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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May 30. 2023

[중국기행]용이 내려앉은 산, 동양의 알프스 옥룡설산

옥룡설산(玉龙雪山) 그리고 남월곡(蓝月谷)

옥룡설산(玉龙雪山 yulongxueshan)은 합파설산(哈巴雪山 habaxueshan, 5396m)과 함께 리장을 여행하는 내내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시야가 트여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산이다. 높은 설산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지역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해발 5596m의 하늘과 맞닿은 것 같은 높이에 사계절 만년설로 뒤덮여 있는 옥룡설산은 소수민족인 나시족에게는 성스러운 산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로 13개의 봉우리가 있어서 멀리서 보면 꿈틀거리는 용을 닮았고 만년설 아래로 보이는 얼음이 녹색이라 옥룡설산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름 붙여진 유래야 어떻듯 간에 단어로만 봐도 중국인들에게 '옥'과 '용'은 그야말로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고결하고 성스러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보니 이름만으로도 어마무시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구름과 함께 옥룡설산이 신비로운 풍경을 나타낸다.

출발하기 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볼 때 빠지지 않았던 정보 중에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옥황상제에 의해 벌로 옥룡설산에 갇혀있었던 산이라고 알려져 있다는데 손오공이 갇혀있던 산은 '오행산'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어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은 연관성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고 중국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보니 홍콩 판(?) 서유기에서 옥룡설산 배경이 된 적이 있다 정도다 보니 서유기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 언급이 된 게 아닌가 짐작할 따름이다. 어차피 서유기라는 고전물이 시대를 거듭해서 내려오면서 각색되고 이야기가 추가되는 것이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겠지만 하나같이 '옥룡설산은 손오공이 갇힌 곳이었다'라는 언급은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최근 특정 지역들이 각 나라의 이해에 따라서 역사에 근거한 사실들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 다소 화가 나기도 하는데 , 전설이나 설화에 의한 내용도 가이드나 혹은 현지인에게 듣던지 간에 소위 '팩트 체크'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매표소로 가는 길에 골프장 간판이 보이길래 이런 곳에 골프장이 있구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옥룡설산골프장은 북반구 유일의 설산 코스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서 칠 수 있는 코스라고 한다. 3100m 고도의 고산이다 보니 제대로 골프를 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모든 홀에서 옥룡설산을 보면서 즐길 수 있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도가 높다 보니 평소보다 비거리가 20~30야드 정도 비거리가 나간다고 하니 골프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제일먼저 도착해서 한적한 매표소. 중국은 어린이 입장권이 키에 따른 제약이 있다. 나이가 어려도 키가크면 어른 요금을 내야할수도 있다.
일찍 가야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수 있다.

대부분의 유명 여행지가 비슷하겠지만 특히 옥룡설산은 가급적 일찍 도착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버스를 타고 내려서 케이블을 타고 하는 절차가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이유도 있고, 전망대에서 구름이 끼거나 날씨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도록 출발은 서두르는 게 좋겠다. 출발 전에는 꼭 준비해야 할 것이 2가지가 있는데 산소통과 우모복. 고산증세 대비를 위한 산소통은 에프킬라 크기 정도인데 숙소가 리장에 있다면 리장 내의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고, 만약 여행사를 통하였다면 1인당 1개는 제공하기 때문에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의류의 경우는 고산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기에 꼭 필요한데 본인의 우모복을 가지고 와도 좋고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했거나 아니면 현지 패키지로 표를 끊었다면 추위에 대비한 붉은색 우모복을 주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냄새도 나지 않고 어느 정도 깨끗했기 때문에 여행의 짐을 생각한다면 그냥 가서 이 옷을 입고 추위에 대비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백패킹과 트레킹이 취미인 사람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을 만한 프리마로프트 소재의 간절기용 우모복을 챙겨 입고 가족들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옷을 입고 출발을 했다. 케이블카 티켓을 매표하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 주변 풍경을 보며 올라가다 보면 금세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동서남북 주변의 풍경에 계속 감탄하면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남긴다. 다만 만년설의 분포가 계절을 고려하더라도 기대만큼 많지 않은 느낌이었다. 매년 기후변화 때문에 만년설이 녹고 있고 점점 그 속도가 가속화된다고 하는데 씁쓸할 따름이다.

