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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기타독학]스마트한 기타와 안스마트한 나

by 백패커 에지

드디어 도착했다. 득템의 순간을 맛보고 싶어 박스를 마구잡이로 뜯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언박싱의 기쁨은 딸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양보는 하더라도 기쁨은 함께 나눠야 해서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고 혼자 오두방정을 다 떨어 보지만 정작 딸은 그냥 무덤덤한 느낌이다. 어린 시절 나는 무언가를 가지고 싶을 때 항상 말을 꺼내기 전에도 고민했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나서도 한참을 걸려 받거나 그나마도 철이 들었다고 아니 약간의 경제관념이 생겼을 즈음은 내가 번 돈을 그렇게 바로 쓰는 게 너무 아까운 마음에 득템이라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에야 어찌 됐건 월급을 계획하여 쓸 수 있어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살 때는 사지만 그것도 소심한 나로서는 결정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애들이 사 달라는 건 경제사정에 큰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사주려고 하는 편이다 보니 매번 애들 입장에서는 심장이 뛰고 막 기쁨에 넘치고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조금 의기소침했지만 뭐 내 기타니까 나만 기쁘면 되지머.라고 애써 위로해 본다.

언제나 떨리는 언박싱 순간

스마트 기타 라는 이름이 쓰여 있고 생긴 것도 스마트해 보이긴 했다. 몇 번 현을 켜 보다가 나름 직관적으로 만들어진 전원 버튼을 눌러 전원을 올리고 스피커를 통해 띠리링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그때는 가족들 다들 ‘오오~’가 나왔다.

그럼 그렇지.

이제 연습만 해서 멋진 곡을 연주만 하면 되겠구나 싶은데 기타를 만져보던 딸이

“어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데? ”

멀 잘못 했겠지 싶어 보는데 상태 화면창에 나오는 not activated. 이게 무슨.


스마트 기타라는 건 알겠는데 무슨 스마트폰 개통도 아니고 activated 하라니 멀 어떻게 하라고.

참고로 나름 아직 IT관련 직종 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이런 거에 너무 약한 나로서는 중국어 매뉴얼을 봐도 먼 말인가 싶고 검색을 해도 답은 안 나오고.

결국 SOS. 현지 직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영상통화하고 그 난리를 한끝에 activated 성공.

처음 전원 넣으니 not activated 가 나오던데 이제는 성공

결과적으로 보면 고객정보 입력하고 구입처 입력하고 구입 영수증 사진 찍어서 올리고가 다였는데 기타가 왜 이런 게 필요해부터 당황해서 구매업체와 이야기해 볼 생각도 못하고 멘붕이었던 터라 그랬던 것 같다.

한 가지를 해결하고 나니 이제 교본책을 한국에서 공수를 해야 하나 아니면 앱을 유료앱 사야 되나 하는데 유튜브 같은데 다 나온다고 자꾸 돈 쓸려고 한다고 딸에게 한소리 듣고 , 온라인 영상 활용해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안 스마트한 나로서는 엄청 답답하겠지만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씩만 해보기로.

아이패드앱이 좋아 보이던데 구독형으로 일년 149,000원.

기초부터 해보겠지만 그래도 목표가 없으면 안돼서 딱 3곡.

한곡은 팝송, 한곡은 김필가수 부른 노래로, 마지막 한곡은 김광석가수 노래로 그중 쉽거나 유튜브에 설명이 잘 되어 있으면 그것만 파서 3곡을 1년 내에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수준까지 마스터하기로 결정.


사실 이게 목표 달성이 너무 쉬운 건지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

다만 레퍼토리 3곡정도면 간혹 우울할 때 스트레스는 풀 수 있겠지 하는 마음뿐.

슬프지만 나보다 체구가 비교적 작은 딸에게 더 잘 어울리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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