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들만 골프를 치는 건 아니야….
구력이 길지 않지만 골프를 칠 때 함께 하는 파트너에 따라서 어떤 날은 성적과 상관없이 정말 즐겁고 상쾌하기 치기도 하고 가끔씩은 이 사람은 함께 치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최악의 파트너의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한다.
골프는 신사의 운동이라고 많이 들었고 매너에 대해서도 이리저리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서 심판 없이 플레이를 하는 경기다 보니 더욱 스스로에 대해서 신사적인 에티켓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친목도모를 위해서 팀대항 시합이 있던 날이었다. 팀대항이다 보니 아무래도 친한 인원들과 치면서 어느 정도 감안해 주는 부분도 조금은 자제하게 되고 일종의 룰을 지켜서 재미있게 즐기자 라는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같은 조에 라운딩 하는 한분이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회사에서는 사람 좋고 허허 웃고 다니는 모습에 나름 인품도 갖춘 분인 것 같았다. 실력도 좋다고 해서 라운딩 하는데 방해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은근 긴장하면서 한 타 한 타 진행했는데 그러다 정말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상황을 보게 되었다.
각자 다른 곳에 떨어진 공을 치기 위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본인의 채로 툭툭 드리블하듯이 공을 쳐서 안정된 곳까지 가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스스로 에이 설마 싶었다.
그런데 매홀 그렇게 진행하고 심한 경우는 1, 2 미터가 아니고 공의 방향을 재는 척하면서 발로도 치고 채로도 치고 거의 10미터 정도를 몇 번을 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래 머 한 번만 치면 되니까 싶었는데 이분이 또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할 때 마킹을 안 하고 공을 직접 잡으시면서 (중국은 퍼팅할 때 캐디가 마킹을 하고 공 방향을 봐서 놓아주는 편이다. 개인이 알아서 해도 되지만) 캐디랑 이야기하면서 라이를 보는 척하면서 공을 원래 거리 보다 30, 50cm는 더 앞쪽에 두고 치는 게 아닌가. 이것말고도 더 있었지만, 솔직히 이때쯤 되니까 나만 이상한 거야? 나만 지금 이 상황 이해 안 되는 거야? 하고 함께 치는 파트너들을 보면 다들 자기 치는 것에 집중을 한 건지 못 본 척을 하는 건지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용기가 없었다.
지금 머 하시는 거예요?라고 하기에는 관계가 틀어지면 서로 불편할 것 같기도 했고 구력도 짧고 실력도 좋지 못한 상황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 덕분에 나 혼자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표정은 무표정으로 겨우 견디면서 멘털은 이미 나가버려서 전체 홀을 그야말로 엉망으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이제는 이분하고는 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회식에서 간단히 식사만 하는데 그 와중에 또 잘난 체를 하길래 속이 정말 뒤집어졌다.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서 골프가 한참 재미있어질 때 스스로 가족과의 시간을 생각하면서 애써 관심도를 떨어뜨리고 있었을 때였는데 나만(?) 느끼는 이 사건으로 인해서 골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떨어지게 되고, 또 좀 더 신중해졌달까.
이기적이긴 하지만 파트너가 좋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내 맘도 안 좋고 불필요하게 공적인 업무를 할 때도 생각날 것 같아서 오히려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예전에 본 무협지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강호인이 되는데 중요한 것은 집안이나 사부가 아니다. 재능, 골격, 노력 보다도 바로 ‘인연’이다.
부디 골프를 주재원이 되어서 시작한다면 그래서 제한된 주재원 사회에서 지내야 된다면, 이상한 파트너를 만나 실망하거나, 그에게 함부로 화를 내거나 지적을 해서 나만 이상한 사람 되지 않도록 좋은 인연의 골프 파트너를 만나 함께 할 수 있는 복이 그대와 함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