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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Aug 21. 2024

포기하면 행복하다.?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 비우기

이해시키려고 들지 말자. 이해를 하자.

중국에 대한 경영방식이나 제품개발에 대해서 간혹 나오는 문구이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나서 쓴맛을 보면서 중국의 현지화에 대해서 고민할 때 한 번씩 들을 수 있는데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라서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저 간단한 말이 중국에서 생활할 때는 얼마나 속이 터지는지 성격 급한 사람은 열불나서 한국으로 갈까라고 고민하는 걸 몇 번이나 들었다.

차라리 이해라는 말 말고 포기라는 말로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마음을 비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때가 많다.

중국에서 건강을 위해서 고민을 하던 중에 주변에 수영장이 있어서 아들과 함께 수영을 하면 어떨까 해서 회원등록을 하고 나름 만족하고 다니고 있었다.  나름 연태에서는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는 유명한 호텔에 별관으로 있는 수영장이었다.

시설은 한국의 그것보다는 좋지 못하고 수영장 내 질서도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다행히 외국인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아들이 제법 수영을 하는 편이라 코치님이 잘 챙겨주기도 해서 좋았다.

평일은 자주 갈 수 없었지만 그래도 주말에 아들과 같이 가는 그게 좋았는데 어떤 날은 아침에 문을 열지 않길래 연락을 하니까 수영장 바닥 보수 공사를 한다고 당분간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아니 그럼 공지라도 좀 해주지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한 일주일은 수영 못하겠네 생각하면서 그럼 언제 다시 오픈을 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오픈이 되면 알려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년 회원을 해 놨는데 그게 어떻게 이해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수영을 못하는 동안은 연장을 해 주겠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답신은 없어서 물어보니 다른 수영장을 다니라고 한다. 그곳에 이야기해 두었으니 가면 된다고. 다만 횟수권으로 변경해야 하는데 자기가 횟수는 많이 넣어 주는데 대신 언제까지는 다 써야 한다고.

집 옆이라서 아들과 같이 다닌 건데 모르는 곳에 가서 횟수권이 이렇고 이전에 수영장이 어떻고 설명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니 짜증부터 나고 3개월 정도 남아있어서 그냥 포기해 버렸다.


그래서 두 번째 수영장을 찾았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루트에 있는 수영장과 헬스장이 같이 있는 곳이었다. 지난번 보다 규모는 작지만 사람도 없어 보였고 그냥 가볍게 수영하는 건데 싶었고 자녀와 함께 하는 패키지도 있어서 1년을 등록했다.

낮은 곳의 수심이 좀 많이 낮긴 했지만 그냥 괜찮아 싶어서 다녔는데 갑자기 중국 방학 시즌이 되니까 수심을 낮춰 버렸다. 아이들 수영 배우는데 안전이 문제라는 이유였다.

그게 머 그리 큰일인가 싶겠지만 낮은 곳의 수심이 나 같은 경우는 자유형을 하면 바닥이 손에 닿아 버린다.

바로 가서 항의를 했지만 들어주지를 않았다. 자꾸 나보고 이해를 해 달란다. 나만 이상한 거구나. 생각했는데 단톡방에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중국 회원들도 너무 낮다 수영을 할 수가 없다. 등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수영장 측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해해 달라고만 하는데 성인들도 요금을 내면서 수영을 하는데 수영을 못하는 환경을 만들면 어쩌냐는 질문에 계속 이해해 달라고만 반복을 했다.

그럼 환불은? 저는 손이 바닥에 닿아서 수영을 할 수 없으니 그럼 환불해 주세요 하니까 그건 절대로 안된다고 해서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중국 회원들도 강하게 의견을 제시하니 수위를 조금은 높게 돌려놓아서 (그렇더라도 성인 남성의 무릎 위 허벅지까지 겨우 오는 정도) 이 정도로가 어디인가, 만족하자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며칠 지나자 다시 수심을 또 내려버렸다.

수심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서 제발 수심을 좀 올려달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회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러면 수영을 못한다. 물도 더럽다. 코치가 불친절하다 등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거기에 나도 슬쩍 한마디 더 거들었다.

‘수영장에서 머리카락이 자주 손에 걸려서 쓰레기통에 버린 적도 있어요 ‘  


그러고는 강퇴당했다.


하아. 아직 1년은 많이 남았는데 왜 강퇴시켰는지 나도 회원인데 하고 싶은 말은 한참있는데 싸워도 답이 나와야 싸우는데 이건 그냥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물장구나 치자고 포기했다. 주말에 아들 델고 같이 가면 입구 문을 열자마자 프런트데스크의 긴장도가 올라가면서 수군거린다. 한국인 한국인 한국인 왔어….  오늘도 그렇게 정신 수양하면서 살고 있다.


중국에서는 엮이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혼자 살 수는 없기에 이래저래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게 심각하거나 사람이 다치는 경우 외에는 이해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자. 그게 설령 본인에게 약간의 손해가 되더라도 시간낭비 줄이고 정신건강에 좋다.


특히 중국에는 방카(绑卡 ,  绑定卡片)라는 회원카드 같은 개념이 있는데 의미는 한국과 별로 다르지는 않다. 3개월, 1년 회원같이 회원 등록을 하거나 일정 금액의 돈을 미리 내고 (식당, 서비스업종등에서 2000 RMB를 내면 2500 RMB를 쓰게 혜택을 줘서 선금을 내도록 유도) 혜택을 받는 건데 너무 큰돈과 너무 긴 기간을 하면 예약이 어려워서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다거나, 환불은 절대 안 되고, 잔액을 다 쓰지 못한다거나, 특히 한국과는 달리 멀쩡해 보이는 업장도 중간에 폐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검증된 곳 말고는, 혜택 생각하지 말고 가급적  짧은 기간 혹은 사용할 때마다 내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이다.


좋은 사람도 많고 생활하기에 편리한 것도 많다. 하지만 갈등상황에서의 중국은 엄연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기에는 다소 이해가 안 되는 결말이 생각보다 많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그런 의식까지 높아진다면 정말 중국은 무서운 나라가 될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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