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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Feb 22. 2023

[중국기행] 밤하늘의 펄~~ 게르의 밤

카오샨캠핑(靠山大管 kaoshan)칠채산 게르 글램핑

장액의 아름다운 칠채산을 보고 나니 이런 곳에서의 백패킹이나 캠핑을 자연스럽게 꿈꾸게 되었지만 현재는 불가능하였기에 근처에 있는 게르 형태의 숙박시설에서의 1박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꿩대신 닭 이런 생각으로 1박을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럽게 캠핑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던 글램핑. 즐겁고 편안하면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배경이 무려 칠채산의 단하지모 지형이란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텐트라고 되어 있지만 게르 형태의 글램핑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사실 게르는 생각만치 낭만적 이기만 하지는 않다. 실제 현지인의 게르를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만약 사진을 찍었다면 뭔가 고풍스러움도 있고 인간미 넘치는 유목민족의 기분을 흠뻑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것 보다도 냄새라던지 청결 상태가 (사실 무던한 편인 나로 써도) 좋은 편이 아니라 왠지 몸이 근질거리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 관광객을 위한 게르나 글램핑의 경우도 화장실이나 편의 시설이 한국의 그것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 상태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머랄까 사용하는 사람이나 시설을 제공하는 사람이나 씻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 쓴다거나 혹은 쓰레기에 대해서 자유스럽다고 해야 하나 음식물쓰레기나 포장용기의 분리수거라는 개념이 아직은 철저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 쓰레기통이 넘쳐흐른다거나 아무 곳에나 음식물이 보인다거나 하는데, 이곳은 조금은 허술하기는 해도 샤워시설도 깨끗하게 유지되고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있었고, 게르 근처 간단한 세면대도 설치되어 있고 무엇보다 자는 곳이 비교적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다. 칠채산과 가까워서 예약을 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밖에. 덕분에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야외에서의 캠핑 기분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깨끗하게 유지 되고 있고 전기 장판도 있고 따뜻한 물도 잘나온다.


저녁은 게르 안에서 컵라면이나 먹을까 하다가 대형게르 옆으로 단하지모 지형이 보이는데 여기에 여러 가지 색채의 조명을 쏘고 있고 은은한 중국적인 음악이 나오는데 이게 또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도저히 그냥 게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메뉴를 보니 구이도 있고 샤부샤부도 있는데 우리의 선택은 샤부샤부. 참고로 양고기 한 마리를 주문할 수도 있는데 그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시닝에서 바로 이곳을 방문한 친구들은 새끼 양고기 통 바비큐를 2000 RMB(한화로 약 36만원), 실제로는 2400 RMB정도에 통바비큐와 그 외 요리 6가지, 야크 요구르트, 고량주 1병 이렇게 먹었는데 장정 6명이 한참을 먹고도 남았으니 혹시 여러 명이 방문한다면 특별한 추억 한번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라이트를 쏘고 있어서 화려한 색채를 배경으로 야외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꼭 먹어보라고 친구가 자랑하던 새끼양 통바베큐. 가격은 저렴하지 않으나 단체면 오히려 추억이 되겠다.

 우리 저녁으로는 샤부샤부 고기하고 추가로 들어가는 떡, 두부,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나니 여기의 터줏대감인듯한 강아지 한 마리가 탁자 밑으로 오더니 의자옆에 딱 붙는 꼴이 어지간히 사람들 손을 많이 탄 것 같았다. 주인은 먹을 거 주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 눈빛을 보면 아마도 순진한 사람들은 안 주고는 못 배기리라. 우리는 자기가 불리하면 이런 눈빛을 보내는 웰시코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나름 굳건한 마음으로 잘 방어할 수 있었다.  

눈빛이 왠지 모르게 그렁그렁한 게르의 터줏대감 누렁이

옆에 외국인 가족은 간단하게 맥주 몇 병을 시켜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고 우리는 식사를 하고 있는데 너무 어두워서 준비해 간 헤드렌턴 켜 놓고 음식 익는 거 보면서 먹고 있으니 식당 관리인이 슬쩍 와서 탁상용 렌턴을 하나 더 놓아주고 간다. 너무 밝을 필요는 없지만 식탁에 놓인 음식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던 건데 결과적으로는 우리 테이블은 밝고 외국인 가족 테이블은 어두운 상태라서 괜히 어색함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한국 사람인지 관심을 가지지는 않겠지만 동양인으로 생각하더라도 유난하다는 느낌 주기가 싫어 사진 한 장 남기고 최소한의 불빛만으로 식사를 마쳤다. 요금은 350 RMB정도로 시설이나 음식의 양과 질은 일반 음식점 대비 관광지 특수가 조금 적용된 느낌이 들지만 야외에서 은은한 무드등이 색색들이 칠채산을 비추는 풍경을 바라보며 즐겼던 식사를 생각하면 지불이 아깝지 않다.     

양고기 샤부샤부. 4인 가족 기준 약 350RMB정도

샤워실에서 피로를 풀기 위해 따뜻한 물로 샤워도 간단히 하고 침대에 누우려고 하니 몸은 피곤한데 도저히 잠들기 아까워서 밖에 나가 땅에 철퍼덕하고 누워 밤하늘을 별을 오랜만에 쳐다보면서 지난 시간 사막과 오아시스, 고대의 흔적들 그리고 오가며 만났던 사람들과 음식들이 빨리 감기처럼 갔다가 슬로비디오처럼 돌려졌다가 단순히 자연 속을 여행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아 누워있으면서 시간이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흔히 말하는 데자뷔 같기도 하고 환생 전의 삶이 이랬을까 하는 신화적인 상상도 해보고 전체 가사는 기억 안 나지만 '밤하늘의 퍼얼 ~~~' 하는 중독성 있는 노래 가사도 생각나고 이래저래 몽상 한가득한 밤을 보냈다.  

별궤적 시간 세팅은 실패 했지만 누워서 밤하늘의 저 별들을 보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여행에도 기승전결이 있다면 클라이맥스를 찍고 이제는 돌아갈 일만 남아 있는 상태. 아침을 먹으면서 평소와는 다른 잡담으로 실크로드 여행에서 가장 기억이 나는 게 어떤 게 있었는지 물어보니 큰딸은 사막에서 낙타를 탄 것, 와이프는 둔황의 막고굴, 막내는 아침에 게르 안에서 잠을 깰 때 침대는 따뜻한데 얼굴은 차가운 그 느낌이 가장 좋았다고. 막내 답변이 간혹 예상치 못한 감성적인 표현이나 답변을 할 때가 있는데 너무나 공감되는 감정이라서 밥 먹다 말고 다시 멍하니 있다가 머 하냐는 잔소리 듣고는 다시 현실로 컴백할 수 있었다.


대형 게르 안에서의 아침 식사

여행이라는 것이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면 뭔가 간질거리게 채워진 기억 때문에 아쉬움이 더해지지만, 지금의 기억이 자양분이 되어 다시 한번 이곳을 찾을 때는 더 깊고 넓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잠시... 나의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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