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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24. 2024

초등학생 아들의 공개 참여 수업.

아이의 성장한 모습에 내가 평가받는 듯한 기분.

 같이 살을 부딪히며 살고 있기에 몰랐다. 매일 보는 모습의 익숙함 때문에 더욱더 그런 듯하다. 아이가 내적으로 외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었는데, 나는 제자리 챗바퀴 돌듯 살고 있어서 못 느꼈나 보다. 낯선 장소에서 보니 훌쩍 커버린 나의 아이 모습. 왠지 모를 가슴 벅참이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했다.


아들의 공개 수업 참관 수업에 가보기로 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한 번도 참관해보지 못했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를 이유로. 사실은 엄마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질까 봐 피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은 눈에 불똥을 튀기면서 꼭 오라는 아들의 협박에 회사에 점심에 출근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아들의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아파트 단지만 벗어나면 바로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보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학부모들이 보였다. 마치 학부모들이 등교를 하는 것만큼 많이들 참관하러 왔다. 학교에 들어가서 아들의 교실로 이동 중, 쉬는 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이 자신들의 부모님을 찾고 있었다. 그중에는 벌써 만나서 엄마를 안고 어리광 부리는 아이들도 보였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고, 아들의 교실에 거의 다 왔을 때쯤이었다. 저 멀리서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시울이 빨개져서 달려오는 아들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나올까 봐 꾹 참고 안겨 오는 아들을 안아주었다.


 아들의 국어 수업이 시작되었고, 학부모들은 교실 뒤편에 서서 아이들 수업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각자 개성이 다른 모습. 목소리 큰 장난 섞인 말투의 아이, 발표에 적극적인 아이. 약간은 조용하며 소심한 아이 등.

 나를 포함한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나도 아들을 학교에서 보니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그저 집에서 항상 어리광만 부리고, 장난만 치는 개구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목소리도 높이고 적극적으로 수업을 받는 모습에서 사회성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날즈음 에는 여학생, 남학생 대표로 편지를 쓰고 발표하는 것도 자신이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편지로 쓰는 주제의 편지를 쓰고 발표했다. 아들의 발표 내용에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발표에 아들의 편지 내용 중 반복 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 때문이었다.

"비싼 한우와 회는 자주 안 사주는 짠돌이 아빠지만, 여행을 자주 데리고 다녀서 감사합니다."

 라면서 몆 번이고 짠돌이 아빠라는 것을 강조했다. 웃음끼 가득한 말투로 마치 랩을 하듯 쏟아내니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웃고 난리였다. 발표가 끝나고 선생님은 발표 속 주인공을 찾았다. 얼굴이 빨개져 손으로 가리고 있던 나는 교실 안의 모두에게 짠돌이라는 걸 들키고 말았다.

 수업의 마지막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들이 단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아들이 달려오길래 꿀밤을 먹이며 한마디 했다.

"야이~ 개시끼야. 아빠 창피하게.  ㅋㅋ"


 나에게 낯선 장소에서 항상 함께 생활하는 아이를 보니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잘 키우고 있다는 뿌듯함. 잘 자라고 있는 아들에 대한 고마움. 알 수 없는 가슴 벅참.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참관 수업이었다.


마치 아들의 수업받는 모습을 보며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받는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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