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계속되는 업무의 연장
금일 만찬은 XX호텔 중식당입니다. 좌석배치도는 참조하시고 늦지 않게 참석 바랍니다.
흔히 받는 메일이다. 최근에 중국은 여러 가지 산업에서 주목을 받고 있고 특히 자동차 업계와 인공지능 AI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경쟁사 분석 혹은 산업 분석등을 목적으로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 때때로 한국의 한 팀 전체 인원이 순차적으로 와서 경쟁물품을 경험하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 주재원들은 일반 업무 외에 ‘의전‘이라는 업무에 노출되게 된다.
사실 본진의 VIP들이 오신다면 누군가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하게 된다. 업무 목적에 맞는 준비, 사전에 보고서도 미리 형태를 만들어 드리고, 움직이는 동선, 시간별로 현지 문화 체험까지 고려하고 더 나아가서 취향별로 음식을 정해서 식당을 미리 예약해 두고 술도 준비 하고 거기에 중국의 문화상 원탁 테이블의 자리도 사전에 준비해서 세팅을 해 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발변수나 VIP들의 마음 변화에 따라서 우르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정말 드라마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당연히 보고자료니 식사, 술자리 참석을 위해서 가족의 일정은 우선순위가 밀리고 몸이 조금 좋지 않거나 일이 많이 밀려있어도 그게 먼저고 인상 깊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게 중국 주재원의 삶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의전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반 실무를 위해서 출장을 온 경우는 협업하여 일을 해야 하는데 간혹 일보다는 중국을 즐기는데만 관심 있는 인원들이 있다.
한 번은 출장일정을 주말까지 하길래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하고 토요일 가려고 그러나 싶었는데 역시나 골프가 목적이어서 출장짐에 골프채까지 들고 와 평일에는 스크린골프를, 주말에는 필드에서 골프를 즐기고 가는 인원이 있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한다고 주재원 중에 골프 좋아하는 인원과 같이 즐기면 무엇이 문제인가 싶은데, 일에는 열중 못하면서 거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아름답지 않다는 것 외에도 주재원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배려하고 조치해 주는 게 현실이다.
또 어떤 경우는 주로 남성분들이지만 중국의 현지 음주 유흥문화에 대해 경험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 이전의 중국 경험이 있는 경우와 이래저래 풍문으로 들은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기대치를 다 채워 줄수는 없으나 그래도 출장을 오셔서 말도 안 통하고 이래저래 나름 불안 할테니 현지 주재원이 같이 가주는게 맞는듯도 싶은데 그게 생각보다는 곤욕이다. 본인들은 더 즐겁게 놀고 싶은데 ‘간단하게 회식은 1차만 하고 호텔에서 쉬시죠’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게 출장자들이 복귀하고 나서 본진에 좋지 않은 이미지의 내용을 이야기할 때 자신들이 불리한 건 당연히 뺄 것이고 ‘대응을 잘 안 해주던데요?’ 혹은 ‘대응이 잘 안 되는 친구더라고요’ 이런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게 주재원이다 보니 맞춰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이야 출장이지만 우리는 여기가 사는 곳이라서 이래저래 쉽지 않다. 와이프들도 말은 안 하지만 술 그만 먹어라 술 먹으러 주재원 왔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하고 간혹 새벽까지 있다가 들어가면 음주가무 문화를 다녀온 걸 알면서도 그냥 모른 체 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출장자는 어쩌다 한 번이지만 주재원들은 몇 번씩 자리를 해야 하니 금전적으로도 많은 부담이 되고 피곤함은 기본 옵션이다. (슬프지만 주재원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바 출근도 빨리 해야 하고 술독에 빠졌어도 안 그런 듯 태연한 모습이 MZ세대인 아직까지 미덕인 것처럼 이해되고 있다)
고달픈 생활이다. 그나마 술에 익숙한 세대, 익숙한 사람은 좀 다행인데 그러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배가된다.. 술 안 먹고 술자리 따라다니는 것도 그것도 쉽지 않다. 주재원 친구 중에 술 안 먹는 친구는 술자리마다 콜라는 마셨는데 그게 원인으로 고혈압에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이 왔다고 의사가 이야기하더란다. 웃으래야 웃을 수 없는 웃픈 이야기다.
그래도 출근해서 전날밤 음주와의 전투의 상흔이 남아 있을 때 말이라도 한마디 고맙다고 하면서 거기에 한국산 숙취해소제 툭 찔러주면 그 맛에 출장자들은 접대나 의전이라는 부담스러운 단어보다는 그냥 같이 즐거운 시간을 함께한 동지 같아 마음이라도 편안하다.
주재원들이여, 특히 미래의 예비 중국 주재원들은 미리미리 간 보호 잘하고 건강관리 잘해서 근무지역으로 출장 오시는 손님들을 잘 케어해서 돌려보내시기를 바란다. 혹시 아는가 간혹 들은 적이 있는 전설과도 같은 의전으로 VIP의 눈에 들어서 복귀할 때 주요 요직을 받아서 가는 누군가가 바로 자신이 될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