 잃고 헤메는 일이 다반사였을것같다.


그렇긴한데 경치는 정말 기이하면서도 아름답다. 야단지모 지형 (雅丹地貌 yadandimao,건조한 지역의 풍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지형) 은 표면의 굴곡이 바람의 방향과 평행하게 나타나는 암석으로 오랜 풍화작용에 의해서 기이한 모래 언덕 혹은 암석군들을 볼수 있는데 마치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같다고 할까?


야단지모 지형. 고래가 바다를 힘차게 유영하는 느낌
멋지다와 기괴하다는 느낌이 함께 드는 풍경들

그 옛날 실크로드를 가기위해 이길을 가던 이들은 이곳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고난의 길이라 생각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더 많이 했을테니.


차량은 조심히 접근해야한다. 바퀴가 빠지면 정말 답이 없는 곳

저 멀리 차박 세팅으로 몇대가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게 보였다. 다음번 다시 이곳을 오게되면 이곳에서의 일정을 더 잡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되었다. 온도차와 모래바람은 괴로울수 있겠지만 그걸 견디고 보게되는 일출과 일몰때의 광경을 직접 내 눈으로 담고 싶다는 열망이랄까.

바람을 피하는 위치에 자리잡아 시간을 보내는 캠핑족

당연한 이야기지만 차량 성능도 고려하여야 하고 지형을 잘 보고 차량을 들어가야한다.

광할한 무인구에서 오프로드 차량으로 투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국에서 서역으로 통하는 관문인 란저우에서 둔황에 이르는 길을 허시후이랑(河西回廊 hexihuilang 하서회랑) 이라 하는데 황허강의 서쪽에 펼쳐진 통로 라는 뜻이다. 지도를 보면 위로는 고비사막이 있고 아래로는 기련산맥을 너머 티베트고원이 있다보니 그 옛날 서역을 갈수 있는 길을 다른 대안을 찾을수가 없었을것이다. 지금에야 기차와 도로가 생겨 자원이나 물자의 이동이 되고 차로 여행도 다닐수 있게 되었지만, 이곳을 거쳐 천축으로 다녀온 서유기의 모티브가 된 삼장법사였던 현장법사는 과연 상상이나 했었을까??

물자를 실은 기차와 트럭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모습을 볼수있다.

개발은 지금도 진행중이니 중국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몇년 후에는 또다른 시설물들이 많이 변화 될것이다.

22년 4월에는 둔황과 당진산을 잇는 둔당고속도로가 개통 됨에 따라서 이전에 해발 3648m의 당진산 넘느라고 고생했는데 터널 덕분에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 이전에는 당진산을 내려갈때 큰 트럭이나 버스는 커브구간이 많아서 안전 때문에 일단 면허증을 압수하고 40분 후에 돌려 주면서 출발 시켰다고 하니 시간을 많이 줄이면서 안전하게 둔황으로 갈수 있게 된것이다.

둔당고속도로 2022년 4월 29일에 정식 개통
7527m에 달하는 긴 터널.(아얼진산터널). 둔황 출입시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둔황에 다가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슬비 수준도 안되는 그냥 살짝 흩뿌리는 수준인데 가이드가 크게 놀라면서 한방울에 만원짜리 비 맞으면서 달리는거라고 정말 비가 귀한 동네인데 십몇년을 일하면서도 잘 못봤는데 특이한 경험 하는거라고 말해준다.

여행에 비가 와서 위로하는건가 싶다가도 이런들 저런들 다 좋은 경험이라 둔황의 이런 연무가 낀 풍경 한번 남겨보는걸로 만족해본다.

둔황 강수량은 연간 50mm 도 안되는 중국에서도 가장 비가 없는 지역

이곳이 둔황이다. 라면서 곳곳에 보이는 우아함을 자랑하는 비천상. 둔황을 대표하는 막고굴에서 발견된 벽화의 비천상인데 지금은 둔황의 상징으로 가로등 부터 캐릭터 아이템까지 번화가에 눈이 닿는곳은 무조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긴 시간을 허시후이랑을 달려 드디어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오아시스의 도시인 둔황(敦煌 dunhuang 돈황) 에 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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