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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Feb 12. 2023

[일상에세이][기타 독학] 내 기타가 오고 있다.

기타를 쳐보겠다는 동기가 어쨌든 간에 일단 기타는 있어야 되니 쇼핑을 시작했다. 뭔가 좀 알아야 할 것 같아 틈틈이 화장실 갈 때 치질을 각오하는 비장함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뭔가를 하나 사려고 해도 쉽지 않음을 느낀 게 그냥 이쁜 거 가격이 합리적인 거 사면 되겠지 싶어 익숙한 브랜드 위주로 검색했는데 웬걸 어쿠스틱기타와 전자기타만 구분할 줄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드레드넛, 그랜드오리토리움, 오케스트라로 나눠지고 목재가 어쩌고 사이즈가 어쩌고.

한참을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아무거나 싼 거 빨리 사서 하자라는 딸내미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조건을 구분해서 고르기로 했다.


첫 번째는 사일런트 기타. 야마하에서 나와서 알려졌다는 방식인데 결국은 집에서 기타를 치면 소음일 수 있어 앰프 연결해서 소리를 키울 수는 있으면서도 연습할 때 소리가 작은 놈이 필요했다. 연습을 얼마나 할지 몰라도 주변의 민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소리에 민감한 와이프가 내가 연습하며 내는 소음을 도저히 참아 줄 것 같지가 않았다. 기타의 맛은 늦은 밤 띠리링 하고 쳐야 제 맛이라는 벌써 김칫국 한 사발 마신 상황을 상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내 목숨은 중요하기에 사일런트 기타가 현실적이었다.

[사진출처]네이버검색, 야마하뮤직코리아공식블로그.   사일런트 기타의 대명사격인 SLG200 시리즈

두 번째는 사일런트 기타로 고려하면서 사이즈는 좀 작은 기타가 좋겠다 싶었다. 딸을 고려 한 부분도 있고 혹여 정말 혹여 여행하면서도 기타를 치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집에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면 분명히 깔끔한 와이프 성격상 맨날 치우라고 할 텐데 조금이라도 슬림해야 어디 넣어놓기도 편할 터.

백패커라니. 그것만으로도 끌리는 마틴사의 여행용 기타    [사진출처] 네이버검색

조건이 전부 와이프 눈치 보는 것도 같아 알지 못할 슬픔에 깊은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그 두 가지 조건으로 수만 번 생각했다.


난 물건을 살 때 이것저것 다재다능한 다용도보다는 특정 목적에만 충실한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기타는 기타다워야지 했지만 사일런트와 작은 부피를 선택하고 나면 사실 전자적인 기기의 결합이 된 소위 다재다능한 하이브리드적인 제품을 고를 수밖에 없었고 가격은 점점 올라가고 이게 아닌가 해서 다시 일반기타를? 이과정을 한 열 번쯤하고 나서 결국은 더 이상 고민하다가는 기타 치기도 전에 머리가 터질 수도 있겠다 싶어 회식하고 나서 술김에 선택을 했다.


낙장불입.


이렇게 가 보는 거다.


참 멀리서도 온다. 그래도 택배 기다리는 이 순간은 너무 기대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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