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패커 에지 Feb 12. 2023

[중국기행] 붉게 물든 노을 같은 풍경, 칠채산

장액 칠채산 (张掖 七彩山 zhangye qicaishan)

둔황과 란저우, 고대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였던 하서주랑의 중간 위치 정도에 있는 장액은 이전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곳이었다고 한다. 홍콩의 한 사진전에서 칠채산 일몰 사진이 출품되자 합성사진일 거라는 말에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을 찾은 사진작가들에 의해 존재가 확인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알려지게 된 곳이다.


워낙 인상적인 색감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보니 유명세가 점점 더해지면서 장액단하국가지질공원 (张掖丹霞国家地质公园 zhangyedanxia guojia dizhigongyuan)으로 지정된 이래 이곳을 감상할 수 있는 시설과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래 2018년 중국 브랜드 관광지 TOP20에 선정이 되고 2020년 1월 국가 5A급 관광구로 지정되어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단하지모 지형으로 유명한 장액. 색색이 물감으로 그려놓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필름카메라의 원색적인 느낌이 이쁘게 나올것 같아 오랜만에 마음껏 필름카메라 셔터도 눌렀다. 

칠채산은 1~4 구역으로 나눠 전망대에서 볼 수 있고 각 전망대별로 셔틀버스가 10~15분 정도 주기로 운행을 하기 때문에 구역별로 천천히 풍경을 살펴보고 이동하면 된다. 주로 마지막 4 전망대가 가장 환상적인 뷰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으나 매 전망대마다 그만의 매력이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면 된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칠채산의 보호를 위해서 전망대 이외의 길은 갈 수가 없게 돼서 별도의 트래킹 코스 같은 것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가이드의 말로는 예전에는 시설도 없고 차로도 잘 갈 수 없고 해서 오히려 이곳저곳 다니면서 좀 더 다양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셔틀버스도 있고 전망대도 다 만들어 놓고 해서 아쉬움도 있다고 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런 코스나 접근도 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망대를 보고 버스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보니 소지품을 놓고 내리지 말라는 주의 안내가 계속 나오는데 아뿔싸 둘째의 핸드폰이 어느 순간에 없어진 게 아닌가. 전망대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찾는데 없으니 어어.. 하면서 뭔가 잘못된 걸 느낀 건지 말도 잘 못하고 어버버 하길래 왜 그러냐 물어보니 핸드폰이 없다고.

중국은 핸드폰이 없으면 정말 막막할 수밖에 없는 게 최근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동전이나 지폐를 구경하기 어렵고 신분증이나 자신을 증명할만한 게 오직 핸드폰이니 진짜 멘붕일 수밖에 없다. 찾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전화를 걸어 보니 버스 운전기사 분이 가지고 계신 게 아닌가. 4번 전망대에 있을 테니까 천천히 구경하고 와서 찾아가라는 말씀에 너무 고마웠다. 다시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멀리 풍경을 보니 또 다른 기분이 든다. 방금 당황스러운 사건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이 되니 그 전과 후가 달라 보이는 걸 보면 역시 감정에 따라 여러 가지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3전망대에서 바라본 4전망대의 모습. 많은 인원들이 전망대에서 일몰을 기다리고 있다

단하지모(丹霞地貌)에서 '단하(丹霞)'는 햇빛에 비치는 붉은빛의 기운 즉 붉은 노을을 의미하고 '지모(地貌)'는 지형을 의미한다. 칠채산은 오랜 시간 지질운동을 거친 붉은색 사암이 풍화와 퇴적, 침식 작용을 거쳐서 빨강, 노랑, 초록, 흰색 등의 퇴적물들이 층층이 쌓이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특히 흰색은 소금결정으로 아주 먼 고대에는 이곳은 바다였다가 융기하였다는 추측도 한다. 암튼 이걸 수채화라고 표현해야 할지 파스텔화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색감의 느낌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여기에 일출과 일몰의 태양으로부터의 붉은빛까지 더해지면 그 장엄한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고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대더라도 단순히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더해 전날 내린 비 혹은 습기를 머금은 상태라는 조건까지 충족하면 카메라에 일부러 필터를 쓰지 않더라도 색상 대비 강한 자연의 수채화가 대평원에 그려지게 된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달라 보이는 단하지모 


셔틀버스로 이동하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단하지모 지형을 즐길 수 있다. 

4 전망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제 곧 해가 지면서 보여줄 칠채산의 장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자리 잡고 저마다의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다소 남았다면 열기구를 한번 타보는 것도 좋겠다. 다른 헬리콥터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액티비티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반해 기구는 제자리에서 올랐다가 약 10분 정도 있다가 내려오는데 어른 기준 200 RMB(한화로 약 36000원) 아이는 150 RMB이다.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일출 일몰을 볼 수 있는 시간대만 운영하는데 07:30~10:30, 16:30 ~20:30이니 체험을 해 볼 생각이 있다면 가장 풍경이 아름다울 시간을 잘 맞춰보면 좋겠다. 참고로 헬리콥터 투어는 880 RMB (어른 아이 가격 구분 없음. 3명이 차야 출발), 동력패러글라이딩은 480 RMB (85kg 체중 초과자는 안됨) 이므로 관심이 있으면 미리 예약해서 즐기면 된다. 

열기구를 타보는 것도 칠채산의 잊지 못 할 기억이 된다. 
태양이 지는 일몰, 반대편 풍경의 화려한 색채가 눈앞에 그려진다. 

칭하이에서 시작해서 둔황을 거쳐 이곳 칠채산까지 칭하이성과 간쑤성을 오고 간 하서회랑(河西回廊 

héxīhuíláng) 실크로드 3000km에 해당하는 대장정의 제일 마지막 코스의 하이라이트 시간이 다가왔다. 점점 해가 지면서 해지는 방향과 반대 방향 모두 붉은빛으로 화려하게 물들고 역설적으로 카메라에 검게 담기는 역광의 모습은 단아한 아름다운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열기구에서 일몰을 보는 것도 낭만이 있겠지만, 일몰의 열기구를 바라보는 것도 멋진 일이었다. 


입을 한참 벌리고 '아~~ 우와..'라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식상하지만 정말 대자연 앞에 사람은 작구나 싶었다. 그 옛날 사막을 건너고 거친 자연에서 생활을 하고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길을 가거나 먹고살기 위해서 이곳을 지나던 사람들은 매일 이런 일몰을 보며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아름다움에 취해 술 한잔 함께 건네던 친구가 생각났을까? 무언가를 이루고 있다는 성취감에 뿌듯한 감정을 느꼈을지 고통 속에서 바라본 풍경이었을지 각각 다 달랐을 테지만, 지금 나와 우리 가족이 함께 보고 있는 이 비현실적인 풍경은 실크로드 여행의 주요한 기억으로 강하게 남을 것 같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는 강렬하며 화려한 대자연이 만든 풍경화 


작가의 이전글 [일상에세이][기타 독학] 내 기타가 오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