높이 때문에 아찔하지만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주변 풍경에 계속 감탄하며 오르게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면 바로 전망대가 보이는데 케이블카 승강장이 3356m, 이곳의 고도가 4506m 이므로 순식간에 1150m를 올라오게 된 건데 순식간에 높아지는 고도 때문에 몸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루트 같은 고산 트레킹 코스를 갈 때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조금씩 올라가게 되는데, 순식간에 오르다 보니 적응이 안 되는 사람들은 투통이나 어지러움증을 느낄 수 있다. 발걸음을 옮겨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몸이 술 몇 잔 먹고 흔들흔들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산소통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왕이면 그런 느낌이 심해지기 전에 바로 사용하는 게 좋겠고 몸의 이상 신호가 오게 되면 무리하게 정상까지 오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회복을 먼저 해야 한다.

전망대에 도착하자 마자 뒷쪽으로 보이는 옥룡설산.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운무로 조금은 여유있는 일정을 가지는게 좋다.
약간 어지럽거나 평소와 다른 느낌이들때 산소통을 사용하면된다.

전망대에 오르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구름이 다가와 정상뷰를 가리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지기는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느긋하게 주변도 둘러보고 쉬엄쉬엄 한 계단 씩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4680m에 위치한 정상 전망대에 도착했다.

중국 명산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전망대까지 계단을 설치해 두어서 편하게 오르면 된다.
고산지역이라 한계단씩 오를때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가슴은 뛰는 상반된 기분을 느낄수 있다.


눈과 구름으로 뒤덮인 이곳에서 심장이 뛰고 벅찬 마음에 호흡이 가빠 오는 게 고산 증상인 건지 놀라운 풍경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거대하고 웅장한 옥룡설산의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이곳을 바라보며 빌었을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고도 남았을 것 같은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고 여기 데크 위에서 밤하늘의 별과 함께 빛나는 눈 결정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룻밤을 보내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도 부려본다.  

구름을 배경으로 잠깐 고개를 내밀듯이 보여주는 옥룡설산의 13개의 봉우리중 최고봉인 선자두(扇子陡 shanzidou, 5596m)
4680m 표지석은 기념사진 찍는 이들로 붐비고, 상업 사진사의 전용 배경을 활용해서 한컷.

내려가는 발걸음이 아쉬워 계속 뒤를 돌아보는데 주변으로 구름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이 자꾸 뭔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 같아서 기분이 묘해진다.

내려가는 중간중간 아쉬움에 자꾸 지나온 길을 보게 된다.


하산하게 되면 옥룡설산 관광지구내 또 다른 주요 뷰포인트인 남월곡(蓝月谷 lanyuegu, Blue Moon Valley)에 도착하게 된다.  남월곡은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로 색깔이 옥색이고 배경으로 옥룡설산을 떡하니 두고 있어 대충 셔터를 눌러도 풍경과 잘 어우러진 색상의 대비로 한 편의 그림이 된다. 옥룡설산이 하늘과 닿아 있는 인간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없는 성스러운 존재라면 남월곡은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어머니 같은 느낌이다. 옥룡설산이 가슴 뛰는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면 이곳에서는 그 두근거림을 차분하게 안정시켜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야크도 있고 중간중간 사진 스팟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


인공폭포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 비현실적인 공간배경으로 많은 청춘들이 결혼사진을 찍는 곳으로 유명하다.


흔히들 고산은 오르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바라볼 때 가장 좋다고 하는데 차마고도 호도협을 걸으며 보는 옥룡설산이 중간중간 나에게 힘을 주고 풍경에 취해서 걷는 힘을 주는 풍경이라고 하면, 남월곡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옥룡설산의 풍경은 장엄한 대자연과 특유의 색감, 거기에 하늘과 구름까지 어우러지는 한 폭의 그림은 그야말로 평화스럽고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주어 대충 찍어도 컴퓨터 배경사진으로 쓸 수 있는 멋진 사진이 완성된다. 머리와 가슴에서 잊혀지지 않는 곳이라 앞으로도 뷰 맛집으로 두고두고 지속되는 그런 곳이 되면 좋겠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설산과 옥빛호수의 색색 조화로운 풍경은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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