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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May 04. 2023

[중국기행] 첩첩산중을 걷다. 호도협 트레킹

윈난성 리장 호도협, 차마객잔 - 중도객잔 - 관음폭포 구간

차마객잔에서의 하룻밤은 너무 아끼고 아껴서 자다 깨다 창문 한번 보고 밖에 나가서 별 한번 보고를 수차례 반복 하면서 잠이 들었다. 몸의 피곤함에 눈을 감으면서도 어슴푸레한 달빛에 비친 옥룡설산의 모습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별빛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려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겠지 혹은 늦게 일어나면 어쩌지 걱정했지만, 문명의 이기인 전기장판의 힘인지 수면시간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멀쩡하다. 코끝 약간 시린 느낌은 상쾌함을 느끼고 잠을 깨기에 충분했다. 다행히 가족 모두 고산에 대해서 크게 문제가 없이 일어나고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머물고 싶다는 심장과 다리를 다독여 가면서 중도객잔으로의 트레킹을 시작한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걷는 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일정은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까지. 그리고 중도객잔에서 관음폭포까지 왕복으로 다녀와서 하산하는 일정이다.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은 5km 정도로 아침 공기 맞으면서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좌측으로 옥룡설산과 우측으로 합파설산을 보면서 걷는 길로 풍경에 감탄하면서 추억도 남기면서 걸어도 2시간 정도고 크게 오르막 내리막길도 없어서 길자체도 평이하다. 다만, 아찔하게 나 있는 절벽을 위아래로 보며 걸으면 낙석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영상을 찍으면서 걷는다거나 불필요한 행동을 해서 한 발짝 살짜쿵 내딛으면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영상통화나 영상을 통한 SNS 인구가 많은 중국인 분들이 간혹 영상 찍으면서 걷다가 떨어져서 다친다고 하는데 웃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이곳은 트레킹 코스이면서도 나시족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중간중간 길안내가 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걷는 내내 첩첩산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골이 깊고 산이 높아 아름다운 만큼 위험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길이라는 것이 언제 어디를 걷더라도 나의 상황과 마음에 따라 보이고 느껴지는 게 다르겠지만 가족과 함께 하면 ‘지금 이 시간을 기억해 줄까?’ , ‘어떤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을까’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아이들의 시선과 생각을 생각하게 된다. 이 경험이 어떤 기억과 가치를 줄 수 있을까?라는 지극히 전형적인 아빠다운 질문을 스스로한테 던지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최소한 작은 행복에 기뻐하는 법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어른들 보다는 말로 표현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리라 믿는다. 고생 혹은 탐험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고산 트레킹을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이 장소가 갖는 정말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돌을 놓아두고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묻고 싶지만 꾸욱 참아본다. 

간혹 전체 트레킹 일정이 부담스럽거나 호도협을 구경한 다음 바로 중도객잔과 관음폭포 코스만 보려는 여행자들은 굽이굽이 만들어 놓은 도로를 통해 빵차등을 이용해서 오르기도 한다. 여행일정이 부족하다거나 날씨가 특별히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아니지만 저 길을 차량으로 직접 운전해서 오르면 얼마나 스릴 있고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차량으로 오를 때 멀미가 날 것 같지만 운전하는 재미도 기대되는 도로
중도객잔 도착하기 전에 나오는 주디객잔 Judy's.  이곳 역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지루할새 없이 걷다 보니 금세 중도객잔에 도착하게 된다. 중도객잔은 호도협트레킹 구간에서 가장 오래되고 비교적 가장 크며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고, 그래서인지 이 구간의 랜드마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중도객잔. Half Way
많은 산객들이 방문한 흔적을 볼 수 있고 한국인트레커의 흔적도 많이 찾을 수 있다.
의자에 한번 앉으면 풍경에 취해서 쉽게 일어나기 힘들다. 
윈난 혹은 호도협의 랜드마크 격인 중도객잔 Half Way 테라스 풍경. 

