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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Jan 27. 2023

[중국기행] 실크로드의 정수이자 인류의 보고, 막고굴

둔황 막고굴(莫高窟 mogaoku)

만약 여행의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주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 같은 인류의 역사가 숨 쉬는 박물관을 갔을 때 그 규모와 역사의 흐름 속에 남겨진 문화재에 너무나도 놀랐었던 기억이 있고 그와 더불어 인문학적 지식이 높지 않으니 딱 아는 만큼, 거기까지의 감동만 받을 수 있는 한계를 경험한 적이 있어 이번 실크로드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둔황의 막고굴은 척박한 자연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박물관이라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읽어보고 간 터라 그 기대가 더 했다.    


막고굴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당일 매표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 예전에는 여러 장을 사서 되팔이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하루 6000명으로 관람객 제한을 하고 신분증 제도로 1 사람당 1장의 표만 구입이 가능하다. 예약을 못한 경우를 위해 임시표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임시표는 2군데 굴만 들어가서 볼 수 있고 그나마 사전에 보는 영화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꼭 예약이 필요하다. 

막고굴 관람을 위해 먼저 막고굴디지털 전시센터에서 영화(?)를 보게 되는데 안내 문서에는 한국어 더빙 지원되는 이어폰이 있다고 했서 안내하는 2~3명에게 요청해 보았지만 한국어도 영어도 더빙 시스템이 없다고 해서 조금 실망이었다. 이때만 준비가 안 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겠다.

첫 영화를 마치고 나면 3D 영화를 보게 되는데 360도 천장까지 활용하여 보는 자료 영화라서 너무 외곽에 앉으면 목이 아플 수도 있으니 조금 일찍 입장해서 중앙에 앉는 것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약 10분 정도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사람들이 줄 서있는 곳에 가니 한국인은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가 따로 있다고 조금 기다려 달라 하더니 다른 한국인 그룹과 함께 가자고 한다.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과 중국에 출장으로 왔다는 분 한분이 함께 해서 5명과 가이드 이렇게 출발하게 된다.  

줄을 서고 있는 현지인들. 한국인 등 외국인은 별도로 전담하는 가이드가 있어 그룹을 만들어 출발한다. 

가이드는 한국어를 배웠지만 잘 못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시작했는데 전체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한국어로 외워서 반복한다는 느낌이고 단어 사용에 있어서 현재의 한국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섞이다 보니 제대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한국인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라 감사하면서 관람을 시작하였다. 가이드는 출발하기에 앞서 사진 촬영은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하고 관람객들의 상황에 따라서 주요 관람굴 이외는 조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보게 된 굴은 막고굴 석굴 중 가장 유명한 북대불이 있는 96 굴과 둔황문서가 발견된 16굴을 포함하여 총 8개의 굴을 볼 수 있었다. (96굴, 16굴, 202굴, 204굴, 148굴, 237굴, 244굴, 251굴)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답답한 맘에 외부만 찍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지 않아 비교적 여유 있게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비천상도 고대에는 상반신 옷이 없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지금의 잘 알려진 의류로 변천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양식의 변화를 볼 수 있어 더욱 가치가 있는 막고굴이다.   

굴 안의 담벽뿐 아니라 담벽에서도 비천상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바이두 검색. 여러 시대의 특색있는 양식을 볼 수 있는 막고굴]

96 굴 9층 누각은 막고굴에서 가장 큰 불상으로 유명한 북대불이 있는 곳이다. 중국에 와서 큰 불상은 많이 보았지만 굴 안의 공간에 이렇게 크게 있으니 달리 보였다. 지속적으로 수리 보수가 이루어졌지만 청나라 때 크게 보수가 이루어졌고 1939년 지진 때문에 손이 떨어져서 다시 수리를 했다고 한다. 긴 시간 사람의 왕래가 없던 시절 자연 속에서 지켜졌던 유적이 근현대사에 와서 노출이 되면서 훼손되지 않도록 앞으로 잘 지켜지기를 바라본다.      

제96 굴 9층 누각

제96굴 대불 손이 떨어졌던 것처럼 1300년 전 수나라로 추정되는 204굴의 석가모니도 손이 떨어져 있어서 불상은 손 부위가 취약한 것 같기도 하다. 202굴은 미륵세계를 표현하고 있는데 미륵세계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 중에 그곳에서는 수명이 엄청 길고 그래서 여자는 500살이 넘어야 시집을 간다고 하니 이게 정말 제대로 의미가 나에게 전달이 된 건가 의구심이 들었다. 26미터의 대불은 사람의 손이 많이 타기도 하고 새가 집을 지어서 거의 10년간 수리 중이라고 한다. 

막고굴 표지석이 9층 누각 옆에 위치하고 있다. 가이드와 함께 지정된 굴을 찾아 관람하는 인원들.


보수한 시기가 달라 벽의 재질이 다르다. 

각 굴은 시대에 따라서 관리 번호가 달라 벽에 여러 개의 번호가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람을 했던 237굴의 경우는 1908년도 프랑스인 폴 펠리오에 의해 번호가 매겨진 소위 말하는 '펠리오 넘버'인 P84, 1940년도 다시 쓰인 53, 그리고 1970년도에 쓰인 237번 이렇게 3개의 번호가 쓰여 있다. 이 정도로 대규모의 유적에 번호를 매기는 건 당연하지만 그 시작이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대량의 유물을 해외로 빼돌린 폴 펠리오라니 참 아이러니 하다. 

역사란 것이 상대적인 것이라 폴 펠리오가 없었다면 이런 역사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었을 테고 우리도 왕오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발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소중한 문화 유물이 약탈자의 손에 의해 타국에 반출되었음에 울분을 느끼기 충분하다. 

260, 209로 굴입구에 각기 쓰여 있다. 굴 안에도 분류를 위해 표시하기도 하였다.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파손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148굴은 누워있는 불상을 모신 곳인데 이곳을 설명할 때 가이드가 저 먼지가 천 년 전부터 쌓인 먼지라서 보호되고 있는 거라 청소를 안 하고 있는 거다라고 굳이 설명을 하는 거 보니 높은 누군가에게 청소 안 하냐라는 질문을 받았던 건 아닐까? 

지금 여느 고대 유적지와 같이 이곳도 계속 유지보수를 위한 공사는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계속 제대로 된 관리를 통해서 인류의 보고이자 실크로드의 정수인 막고굴이 후세에도 잘 유지되어 전달 됐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16번 굴을 탐사하며 우연히 발견된 수많은 보물 같은 문서가 밀봉되어 있었던 제17굴처럼 아직도 비밀 속에서 잠들어 있는 또 다른 굴을 발견하고 새로운 진실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잘 정리되어 진열된 유물을 보는 것과 달리 자연 속에 수천 년에 걸친 문화 유적이 있고 그것이 실크로드라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찰나와 같은 시간을 스쳐 지나갔을 누군가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모자란 인문학적 지식에 대해서 더욱 갈구하게 된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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