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패커 에지 Jan 30. 2023

[일상에세이]동장군 바람소리에도 조심하는 인사발령

눈 밑 다크서클은 이제 그만.

인사발령의 시기이다. 각 회사들은 해당 연도의 결과물에 따라서 고과를 메기고 이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혹은 중장기 목표에 따라서 귀족이라 불리는 관리자급의 인사발령을 한다.


이번에는 몇 년간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던 또 그만한 능력으로 나름의 결과물을 도출한 네임드 분들이 조용히 집으로 가셨다. 당연지사 이제 줄줄이 그 밑으로 새로운 진영을 짜기 위해서 변동이 있고 그런 변화들은 우리 같은 평민에게도 크든 작든 조만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변화의 발표도 없는데 벌써 기존 방침, 방향과 다른 업무 지시를 내리면서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이렇게 해야해 라고 발 빠르게 새로운 기회의 끈을 잡아보려는 형님들의 노력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 일까 걱정도 된다.

원래 권력의 구조가 바뀌면 위에서는 바뀌었기 때문에 무언가 변화를 내세워 자신의 존재를 돋보이려 하고 중간에서는 사실 위에서 어떤 정확한 가이드나 지침이 오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알아서 해석하고 과잉 행동을 하면 이제 죽어나는 아랫것들은 몇 년 전 몇 달 전 혹은 며칠 전 작업한 보고서를 다시 입맛에 맞게 재탕해서 만들고 이래저래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술자리에서 한잔 하며 푸념할 때 ‘우리는 부속품일 뿐이다.’ ‘왼팔 오른팔이 돼야 존재감이 있지’ 이런 류의 이야기도 요즘은 잘 공감이 안간다.

우리 같은 존재는 그냥 머리카락? 혹은 몸의 털? 아니면 손톱? 아니면 몸에 든 액세서리나 옷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쩌다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으면 한동안은 유지하지만 유행이 지나면 바꾸는 게 사람마음이고 염색도 해봤다가 짧게도 해 봤다가. 머리카락이라는 게 계속 잘라도 새롭게 자라니 시간이 문제일 뿐. 새로운 인원은 계속 보충되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머리 쓰는 걱정보다 부지런히 손과 발을 움직여 발 빠르게 대처해서 인정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

직장은 전쟁터지만 나가면 지옥이라는 유명한 대사처럼 지레 겁부터 먹고 어떻게든 붙어있으려는 노력의 일환이겠지만 나름 산전수전 겪었다 생각하는 나도 이럴진대 현실적인 사고를 지닌 mz세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인의 삶이란 게 이리저리 치이는 게 숙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소주 한잔에 신세한탄하고 미생의 삶이라도 잘 연명하자 다짐하고 서로 힘을 북돋아 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작은 다짐을 한번 해본다.


내가 그렇게 겪었다고, 그걸 그대로 후배내림은 하지 말자는 것. 조금 솔직히 말하면 내려오면 내려오는 데로 피할 방법은 없으니 생존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자발적인 정치성향을 띠기 위해서 소위 미리 오버하지는 말자는 것. 그냥 내 앞에 주어진 일. 그리고 상관의 업무지시를 열심히 수행하고 잘못된 , 두 번 일하는 일을 위한 일 혹은 보고를 위한 보고 같은 지시는 소심하게라도 이야기해 보는 것. 핑계 겸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곳저곳에서 비합리적인 업무명령이 오더라도 정신건강을 위해 그래도 이유가 있겠지라고 마음 한번 가다듬고 “나도 몰라”가 아니라  “같이 해보자 ” 로 후배와 같이 고생하고 같이 한잔 할 수 있는 선배가 돼야 하겠다.


상관이 바뀜에 따라 불필요한 보고나 내용은 같은데 방향성만 다르게 재보고 하는 악습을 싹 끊어낼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은 바뀌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조금이니마 선배들인 우리가 “나 때는~~ ” 으로 너무 억울해하지 말아야겠다.


암튼 이번에 불어오는 본사발 동장군 바람은 우리 레벨에서는 미풍으로 끝나 눈 밑 다크서클이 더 이상 내려오지 않기를 바라본다.


출처 : 네이버검색



작가의 이전글 [중국기행] 그랜드캐년은 중국에도 있다. 평산호대협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