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지고 싶은 중국부자 어디좀 없을까
진짜 부자는 티를 내지 않는다
이전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갑자기 퇴사한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로또 맞았냐?” 하고 농담을 던졌는데, 그는 시골에 내려가 아버지 일을 잇는다고 했다. 농장이나 자영업을 하려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견 제조업체의 2세였다. 조용히, 묵묵히 일 잘하던 그 친구가 사실은 부자였다니. 그때 깨달았다.
진짜 부자는 티를 내지 않는다.
그 친구가 내가 한국에서 직접적으로 알고 지낸 사람 중 가장 ‘부자’의 대열에 있던 인연이었다.
한국에서 부자는 ‘남의 일’
한국에서 살다 보면 부자를 만날 일이 많지 않다.
‘부자는 부자끼리, 재벌은 재벌끼리 논다’는 말처럼, 보통 회사원이 상류층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는 드물다. 하지만 중국에 주재원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회사의 지원 덕분에 한국보다 더 좋은 집에 살고, 아이들도 국제학교에 다니게 된다. 생활 수준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간다. 급여적인 측면도 한국에서보다는 좀더 높게 받을수 있다.
대도시도 그렇지만, 연태 같은 중소도시는 특히 한국 주재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여유 있는 환경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상 혹은 생활 속에서 중국의 부자들과 엮일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깨닫는다. 중국엔 상상 이상 스케일의 부자들이, 그것도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는 걸.
전용 비행기가 있는 대표
어느 날, 업무 미팅 후 저녁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계약 상대 회사의 대표가 나왔는데,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아저씨 같았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산 규모가 어마어마했고, 전용 비행기도 보유 중이었다. 심지어 여자친구도 지역별로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엔 중국식 허세겠지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진짜다”라고 하자 나도 모르게 술잔을 두 손으로 들게 됐다. 공항 VIP 라운지를 이용하고, 글로벌 지사를 세우거나 건물 하나 짓는 것도 단지 지시 한마디면 되는 그런 수준. 영화에서나 보던 삶이 눈앞에 펼쳐졌다.
탕핑족 + 금수저 = 진짜 한량
또 다른 부자는 우리가 자주 가던 바(bar)를 운영하던 젊은 친구였다. “따거~” 하며 반갑게 인사하던 그는 알고 보니 ‘탕핑족’에 부자 아버지까지 더해진 인물이었다. 탕핑(躺平)족이란 ‘드러눕는다’는 뜻처럼 경쟁이나 출세보다 자신의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한국으로 치면 욜로(YOLO)족과 비슷하다.
형식상 가게를 운영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술 마시고 놀고 사진 찍고 SNS 활동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가게도 매일 열지 않고, 위챗으로 “오늘 오픈해요~”라고 공지한 뒤 손님이 오면 술 돌리고 음식도 서비스로 나간다. 친구들이 오토바이나 고급차를 타고 와 주차장에 가득 세우고, 그 공간을 자기들만의 아지트처럼 쓴다. 계산을 하려 하면, “오늘은 그냥 먹고 가~ 다음엔 바닷가에서 같이 마시자~”라며 쿨하게 쏘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괜히 미안해서 더 자주 가고, 술도 더 시키고, 담배나 작은 선물도 챙겨줬다. 그렇게 친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졌다. 그 친구는 순수하게 한국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다. 친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대접도 하고 같이 먹는 술도 쏘는게 가능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많으니까.
중국은 넓고, 부자는 많다
중국에는 진짜 부자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런닝셔츠에 슬리퍼 차림으로 마이바흐를 모는 아저씨, 생선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잠옷 차림으로 포르쉐에 오르는 아주머니. 이게 중국이다.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到贵州不斗酒,到了山西不斗富”
귀주에선 술 자랑하지 말고, 산시(山西)에선 부 자랑하지 마라.
여기에 나는 한마디 더하고 싶다.
“중국에선 그냥 조용히, 겸손하게.”
물가가 싸다고 펑펑 쓰는 건 개인 자유지만, 돈 자랑하거나 남을 무시하는 발언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주재원은 회사의 지원 덕분에 본인의 실제 경제력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 살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현지인을 얕보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특히 연태처럼 한국인이 많은 지역에는 한국어를 알아듣는 중국인도 꽤 많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한 ‘현지인’이 아니라, 고학력 + 부자 + 글로벌 감각을 지닌 젊은 중국인일 수 있다.
잘 지내면 인생이 바뀌는 중국 인맥
굳이 부자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연히 알게 된 중국 친구가 부자라면, 그 인연을 잘 이어가 보길 권한다. 나중에 인생의 귀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딸의 친구가 알고 보니 엄청난 부자 집 자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맥 잘 쌓아라”는 말을 하게 되는 부모의 마음도, 현실적으로는 스스로 그럴만 했다고 생각하게된다.
이렇게 생활을 하면서 억지로 관계를 만들기보다, 주재원이라는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부자가 되면 당연히 좋다. 어느 나라든 돈 많아서 나쁜것 보다는 돈이 많지 않아서 불편한게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진짜 부자와 친한 숑디(兄弟, 형제)가 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중국은 넓고, 사람은 많고, 부자도 많다. 그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겸손한 태도와 진심, 그리고 관계를 맺는 자세다.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다가오는것을 너무 경계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