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이 푸투오사(普陀寺 Pǔtuó Sì)
중국 광둥성(广东省 Guǎngdōng Shěng) 남단, 마카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항구 도시 주하이(珠海 Zhūhǎi). 흔히들 이곳을 해변과 쇼핑, 혹은 마카오 입국 전 하루 코스로 생각하지만, 이 도시 외곽의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불심의 명찰 하나가 우뚝 서 있다. 바로 푸투오사(普陀寺 Pǔtuó Sì), 남방불교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대표적 사찰이다. 사실 이 사찰은 내 여행 리스트에 없었다. 하이킹 겸 주하이 봉황산 등산로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큰 기대 없이 발을 들였지만, 입장료도 없고, 생각보다 큰 규모, 그리고 법당의 엄숙함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불교 유물의 다양함,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고요함은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들었다.
관음성지의 현대적 계승, 푸투오사
‘푸투오사’라는 이름은 중국 4대 불교 성지 중 하나인 절강성(浙江省)의 '푸투오산(普陀山 Pǔtuó Shān)'에서 유래했다. 원래 이곳은 관세음보살(观世音菩萨)의 도량으로, 중국 불자들에게는 성지로 여겨진다. 주하이 푸투오사는 이 정신을 계승해 1998년에 중건된 비교적 최근의 대형 사찰이다. ‘현대적’이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오히려 정교한 목조건축, 전통 양식의 지붕, 웅장한 석탑과 조각들은 깊은 역사성과 신앙심을 담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 가람
푸투오사는 전통적인 사찰 배치를 따라 지어졌지만, 남중국 특유의 기후와 산세를 고려해 설계된 자연 친화적인 구조가 인상적이다. 산세에 맞게 건물들이 숲 속에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자연 속 명상터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입구를 지나면 좌우로 불교 박물관이 배치되어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불교의 역사와 유물 전시가 진행 중이었고, 관람료 없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특별 전시가 열릴 경우에는 요금이 있을 수도 있지만, 평소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산문을 지나서 위쪽으로 천왕전 -> 보광명전 -> 삼성보전 -> 오시보전 순서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사찰은 명청식 전통 양식을 본떠 만들었고, '푸투오산(普陀山 Pǔtuó Shān)' 성역을 1:1 비율로 재현하려고 한 점이 특징이다.
1. 입구 – 천왕전(天王殿)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건물은 천왕전이다. 이곳은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사천왕을 모시는 전각으로, 웅장한 문을 지나면 그 뒤로 본당들이 이어진다.
2. 보광명전 (普光明殿)
화엄경에 나오는 우주와 중생의 존재를 하나로 아우른다는 화엄사상의 화엄삼존 (비로자나불, 문수, 보현)이 있는 핵심전각이다. 화엄삼존을 조금 더 이야기해 보면 중앙의 비로자나불은 우주의 근본 법신을 나타내고 왼쪽의 문수보살은 지혜를 통한 깨달음, 오른쪽의 보현보살은 깨달음의 실천을 의미한다.
3. 삼성보전 (三圣宝殿)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서방 극락정토(極樂淨土)의 세 성인인 서방삼성 (아미타불, 관세음보, 대세지보살)이 봉안되어 있는 건물로 극락정토와 관음 신앙의 중심 공간이다
4. 오시보전(五时宝殿)
가장 뒤쪽에 위치한 최상부 대형 전각 건물로 석가여래의 오시설법을 주제로 좌우로 실제 스님들이 기거하는 공간들로 함께 배치되어 있어서 웅장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 외에도, 수행자와 참배객이 함께 채식 공양을 나누는 오관당(五观堂), 공덕을 기리고 기도하는 공덕당(功德堂) 등 다양한 전각이 조용히 방문객을 맞이한다. 산책하듯 천천히 둘러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푸투오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실제 스님들이 수행하고, 불자들이 기도하는 살아 있는 도량이다. 주하이 시민들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온 방문객들도 이곳에서 고요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복을 기원한다.
주하이는 해안 도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해양 테마파크, 진완 예술센터, 어부 소녀상, 인터내셔널 서킷 등 현대적 명소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푸투오사는 이 도시가 품고 있는 또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비록 1998년에 지어진 현대 사찰이지만, 그 안에는 전통과 영성, 자연과 건축, 신심과 고요함이 완벽히 어우러져 있다.
혹시 주하이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그렇다면 주하이의 관광 명소와 함께 잠시 몸도 마음도 힐링하며 쉬어 갈 고 싶다면 푸투오사는 마음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는 곳이며 혼잡한 일상과 떠들썩한 관광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사찰을 방문할 때도 그렇지만 불자가 아니거나 불심이 없더라도, 그 공간의 깊이와 고요함은 누구에게나 울림을 줄 수 있기에 조금 남들과 다른 주하이를 느끼고 싶다면 반나절 정도 투자 해 볼만하다.
[방문 정보 요약]
- 위치: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 향산구
- 명칭: 푸투오사(普陀寺) / 보타사 / 푸퉈사
- 입장료: 무료
- 추천 시간대: 오전 9~11시, 햇살과 향이 가장 고요한 시간
- 교통: 주하이 시내에서 택시 또는 버스로 약 20~30분
[기타 팁]
- 카메라 셔터는 조심스럽게 (실제 수행 중인 스님이 계심)
- 짧은 반바지, 민소매 복장 자제
- 향은 현장에서 구매 가능 (무료 제공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