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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Jul 17. 2023

[중국기행]진시황과 서복의 불로초 전설 시작, 랑야대

칭다오 황다오구(黄岛)랑야대 (琅玡台 langyatai)

진시황은 중국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이다. 중국,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서구에까지 잘 알려지고 현재까지도 영화나 소설 등에 소재화 되어 활용되고 있을 만큼 그 유명세야 두말하면 잔소리겠다.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서 어디까지가 역사 속의 진실인지 혹은 이야기에 이야기가 더해져서 허구의 전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중에 진시황이 장생불사를 위해서 서복에게 불로초를 찾도록 하는 내용이 있는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이곳 랑야대(낭야대, 琅玡台)가 바로 그곳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나서 전국을 둘러보며 공무를 보던 중, 랑야에 이르렀을 때 서복이라는 방사 (천문 의학 점복을 연구하는 학자, 지금으로는 무당과도 흡사함)가 나타나 바다가운데 봉래, 방장, 영주라 불리는 세 개의 신산이 있는데 그곳에 신선이 살고 있으니 동남동녀를 거느리고 불로장생약을 구하러 가도록 허락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가 아는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시키는 전설의 시작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후는 다들 아는 것처럼 서복은 제주도도 들렸다가 일본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정도의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는데 서복이 천하의 사기꾼인 건지 아니면 충심에서 우러나온 제안인건지에 대한 진위도 알 수 없고 진시황 자체에 대한 일화들도 100여 년이 흐른 뒤에 작성된 사마천의 '사기' 정도에서 언급을 하게 된지라 진실의 유무 혹은 인물에 대한 평가 등등은 정확하지 않은 채로 상상력만 더하게 된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중국 여러 각지에서는 진시황에 대한 연관이 있다 싶은 곳은 어김없이 그와 관련된 시설물이 있는데 이곳 칭다오시 황다오구의 자오난시 해안에 있는 랑야대는 중국국가지정 4A급 풍경구로 선정된 곳이지만 의외로 중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오히려 연태의 연태고량주처럼 랑야대주(랑야타이주)라는 술이 유명한데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3번이나 랑야대를 찾아오면서 즐겨 먹었던 술로도 알려져 있고, 서복이 불로장생을 위해 바친 술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 이후 시대에도 이백, 백거이 같은 유명 시인들이 랑야산 랑야대에 올라 이 술을 마시며 시와 문장을 남겼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마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70도 이상의 알코올 함량이라서 (52도도 있지만) 주의해서 마셔야 한다. 괜히 호기롭게 우리들 소주잔이나 일반컵에 소주 마시듯 마시게 되면 아마 다음날 오랜만에 지옥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입장료는 본관 건물에서 구매를 하면 되고 랑야대캠핑장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는 매일마다 사용할 수 있는 입장권이 제공되는 패키지가 있기 때문에 캠핑과 함께 이용하면 좋다.

입장권은 어른 기준 1인 50RMB


입구에서 입장권을 제시하고 들어서면 바로 좌우측으로 길이 나눠지는데 좌측으로 가게 되면 캠핑지역인 빛하늘캠프지역이 나오고(이곳으로는 캠핑장과 랑야대공원으로 바로 통과되지는 않게 막혀있다), 중간지역까지 올라갈 수 있는 전기차를 이용해서 관룡각(观龙阁)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도 있다.

전기차를 이용하려면 왼쪽으로 박물관과 등산로를 이용하려면 오른쪽


직진처럼 보이는 우측으로 가는 길이 랑야문화박물관, 서복전으로 가는 길이다.  랑야문화박물관은 1,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역사적인 소개, 유물과 함께 이곳과 관련된 유명 인물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진시황의 모습. 천하를 향해 넓게 벌린 팔이 중국인들이 상상하는 진시황의 이미지인듯 싶다.
건물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앙통로외에 좌우 통로로 문화박물관 본관에 통하는 구조이다.
박물관 1층에서 중요 인물의 상과 함께 간단한 역사적인 설명을 볼수있다.


사실 거창한 박물관 외관에 비해서 중국 역사적인 지식이 없거나 중국어를 전혀 모른다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다만 이곳의 2층 누각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일품이다. 마을의 풍경과 함께 시원한 바다뷰가 잘 어우러져서 입구에 있는 천하를 품은듯한 두 팔을 넓게 벌린 진시황의 포즈와 함께 멋지게 어우러진다.


박물관의 오른쪽 길을 통해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서 뷰가 트일 때면 보이는 해안선을 보면서 바람을  느끼면서 가다 보면 관룡각(观龙阁)에 도달하게 된다.

박물관 오른쪽 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된다.
관룡각은 전기차로 편히 올수있고, 약간의 유원지 같이 먹거리와 기념품, 총쏘기 같은 즐길거리도 함께 있는 곳이다.