중도객잔 그 뛰어난 풍경 때문에 테라스 뷰와 함께 천하제일측 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화장실이 잘 알려져 있다. 천하제일측 이란것이 중국인 특유의 위트가 포함된 표현으로 지금은 어느 정도 개보수를 통해 현대화(?) 되었지만 바로 앞의 옥룡설산의 거대한 자연을 감상하면서 볼일을 보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가장 자연스러운 배설 행위를 대자연 앞에서 합법적으로 한다니 재미있지 않은가? 외국인, 특히 여자분들은 한숨부터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곳은 중국이니 중국의 문화를 편견 없이 이해하고 마음을 일치감치 내려놓는 것이 중국을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일명 쪼그려 쏴 형태의 스쿼트 화장실도 많이 사용하고 있고 고속도로 휴게소나 자연과 가까운 시설물일수록 이런 형태의 문이 없고 옆사람이 다 보이는 화장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옆이 다 보이고 자연의 소리가 너무 적나라하게 들리는 것은 쉽게 적응되기는 힘들지만 스쿼트 변기 형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스쿼트 변기에 대해 인도나 중국을 여행할 때 현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해 보면 실제로 이런 형태의 변기를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엉덩이 부분이 변기에 닿지 않고 볼일을 볼 수 있는 형태다 보니 복합식 쇼핑몰 같은 현대식 공간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앉았다 일어날 때 에구구 하는 소리가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거 보면 분명 냄새가 나는데 동질감에 피식 웃음이 난다.

No1 Toilet. 천하제일화장실.
밖을 바라보면서 볼일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겐 어색하기도 하고 낯선 문화지만 좋은 경험이다.  

관음폭포로 가는 길은 일부러 천천히 걷고 싶은 만큼 힐링이 되는 길이다. 곳곳에 초록색과 파란 하늘이 이렇게 잘 어울리나 싶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관음폭포는 수량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장엄하다기보다는 절벽 어디에선가 시작된 긴 물줄기가 트레킹 길을 막고 있는 정도로 보인다. 점점 가까워 짐에 따라서 시원한 물줄기가 제법 거친 물방울을 만들고 있어 손을 담그고 세수 한번 하고 나니 청량함에 그간의 피로가 사라졌다. 그 옛날 이곳을 통해 생계를 이어온 모든 이들에게 이곳은 아마도 잠시 신발도 벗고 이야기도 하면서 잠시 삶의 고통과 힘든 시간을 뒤로하고 쉬어 갈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이름마저도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불교의 보살의 이름을 딴 관음폭포가 아니었을까?

멀리서 보면 좁은 형태의 물줄기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관음폭포의 유량이 많아지면 트레킹 길 전체를 막을 수 있어 비가 많이 오는 우기는 조심해야 한다. 
예부터 많은 산객들의 걷느라 흐린 땀을 시원하게 없애주고 쉼을 제공한 관음폭포

호도협 트레킹은 장강의 줄기인 금사강의 거친 물줄기와 옥룡설산(玉龙雪山)과 하파설산(哈巴雪山)의 모습을 걷는 내내 바라보면서 그 틈으로 갈라진 거대한 협곡의 장엄한 풍경에 걷는 피로보다는 행복하고 에너지가 저절로 생기는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분비되는 코스다. 때로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육체적인 강함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시간만 조금 여유 있게 잡아서 고산에 대한 대비만 한다면 가족끼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거기에 실크로드보다 오래된 교역로인 차마고도의 일부구간이긴 하지만 중국 당나라와 티베트 토번 왕국의 차와 말을 교역하던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을 잠시나마 느껴 볼 수 있기에 그야말로 보물 같은 트레킹 루트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윈난성의 매력을 느끼기에 인문학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고성과 더불어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트레킹을 위해서 이왕이면 꼭 여유 있는 일정을 가지고 호도협과 차마객잔, 중도객잔 그리고 관음폭포의 제대로 된 매력을 즐겨보길 바란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산도 높고 골도 깊고. 멋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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