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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Dec 25. 2022

[중국기행] 오아시스의 낭만, 명사산 월아천

명사산(鸣沙山mingshashan), 월아천(月牙泉yueyaquan)

눈을 감고 내가 지금 사막이다 생각하면, 뜨거운 사막의 태양아래 그늘을 찾아 걷다가 그림같이 멋들어진 야자수가 있고 그 그늘 옆으로 물이 흐르고 본 적도 없는 향긋한 열대 과일이 수북이 쌓여 있는 오아시스를 상상하게 되는데 이곳 둔황의 명사산과 월아천이 바로 그곳이다.  


지금의 건축물이 상상의 그곳과는 다를 수는 있어도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향하는 서역 원정을 누군가는 걱정으로 누군가는 기대감으로 여러 감정이 교차하면서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던 그곳인 만큼 사막의 야생성과 그 가운데 적막하게 모습을 지키고 있는 초승달 모양의 월아천이 대비를 이루어 신비로움을 일으키는 장소인 만큼 실크로드 둔황 여행에 있어서 랜드마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명사산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은 주로 사막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상상력, 그리고 그 가운데 적막한 분위기를 담은 월아천의 이미지를 즐기는데 , 중국 사람들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사진촬영. 머 다들 하는 사진촬영이다 싶긴 한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요 소재는 이곳 둔황의 막고굴 석굴에도 자주 볼 수 있는 비천상이다. 둔황이 비천상이 메인 캐릭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중국인들의 비천상에 대한 로망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어찌 보면 우리네 경복궁을 관광할 때 한복을 대여해서 입고 다니면 추억에도 많이 남고 역사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입구에 여러 샾에서 옷을 대여하고 화장을 할 수 있다. 사막을 배경으로 사진촬영 예약도 가능하다.

비천상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주로 여성분들이 사진의 주요 피사체이다.

이상하리만큼 붉은색이나 황금색 계통의 스카프나 얇은 겉옷이 바람에 날리는 분위기를 찍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인 만큼 우아한 모습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옷차림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

사진작가까지 시간으로 서비스를 예약하고 사진 찍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사진 찍어 주느라 하루종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애정을 확인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중국은 중간이 없는 듯,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정말 나쁜 남자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직접 본 적은 없지만) , 애인의 가방 드는 것부터 집안 청소, 요리 그리고 사진기사 역할, 사진이 잘 안 나오면 혼나고 , 더우면 부채 부쳐주고 짜증 다 받아줘야 하고 목마르면 따뜻한 차 대령해야 하고 너희도 쉽지 않은 청춘을 보내고 있구나 싶다. 중국도 성비 불균형 문제에 결혼 시 비용도 남자 쪽에서 많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고 성공한 남자에 대한 선호가 극명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 같기도 하지만 왠지 웃픈 현실이다. 물론 애정이 깊고 다정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보호자와 양껏 선녀 치장을 한 자녀, 그리고 사진기사 조합

 

바람에 나부끼는 옷자락과 넓은 사막,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모습이 이곳이 관광지가 맞는구나 생각이 든다. 계속 스마트폰을 들고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비파 연주나 콘셉트를 독특하게 잡고 많은 준비를 해서 추억 한 장을 남기게 된다.

비용은 계약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옷만 빌리는 것은 시간에 따라서 2~300 RMB정도면 되는 듯하고 화장에 옷하고 촬영까지 하고 포토샵까지 10여 장 결과물 제공받는데 평균적으로 500 RMB ~1200 RMB 정도 라고 하니 오아시스의 추억을 남기고 싶으면 과감히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저런 날개옷들을 둔황敦煌 의 비천 飞天 feitian 계열의 옷이라고 하는데 다른 콘셉트 의상보다는 비용이 조금 더 비싸다니 참조하면 좋겠다.  (飞天 feitian : 비천, 천녀,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상상의 선인)

다들 비천 복장을 하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데 열중이다.
[출처:바이두검색] 약간의 민망함을 무릅쓰고 시간을 들인다면 인생 사진을 이곳에서 만들수 있다.

