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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May 07. 2024

주재원의 취미활동, 오직 골프?

골프는 여러 취미 중 하나의 옵션일 뿐.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슬슬 듣기 시작했다. 처음엔 선배들로부터 나중엔 친구들. 시간이 지나가니 후배들에게도 이야기를 듣는 나이가 된 듯싶었다.


그래도 뭔가 돈 드는 취미인 것 같고 사람들의 시선(?)을 매번 받아야 되는 스포츠인 것 같아서 내 스타일은 아니다 싶었는데, 주재원 부임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바로 골프였다.  

이미 골프에 입문하여 어느 정도 구력을 가지고 있는 동기들은 중국 연태에서의 생활에서 시작하기 전부터 골프에 대한 열망이 눈에 보였고, 나처럼 인연이 없었던 사람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배워서 가거나 혹은 '4년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건 골프 타수 밖에 없더라'며 도착하자마자 코로나로 이동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열정을 내뿜는 동기들이 많았다.


일단 연태는 주변에 골프장이 많고 저렴한 편이어서 굳이 연습하지 않은 실력이라도 그냥 바로 필드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략 한화로 18홀 기준 캐디비용까지 해서 10만 원이 안되니 1주에 토일 2번씩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골프 치기에는 너무나 좋은 인프라였다.


라운딩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3~4시간을 함께 보내고 거기에 식사와 가벼운 술자리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친분을 쌓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혹은 성격이 드러나게 돼서 어느 친구가 성향에 맞는지 어느 친구를 멀리해야 할지도 구분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는 것 같다.


그러나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이 있다고, 주재원 생활에 있어서 취미로 골프만 가지고 있다가 돌아간다면 단언컨대 후회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 비해 싸게 자주 즐길 수 있고 주재원이라는 신분상 사회생활이라는 이유 혹은 변명으로 주말에 필드를 나가는 것도 어느 정도 가정에서 용인되는 분위기이다 보니, 모든 게 골프 중심으로 움직이는 가정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다 보니 주말은 골프 약속으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일찍 다녀와도 이미 피곤한 몸과 맘으로 애들과 집안일에 집중하지 못한 채로 유튜브로 골프 레슨을 틈틈이 보는 경우가 많다. 4년간 주말에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애 크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주중에는 주말 필드 약속 잡느라 바쁘고 스크린이나 연습장으로 직행해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 열심히 주재기간 동안 즐기고 실력을 늘리고 나서 복귀한 사람들을 보면 생각보다 주기적으로 골프를 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가격적인 부담과 시간이 주요 이유겠지만, 상실감은 엄청 큰 것 같았다. 그러니 전임자들도 자꾸 조언에 골프나 열심히 쳐라라고 하는데 ,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체력적으로나 가정에서의 시간을 고려해 적당하게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릴 정도 치면서 대화를 나누는 그런 진정한 취미로 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취미 생활은 개인의 영역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골프 말고도 중국에서 즐길 취미거리는 많다는 것, 그리고 즐기더라도 4년 후 복귀해서도 상실감 느끼지 않고 지속이 가능하게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즐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니 혹시 주재원을 , 그것도 중국 주재원을 준비하거나 예정이라면 중국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떤 걸 해 보면 인생이 좀 더 다양해 질지 차분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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