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일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날이다. 1일이 되는 날은 딸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쫓아와서 용돈을 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그런 누나를 보면서 아들 녀석은 인상을 구기며 쳐다본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잠시 휴대폰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각자 용돈을 계좌이체 시켜주었다.
"띠링!" "띠링!"
아이들의 각자 휴대폰에 돈이 입금되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딸은 매번 같은 금액을 받으면서도 꼭 확인을 한다. 마치,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입금해 주길 바라는 눈치 주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아들은 확인도 안 하고 그저 묵묵히 먹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호연아, 오늘은 네가 아침 설거지 좀 해줘라. 누나 조금 일찍 나갈게."
딸은 밥을 거의 마시듯이 해결하고는 그릇을 설거지 통에 넣으며 말을 했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아들은 마치 복서들이 상대의 주먹을 피하자마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속도처럼 빠르게 대꾸하며 소리쳤다.
"왜! 내가 왜! 네가 해! 아침에는 네가! 저녁엔 내가 하잖아!"
입에서는 밥풀이 튀어나오고, 얼굴은 빨개져서 씩씩대고 있었다. 아들의 그런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딸은 동생의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고 머라고 대꾸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표정이 안 좋은 상태로 동생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멈췄다.
아들이 화가 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로 용돈의 금액이 다른 이유 같았다. 그래서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누나가 더 많이 받아서 그러냐고. 역시나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누나는 중학생이라서 더 많이 받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기도 용돈 모아서 사고 싶은데 언제 모을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누나는 너보다 조금 더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니까 좀 더 주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너보다 설거지도 많이 하고, 고양이 화장실도 청소해주지 않느냐고. 빨래와 청소도 도와주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했다. 아들 녀석은 집안일 도우라고 하면 한숨부터 쉬기 때문에 일부러 더 부풀려서 이야기를 했다.
아들 녀석 눈가에서 분노와 서운함이 섞인 눈물이 맺혀 보였다. 아마도 자기 생각에는 누나랑 자신이랑 집안일 돕는 것에 별반 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수긍은 했지만 서운함은 어쩔 수 없어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알고 있다. 어느 누가 용돈을 다르게 받으면 기분이 좋을까?
아내가 하늘로 떠난 후, 아이들에게 항상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집안일을 셋이서 함께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빠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들은 없다."
나는 일부러 용돈을 딸에게 조금 더 많이 준다. 더 용돈을 받는 만큼 집안일을 돕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조금 적게 주는 것은, 집안일을 잘 안 도우려고 하는 모습 때문이다. 용돈을 더 받기 위해서는 집안일에 좀 더 적극성을 보이고, 많이 도와라. 그렇게 하면 똑같은 용돈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아이들 용돈을 차별해서 주는 모습. 마치 작은 중소기업의 못된 고용주가 된 기분이다.
나도 아내를 만나기 전의 직장에서는 비정규직이었다. 그때 나도 아들과 똑같은 경험을 했다. 정규직과 하는 일은 크게 차이가 없는데 급여는 1.5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형들의 정규직을 모집하면 너는 바로 채용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힘들어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의 말을 믿고 차별당해도 참았다. 얼마 후,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나는 지원을 했지만, 인사과장의 조카가 정규직으로 바로 입사를 했다. 그저 딱 한 가지 인맥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일부러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바로, 예고도 없이 퇴사를 해버렸다. 일부러 골탕을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아들 녀석이 화가 안 풀리면 문제가 생긴다. 자기 누나와 별것 아닌 일로 얼마나 싸울 것인가. 그리고 서로 집안일을 미룬다면? 퇴근 후 설거지 가득한 주방과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지 않아서 나는 냄새 가득한 집안. 먹고 치우지 않은 식탁과 거실에 어질러진 물건들. 상상도 하기 싫다. 아들의 화를 풀어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며칠 전부터 유심히 보던 게임용 마우스를 주문했다. 그리고 아들에게만 따로 불러서 보여주며 말했다.
"용돈 대신에 아들, 너만을 위한 선물이야. 그러니 기분 풀어. 응?"
"응."(기분이 바로 풀리지 않는 표정을 지으려 하는 것 같지만, 주체할 수 없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아들이 자신의 화를 주체 못 하고, 누나에게 시비를 걸어서 싸우면 안 된다. 만약 둘 다 파업에 들어가면 집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것만은 절대로 안된다.
부모로서 차별하고 싶겠는가. 그저 약간의 작은 경쟁심리를 이용하고 싶을 뿐인데,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알려 주고 싶기도 히다. 모든 일은 자신이 적극성을 가지고 달려들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비록 내가 약간의 미움을 받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