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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Jan 28. 2023

[중국기행] 만리장성의 서쪽 끝 가욕관

감숙성 가욕관 (嘉峪关 jiayu guan)

가욕관(嘉峪关 jiayuguan)은 중국 관광지중 가장 높은 등급인 5A 등급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만큼 군사 요충지이자 오아시스 도시로서의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장소로 만리장성의 수많은 관성 중에 보존이 가장 잘 되어 있어 명나라 때 지어진 그때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가욕관은 하서주랑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역으로 향하는 주요 관문이었다. 

한나라 시절 양관의 밖을 나서면 서역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면, 가욕관이 지어진 명나라 때는 이곳 가욕관을 나가면 서역이니 한나라를 거쳐 명나라 때는 땅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교역의 중심지임과 동시에 국경지대다 보니 투루판등 여러 세외국과 전투도 자주 있어서 관문이 3중의 성으로 건축되는 등 군사적인 목적이 더욱 크다 하겠다.  

성벽에서 보는 해지는 광경은 무협영화 속 한 장면이 생각날 만큼 일품이다. 

토벽으로 된 외성은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고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실제로 적을 막기 위한 목적을 아직도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성벽을 쌓는 노하우가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토성축조에 사용할 흙에 볏짚등을 섞어 견고하게 만들었다 한다.

여러 건물 중의 하나인 일종의 연극무대로 청나라 건륭제 57년(1792년)에 다시 개보수한 건물인데 천장의 장식이 인상 깊었다. 건곤감리가 포함된 8괘와 음과 양의 문양이 천장에 표현되어 있는데 아마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태극기가 생각나지 않았을까?    

그 시절 연극등을 볼수 있었던 무대의 천장에 8괘와 음양이 표시 되어 있다.  

천하제일웅관 이라고도 불리는 가욕관 동문. '천하제일'이라는 의미에 웅장하다 혹은 강력하다, 웅대하다 힘이 있다는 의미에 쓰이는 '웅'까지 붙인 거 보면 이름이 좀 광오한 듯 하지만 성루 건물이 이 척박한 환경에서 지어졌다는 것은 대단하다 할 수 있겠다. 

성벽에 올라보면 성내의 위치와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성벽을 거닐며 성내, 성외를 천천히 보아야 이곳의 제대로 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서역과의 통행을 위한 일종의 비자를 발행해 주는 곳을 재현하였는데 이곳을 지키는 관장님이 중국 왕홍(틱톡)에서 인싸 관장님이라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날은 볼 수 없었다.    

통로를 지나는데 가이드가 바닥을 자세히 보라고 한다. 뭐가 또 특별한 게 있나 싶어 보는데 반들반들한 돌바닥 말고는 발견을 못하고 있는데 저 바닥이 만들어진 후로 수많은 시간 동안 마차가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마차 바퀴 부분이 조금씩 닳아서 홈이 파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딱 마차만큼의 폭이 자연스럽게 닳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수레가 지나간 역사의 흐름이 느껴지는 바닥

만리장성 동쪽 끝인 산해관(山海关 shanhai guan)이고 서쪽끝이 바로 이곳 가욕관인데 진시황이 처음 축조한 이래 명대 만리장성의 총길이는 대략 6,300km까지 개축된 이 길이의 만리장성을 증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원이 긴 시간 동원되어 만들어졌을까 생각하면, 축조하기 위해 흘린 노동자의 피와 땀의 무게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둔황의 막고굴이나 양관 같은 곳은 남아 있는 유적의 흔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 시대의 광경을 눈앞에 그려야 한다면 가욕관은 (보수를 하고 재현을 하고 했겠지만) 비교적 형태를 갖추고 남아 있는 유적이 많아 영화나 소설에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약간의 상상력만 더 한다면 좀 더 디테일한 그때의 생활이나 전쟁 상황들을 조금 더 쉽게 그려볼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된다. 

고향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보초를 서는 병사의 설산 위 구름들 사이로 해지는 모습에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을 거고, 성벽 위를 걸으며 주변의 고비 사막과 기련 산맥을 바라보면서 호연지기를 키우는 젊은 청년과 서역을 향한 아련한 꿈을 꾸기도 했을 노병들이 좀 더 쉽게 눈에 그려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사막을 지나 실크로드를 걷고 만리장성이 만들어지는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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