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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Jan 29. 2023

[중국기행] 그랜드캐년은 중국에도 있다. 평산호대협곡

장액 평산호대협곡(平山湖大峡谷 pingshanhu daxiagu)

칭하이 성과 간쑤 성을 가로지르는 하서회랑 실크로드 루트를 계획하면서 가장 우선순위에 둔 것은 사막과의 만남이었고 다음으로는 둔황의 막고굴 같은 유적지에서 역사적인 지식을 몸소 느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정 중에 있었던 빙구단하가 산사태로 폐쇄되었다고 해서 차선으로 선택했던 평산호 대협곡이다.

전부 장액국가지질공원으로 비슷한 풍경을 보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 생각해 큰 기대가 없었고 사전 지식 또한 없었기에 그냥 잠시 지나가는 일정 정도로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이 되었다.


이곳은 장액국가지질공원에 속하는 곳으로 중국 4A급 풍경구로 지정되어 있다. 입장료는 셔틀버스 사용금액까지 해서 130 RMB이며 공원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약 15~20분 정도 걸려 내리면 이곳 전망대에서 풍경을 구경하거나 트레킹을 할 수 있으며 일정을 마치면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입구로 돌아오는 코스로 운영된다.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경관에 감탄이 먼저 나온다. 오랜 시간 자연의 퇴적과 풍화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기이한 색상과 형태로 그야말로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눈앞에 걸릴 것 없는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중국인들이 이곳을 이야기할 때 장가계와 다를 바가 없다던가 중국의 그랜드캐년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멀리 봉우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제2전망대로 가다 보니 기이한 형태의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일부러 만든 건가 싶은 커플 형상이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내문으로 영문명으로는 ‘Lover’s peak (情侣峰 qinglufeng)이라고 나와 있다.

혼자만의 기우인지 모르지만 머리부위가 아슬아슬한 게 몇 년 혹은 십수 년 후에는 떨어질 것 같이 불안한 게 커플의 숙명 같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유명한 포토씬 중에 하나라서 커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본격적으로 협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사실 그랜드캐년과 비교하기는 하지만 여러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어 트레커들의 일정에 따라 길게는 며칠씩 트레킹이 가능한데 비해서 이곳의 트래킹 코스 자체는 단출한 편이다. 코스도 3갈래로 나눠지긴 하지만 제일 긴 코스로 다녀오더라도 성인기준 3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나마도 이날 비슷한 시간대에 방문한 몇 팀 들만 보더라도, 전망대만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돌아간다던지, 트레킹을 시작하다가 계단 내려가서 협곡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이내 다시 돌아간다든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중국에서 트레킹이라는 문화는 여행의 목적이라기보다는 관광 중에 지나가는 작은 이벤트 정도로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은 멋진 장소가 있더라도 장시간 트레킹, 혹은 숙박/야영과 연계된 트레킹코스는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고 특히 등산도 대부분의 유명산들은 케이블카를 통해 이용하고 일부 걷는 구간도 포장이 완료되어 계단을 통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도록 개발이 되어 있다. 단시간에 주요 메인 디쉬만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자연 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걷는다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성향의 사람들은 아직은 중국 트레킹이 조금 아쉬울 수밖에.

깎아지른 암석 군에 감탄하며 협곡을 들어서면 비가 오면 더욱 붉게 보이는 붉은색이 감도는 단하지모 지형의 특성상 붉은 색이 선명하게 나타날수 있는 비 오는 날 오면 어떨까 라는 상상과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운 순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자꾸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게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 카메라셔터를 누르게 된다.

가장 빨리 목적지로 갈 수 있는 일명 사다리길에 도착하게 되면서 이리로 빠질지 혹은 좀 더 걸을지 고민하게 된다. 사다리길은 한 몸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지나서 직각으로 나 있는 사다리를 올라가면 출구가 나오게 되는데 약간의 스릴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걷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면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사다리길은 구경만 한번 해보고 다시 나와 트레킹을 위해 좀 더 둘러서 걸어가는 길을 추천한다.  

그렇게 길을 가다 보면 낙타가 대기하고 있는데 사실 저곳에서 과연 낙타를 타려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다. 낙타를 타본 적이 없어 타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한 번쯤 타보아도 좋겠지만 실제로 그리 긴 거리를 가지 않기 때문에 체력이나 다리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쳐도 좋겠다.  

협곡길을 다하고 계단을 다시 오르게 되면 트레킹 코스는 마치게 된다. 실제 걸은 거리는 약 6km 남짓. 원래 루트에서 조금씩 이탈해 가며 사진도 찍고 여유 부린 것을 생각하면 적당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인 6킬로 이내 코스이고 아이들이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업히거나하지 않고 스스로 걸을 수 있고 가벼운 등산이나 트레킹 경험이 있는 편이어서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2시간 20분 정도 소요 되었다. 가이드 말로는 조금 빠른 편이었다고 하니 사진 찍고 즐기는 여유 부리면서 걷더라도 3시간 정도 계산하면 될 듯하고 함께하는 인원의 상황에 맞게 시간 예측을 하면 되겠다.


 

평산호 대협곡은 사실 중국 내에서도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장액국가지질공원으로 함께 관리되고는 있지만 칠채산과 함께 다른 곳의 볼거리도 비교적 풍성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빠지는 듯하고, 단체로 여행하는 경우 트레킹을 하게 되면 인원이나 시간을 제어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나에게 있어서는 미국 그랜드캐년의 기억을 끄집어낼 만큼 전망대에서의 광활한 풍경에 반할 수밖에 없었고 칠채산을 통해 유명해진 붉은색 사암이 풍화와 퇴적을 통해 단층화된 단하지모 지형을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걸어보고 만져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아 개발이 잘 된 칠채산 보다는 조금은 투박한 듯하고 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이기에 더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2~3시간 정도의 짧은 트레킹이라 아쉬움도 많이 남긴 하지만 다음번 방문할 때는 또 다른 코스가 개발되어 좀 더 긴 시간 머물러 있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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