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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Feb 16. 2023

[일상에세이][기타독학]스마트한 기타와 안스마트한 나

드디어 도착했다. 득템의 순간을 맛보고 싶어 박스를 마구잡이로 뜯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언박싱의 기쁨은 딸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양보는 하더라도 기쁨은 함께 나눠야 해서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고 혼자 오두방정을 다 떨어 보지만 정작 딸은 그냥 무덤덤한 느낌이다. 어린 시절 나는 무언가를 가지고 싶을 때 항상 말을 꺼내기 전에도 고민했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나서도 한참을 걸려 받거나 그나마도 철이 들었다고 아니 약간의 경제관념이 생겼을 즈음은 내가 번 돈을 그렇게 바로 쓰는 게 너무 아까운 마음에 득템이라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에야 어찌 됐건 월급을 계획하여 쓸 수 있어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살 때는 사지만 그것도 소심한 나로서는 결정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애들이 사 달라는 건 경제사정에 큰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사주려고 하는 편이다 보니 매번 애들 입장에서는 심장이 뛰고 막 기쁨에 넘치고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조금 의기소침했지만 뭐 내 기타니까 나만 기쁘면 되지머.라고 애써 위로해 본다.

언제나 떨리는 언박싱 순간

스마트 기타 라는 이름이 쓰여 있고 생긴 것도 스마트해 보이긴 했다. 몇 번 현을 켜 보다가 나름 직관적으로 만들어진 전원 버튼을 눌러 전원을 올리고 스피커를 통해 띠리링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그때는 가족들 다들 ‘오오~’가 나왔다.

그럼 그렇지.

이제 연습만 해서 멋진 곡을 연주만 하면 되겠구나 싶은데 기타를 만져보던 딸이

“어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데? ”

멀 잘못 했겠지 싶어 보는데 상태 화면창에 나오는 not activated. 이게 무슨.


스마트 기타라는 건 알겠는데 무슨 스마트폰 개통도 아니고 activated 하라니 멀 어떻게 하라고.

참고로 나름 아직 IT관련 직종 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이런 거에 너무 약한 나로서는 중국어 매뉴얼을 봐도 먼 말인가 싶고 검색을 해도 답은 안 나오고.

결국 SOS. 현지 직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영상통화하고 그 난리를 한끝에 activated 성공.

처음 전원 넣으니 not activated 가 나오던데 이제는 성공

결과적으로 보면 고객정보 입력하고 구입처 입력하고 구입 영수증 사진 찍어서 올리고가 다였는데 기타가 왜 이런 게 필요해부터 당황해서 구매업체와 이야기해 볼 생각도 못하고 멘붕이었던 터라 그랬던 것 같다.

한 가지를 해결하고 나니 이제 교본책을 한국에서 공수를 해야 하나 아니면 앱을 유료앱 사야 되나 하는데 유튜브 같은데 다 나온다고 자꾸 돈 쓸려고 한다고 딸에게 한소리 듣고 , 온라인 영상 활용해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안 스마트한 나로서는 엄청 답답하겠지만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씩만 해보기로.

아이패드앱이 좋아 보이던데 구독형으로 일년 149,000원.

기초부터 해보겠지만 그래도 목표가 없으면 안돼서 딱 3곡.

한곡은 팝송, 한곡은 김필가수 부른 노래로, 마지막 한곡은 김광석가수 노래로 그중 쉽거나 유튜브에 설명이 잘 되어 있으면 그것만 파서 3곡을 1년 내에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수준까지 마스터하기로 결정.


사실 이게 목표 달성이 너무 쉬운 건지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

다만 레퍼토리 3곡정도면 간혹 우울할 때 스트레스는 풀 수 있겠지 하는 마음뿐.

슬프지만 나보다 체구가 비교적 작은 딸에게 더 잘 어울리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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