사막이라 하면 역시 낙타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곳의 주요 관광 상품이기도 한 낙타 사막 투어 체험 코스다. 일행이 있다면 인원에 맞춰서 타면 좋은데 그야말로 그런 선택권 없이 타야만 한다. 가족으로 와도 한 명 앞에서 끊기면 다른 일행의 낙타를 타야 한다. 외국인에게만 그러나 싶었지만 가만히 보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요령 있게 함께 타던지 아니면 미리 경우의 수를 마련해 놓고 짝을 맞춰서 타는 게 좋겠다. 아이의 경우는 함께 앉아도 되기 때문에 안전이 걱정된다면 그냥 부모가 함께 타는 게 나을 것 같다.  

낙타들이 대기하는 곳. 이곳에서 순서에 맞게 타는데 일행과 나눠 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워낙에 낙타 행렬이 길기에 신호등도 만들어 두었다. 가는 길에 사진 스폿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줄 때 포즈를 취하면 나중에 찾을 수 있고, 잠시 멈추어서 사진을 찍어 준다고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대신 받아 찍어주면 나중에 내릴 때 wechat을 통해서 돈을 지불하면 된다.

낙타를 타는데 100 RMB 비용에 중간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어주면 20 RMB를 내야 하고, 나중에 사진 스폿에서 찍어준 사진을 찾으면 20 RMB니까 그냥 맘 편하게 140 RMB 내겠거니 생각하고 맘 편하게 즐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낙타 통행을 제어하는 신호등
그림으로 그려 놓은 듯한 명사산의 모습

낙타를 타면 처음에는 생각보다 높은 높이와 흔들림에 손에 힘이 꽉 들어가게 되는데 그것도 잠시 금세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줄을 놓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꼭 쥐고 주변을 살펴보면서 가는 시간을 가져 보면 옛날에 정말 이렇게 낙타들이 줄을 지워서 사막을 건넜겠구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걸어가서 어느 세월에 죽음의 땅이라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서 저 먼 서역땅까지 갔을까 싶다.

백패킹을 하면서 일본이나 유럽에 팀을 짜서 나갈 때 해외 원정이라는 말을 간혹 쓴 적이 있다. 원정이라는 말에서 주는 특유의 도전의식도 있지만 먼 곳으로 떠난다는 의미 때문에 사용하고는 했었는데 이건 머 이런 사막을 낙타 혹은 걸어서 몇 달, 몇 년이 걸려서야 비로소 목적지에 도달했던 실크로드의 주인공들에 비하면 정말 옹색하기 짝이 없는 단어의 활용이 아니었나 싶다.  

생각보다 높은 높이에 놀라긴 하지만 느긋하게 즐기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탈때와 내릴 때는 주의해야 한다.

무슨 의도로 이런 구조물인지 차량인지를 만들어 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끊임없이 변화하고 때로는 가혹한 대자연 앞에서 낙타보다도 못한 게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연료가 없거나 차량의 구동성능이 충분치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닌가.

그래도 더 좋은 차로 더 잘 준비해서 도전하면 되겠지?라고 생각 하는 게 인간이기도 하니 순응하며 적응하는 것과 극복해 내어 도전하는 것 모두 인간의 본성이겠다 싶다. 낙타 등에 몸을 기대 나는 순응형일까 도전형일까 하는 생각하는 여유를 부려 본다.

그늘을 볼 때마다 쉬어가고 싶은 만큼 그늘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말이 통한다면 낙타꾼과 이야기를 해서 독특한 포즈를 남길 수도 있다. 물론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이 모습이 이천 년 전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명사산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이 명사산을 낙타와 혹은 다른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오른쪽은 월아천을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가 나온다.  명사산 모래 위로 사다리로 만들어 놓아서 밟으면서 걸어갈 수 있게 해 놓아 자연스럽게 줄지어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딱히 오르는 길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사다리 길을 이용해서 올라가는 편이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오르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관광지 입구에서 판매하는 간이 썰매를 사서 타는 아이들도 있고 (생각보다 잘 파손되어서 군데군데에 버려진 것을 볼 수 있다.) 한번 탈 때마다 20 RMB를 내고 롤스로이스급 나무 모래 썰매를 탈 수도 있다. 생각 보다 스피드는 빠르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 문제는 월아천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내려가면 무조건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점 ㅋㅋ. 올라오는 방법은 튼튼한 두 다리 밖에 없기 때문에 애들 몇 번씩 태워 주려면 난감하다.