관룡각은 1998년에 건립되었는데 용모양의 놀라운 구름이 자주 나타나고 이곳에서 보이는 해안은 파도가 치는 모습이 해룡 같다고 하고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조금 과한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관룡각에서의 풍경은 탁 트인 시야와 맑은 하늘에서의 구름과 해안의 풍경은 한 번쯤 입을 벌리고 바라볼 만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곳까지는 전기차로도 운행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판단하면 되겠다. 관룡각에서부터는 반대편 해변이 한눈에 보이게 되는데 천천히 잘 정비해 둔 돌길을 따라서 해변의 모습을 느끼면서 걸을 수 있다.

등산로보다는 산책로 같은 느낌이 들어 부담없이 걸을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누군가의 위트로 만들어진듯한 사람 발바닥 모양. 몇명이나 이걸 알아채고 지나갈지 궁금하지만 신선한 웃음이 지어진다.


망월루 가기 전에 어로(御路,yulu)라는 이름의 긴 계단이 있는데 망월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질러서 갈 수 있는 길이다. 많은 계단에 아찔한 느낌이 있지만, 이곳으로 오르지 말라는 안내문에 한글로 번역해 둔 '기어오르기 바랍니다'라는 정 반대의 한글이 쓰여 있는 걸 보고 헛웃음이 지어진다.

이곳으로 오르면 바로 비석있는데로 직행. 다만 지금은 막혀있다.


Do not climb. 그러나 ‘기어오르기 바랍니다’ 다음에 가면 꼭 관리인에게 말해줘야지.


망월루(望越楼,wangyuelou)는 누각으로 높은 곳에서 해안선을 따라 전체를 조경할 수 있는 위치에 지어졌다. 왼쪽에 큰 칼을 차고 바다를 바라보는 어떤 장군을  형상화한 듯 보이는 상으로 보아 이곳이 단순히 풍류를 즐기기 위한 공간만은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해안선 전체를 바라볼수 있는 망월루.
이곳저곳 바라보는 풍경에 눈이 시원해진다.
이곳이 군사적 목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주변을 보는 망루의 역할을 하기에는 적합한 공간이다.


망월루에서 나와서 조금 더 언덕을 오르게 되면 현재의 랑야대에서 가장 볼거리인 진시황을 비롯한 서복 등의 군상이 있는 조각군상이라는 뜻의 군조 (群雕, qundiao)를 볼 수 있다. 서복이 진시황의 칙서를 받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고, 진시황은 술잔을 들고 동쪽을 향하서 손짓을 하며 신선과 불로장생약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하는 내용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주위 환경과 군조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의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좋으므로 꼭 사진 한 장 남기면 좋겠다.

진시황과 서복 그리고 가신들의 모습을 담은 군조


진시황의 손끝이 닿는 곳이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이겠지만 불노초의 희망은 이루지 못하고 49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진시황은 랑야산에 올랐을 때 3개월이나 머물러 있을 정도로 만족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때 랑야대를 축조하고 비석 - 랑야각석(琅琊刻石,langyakeshi)을 세웠다고 '사기'에서 전해진다. (지금 비석은 망월루와 마찬가지로 1994년도에 다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위에서 계단 아래로 보니 아찔하다. 안전 때문에 통행을 금지한 이유를 짐작할수 있다.
랑야각석. ‘사기’에 해당 내용이 언급이 되어 있다고 한다.
랑야각석은 진왕조의 공덕과 치세에 대한 법가 사상같은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비석의 내용은 진왕조의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과 함께 도량형이나 법가 사상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사기'에 따르면 3만 호의 백성을 랑야대 아래로 이주시키고 그들에게 부세와 요역을 12년간 면제해 주었다고 하니 이곳을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더군다나 불로초의 희망까지 볼 수 있었으니 그에게 이곳은 어쩌면 그의 투쟁의 역사에서 잠시나마 쉼을 가지면서 또 다른 희망을 엿볼 수 있던 그런 장소가 아니었을까?


관룡각 먹거리. 꼬치와 오징어 구이는 꼭 한번 먹어보면 좋겠다. 짭짤한 맛이 일품
사진으로는 계란인지 메추리 알인지 구분이 안가지만, 먹기 귀여운(?) 메추리알빵 이랄까

이렇게 돌아서 다시 원래 입구로 돌아오게 되면 대략 4.5km 정도에 시간은 넉넉하게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칭다오의 일반적인 관광지도 아름답고 볼게 많지만 황다오까지 그리고 랑야대까지 조금의 수고를 한다면 설화가 숨 쉬는 곳의 새롭고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는 곳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반나절 가량 산책 같은 편안한 트레킹까지 즐길 수 있으니 가족과 함께하기 좋을 곳이고 시간이 된다면 함께 운영되고 있는 캠핑장에서의 하룻밤과 같이 즐긴다면 더욱 좋겠다.

한 시대를 호령한 진시황의 이야기가 있는 랑야대. 다음엔 랑야대주 한병 챙겨들고 진시황이 된 듯, 망월루에서 운치를 한번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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