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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Feb 01. 2023

[일상에세이]꼰대인건가….

멋진 어른이 되는길은 멀고도 험한

“아니 이런 것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돼? 이일을 지금까지 끌고 오면 어째”라는 애써 짜증을 감추려 해도 아마도 전해졌으리라 내 짜증이. 꼰대스러움을 노력해서 감추려 해도 일하고 직결되면 몇 번씩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피곤할 수밖에 없어서 스멀스멀 꼰대력이 피어남을 아마 듣는 친구도 느꼈을 것이다.

일을 접하는 태도가 건성인 친구에게 태도문제를 삼으면 괜한 반발만 있다는 것을 경험 삼아 알고 있어 팩트와 일로만 이야기하려 노력해도 아직 멀었나 보다.


꼰대력을 생각하니 기억나는 2명이 있다.

한 명은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쓴소리를 해주신 분이다. 첫 회사에 프로그래밍 업무로 입사해서 모든 게 신기하고 나름 열정 넘쳐서 첫 출근일부 터 선배들 퇴근시간에 맞춰 10시, 11시 늦게 퇴근하면서 실제한일은 없어도 뿌듯함을 느낄 때였다. 뭔가 이제 어딘가에 소속된 직장인이구나 싶기도 하고 돈도 번다는 사실이 마냥 기쁠 때였다.

며칠 지나 선배들의 신입사원에 대한 관심이 식어 내 몫을 해야 할 시점에 주변의 선배들은 소스 코드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개발을 하고 있는데 귀에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작업을 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그래서 데스크톱 컴퓨터에 지원부서 동기에게 부탁해 사운드카드를 끼고 이어폰을 연결하고 (지금은 상상도 못 할 구식이긴 하네) 드디어 음악을 트는 순간 캬아. 한 사람 몫을 아직 못하는 신입상태였지만 뭔가 스스로 뿌듯하고 멋져했던 것 같다. 음 그래 이게 뭔가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프로그래머지라고 리듬 타고 있을 때 지나가시던 과장님이 이어폰을 뽑으시더니 “지금 이어폰 끼고 코딩할 수준이 되나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이내 차분히 주변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아직은 스스로 업무량을 조절해서 프로그래밍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난 뒤 듣는 게 좋겠다. 그리고 다른 선임들도 주변 소리가 들릴 정도의 볼륨으로 듣는 거다라고 설명을 해주시니 혼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구나 했다. 꼰대력을 쓰셨지만 나에 대한 감정 섞임이 아닌 그냥 담담하게 할 말 하셔서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이분은 나중에 다른 인원이 왔을 때도 한결같이 그러셔서 그래도 충고를 해주는 어른이구나 싶었다.


또 다른 한 명은 다음 회사에서 만났는데 이때는 제법 일도 해내고 열심히 할 때인데 차분히 앉아 업무를 볼 때 힘이 없는 색머리라 앞에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걸리적거려서 앉은자리에서만 잠깐 앞머리를 올리는 검은 철사처럼 된 머리띠를 했다. 요즘은 직장인 남자도 묶은 꽁지머리도 간간히 볼 수 있는데 mz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그때만 해도 긴 머리가 지적당하기도 했다. 머 그 정도로 긴 머리는 아니었는데 이 사람이 그날 기분이 안 좋았는지 머리띠를 한 순간 너는 그딴 식으로 일을 하냐부터 머리띠를 끼고 일을 하면 일이 되겠냐 당장 자르고 와라 소리를 지르는데 이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 할지 멍했다. 죄송합니다  하기에는 멀 그리 잘못했나 싶고 그래서 머리 자르러 갔다 오겠습니다 하기에는 당돌해 보일 것 같고. 그냥 머리띠 빼고 숨죽이고 일하다 와서 저녁에 바로 이발을 했다. 웃기는 건 나중에 본인과 학연으로 친분이 있는 후배가 입사했는데 단발머리던데 잘 데리고 디니더라고. 내참 싫으면 그냥 내가 싫다 하지 태도를 운운하나 싶었다. 그 회사와는 짧은 인연으로 마무리하고 전직을 하게 된 후에 들은 소식은 역시나 잘렸다고 한다. 잘려서 나가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욕하다 나름 알아봐서 협력사로 가기로 한 것도 취소당했다고 하니 결국은 인과응보고 개인의 인성 문제가 있던 사람이었다.

사실 두 명 다 내게 말한 내용만으로는 다를 바가 없는 꼰대력이 있지만 누군가는 모르는 걸 가르쳐준다는 느낌을 주게 소통하였고 그러다 보니 지금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거리낌 없이 연락해서 소식도 전하고 있고, 누군가는 그냥 짜증의 배출구로 꼰대력을 발산하는 바람에 모두가 싫어하는 꼰대가 되어버렸다.


사실 누구나 정답은 알고 있다. 잘 지켜지지 않을 뿐이지. 내일은 나의 꼰대스러움을 느꼈을 그친구하고 차한잔 하면서 다시 차분하게 이야기 해봐야겠다.


하얼빈 라오다오와이 중화바로크거리에서 만난 꼰대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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