특히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아래 매표소에서 결제 시스템이 고장 나서 위에서 타기 직전에 관리자에게 wechat으로 비용을 결제해야 돼서 어쩔 수 없이 고생을 했다. 머 그래도 애들만 재미있다면야.

나무로 만든 모래 썰매. 20 RMB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상 느낌보다 체감은 훨씬 높은 느낌이 든다.

오르내리는 건 사다리 길이 아니더라도 특별히 제지하지 않기 때문에 금세 모래의 특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익숙하게 오르내린다. 특히 애들은 체력이 끝이 없는 것처럼 올랐다가 내렸다가 굴렀다가 누웠다가 그냥 계속 뭔가를 한다. 반면에 연인들이나 친구끼리 온 사람들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역시나 사진에 열중하면서 어두워 지기를 기다린다.

참고로 사막 위를 장화를 신는 사람도 있고 모래가 묻을까 매트 같은 것을 깔고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정도로 만만한 사막의 모래가 아니니까 온도 때문이 아니라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중에 모래를 털 생각을 하고 옷이나 신발에 모래 끼는 걱정을 내려놓으면 좋겠다.

일생에 몇 번이나 있을지 모를 사막의 풍경, 야경을 괜한 깔끔함으로 망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단 전자제품, 특히 카메라는 많이 조심해야겠지만.

애들은 걱정말자. 우리의 생각 보다도 더 훌륭하게 적응할 수 있으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명사산 사막 언덕에 앉아 월아천 야경을 기다린다.  

갑자기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서 일제히 웅성 거리기 시작한다.

2~3천 년간 물이 줄지 않고 샘이 솟는 사막의 오아시스, 둔황이 사막으로 변하자 선녀가 눈물을 흘려서 생겨 났다는 전설이 있는 초승달 모양의 월아천이 드디어 밤을 맞아 불을 빛내니 사람들이 작은 환성과 함께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주변의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하는 건지 방송을 하는 건지 목소리가 격앙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해가 살짝 가린 시간 불이 들어온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월아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날이 점점 어두워 지면서 잠시 달아오른 분위기는 차분해지고 이제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듯이 다들 말수도 적어지고 멍하니 바라보면서 온전히 오아시스 월아천의 신비로움에 빠지게 된다. 고대에 실크로드를 건너온 혹은 건너갈 누군가는 멀리서 사람들이 모여 있을 것 작은 불빛 하나를 보고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그 시절의 감정을 상상하며 반응하고 있자니 눈앞에 영화가 펼쳐지는 느낌이다.


실제로는 그리 크지도 않은 월아천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지금의 모습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가미한 것임을 알고 있는데도 자연환경과 더불어서 몇천 년에 걸친 실크로드의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보니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다만 이런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는 , 천년 간 마르지 않던 물이 근 100년도 안 되는 역사상에 현재는 둔황지역 관개농업의 발달등으로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 오아시스가 마르고 있어 물을 끌어 인공적인 방법을 통해 월아천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개발이냐 보존이냐 하는 고민을 이제는 심각하게 해야 할 때다. 혹자는 굳이 그렇게 인공적인 방법을 통해서 값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샘물을 유지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도 제기 하고있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사막속 한줄기 빛과 같은 오아시스 월아천의 미래가 밝지 만은 않다.  

청대의 건물이 66년 문화혁명 때 허물어지고 다시 1990년에 복원된 건물. 이제는 아픔 없이 오랜 시간 보존 되면 좋겠다.

실크로드의 도시 둔황에서 막고굴이 인간의 역사와 지혜의 보고라면 , 명사산 월아천은 자연이 남긴 둔황의 보물이다. 천 년 전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샘물에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면 앞으로 천년 간은 풍경 그대로 잘 유지되어 삶에 지친 사람들이 거친 사막 속 기적과도 같은 이곳에서 오아시스의 로망을 느끼고 고단한 삶에서 힐링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10년 20년 후에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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