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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Nov 12. 2024

마라탕을 먹어 보았다.

편견과 고집에서 벗어나기.

 주말이면 아이들과 배달 음식을 먹거나 외식을 한다. 평일 동안은 되도록이면 집밥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간단히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래도 되도록 냉장고의 할머니가 해주시는 반찬이 영양가 있다는 생각. 그리고 스스로 상을 차려 먹어 바다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어찌 부모 마음처럼 아이들이 움직여줄까? 줄어들지 않는 반찬. 밖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용돈이 떨어져야 냉장고에서 꺼내어 먹는다. 그러니 주말이 되어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면 다양한 메뉴를 이야기한다. 특히나 자극적인 맛의 음식들.


"마라탕!"

"마라탕!"

두 녀석이 미리 약속이나 했는지 무엇을 먹고 싶냐는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했다.

"아빠는 별론데..."

 마라탕이라... 나는 요즘 흔히 말하는 맵찔이다. 닭발 소리만 들어도 코에 땀이 맺혀 버린다. 그리고 중국 음식의 향신료에도 비위가 약하다. 냄새만 맡아도 음...

 그것 말고도 마라탕을 싫어하는 이유는 기름 덩어리로 육수 만드는 장면의 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여러 재료들을 추가해서 즐기며 먹을 줄 알아야 요즘 유행을 따라갈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반 강제적으로 마라탕을 이 정도는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싫었다. 그래서 먹어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꼭 먹어야겠어? 하..."

"아빠가 그랬지? 먹어 보지도 않고 이야기하지 말라며."

"..."

 아들이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대답 못하는 내 얼굴을 보고는 딸이 이때다 싶은 듯 바로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빠! 가자! 맛있다니까!"


음식점에 도착해서 들어서자마자 고수향과 같은 여러 향신료가 코를 마비시켰다. 아이들은 신이 난 듯 작은 집게와 냄비를 들고 능숙히 자신이 먹고 싶은 재료들을 담았다. 나도 눈치껏 따라서 담으며 진열되어 있는 재료들을 보니 종류가 어마어마함에 놀랐다.

 그렇게 재료를 각자 냄비에 가득 담고는 계산대에 가서 조리를 부탁했다. 아이들은 매운맛의 단계를 떠들며 골랐지만, 나는 맵찔이니 당연히 제일 밑에 단계를 요구했다.

"제일 안 매운 단계로 해주세요."

"우리 아빠 맵찔이예요."

딸이 놀리듯 웃으며 이야기했고, 계산하던 아가씨도 같이 웃었다.

 

 조리가 끝나고 다 같이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맵고 뜨거워서인지 후후 소리를 내며 식히면서도 빠르게 마라탕을 줄어들게 했다. 나도 천천히 먹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옥수수 면발과 넓적 당면이 어우러져 다양한 식감을 주었고, 여러 해물과 고기 재료들은 더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점점 손이 빨라지는 내 모습을 보더니 아들 녀석이 한마디 했다.

"맛있지? 그렇지? 이제 아빠도 같이 먹는 거다~"


 경험해 보지 않고 내가 스스로 만든 선입견.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고만 생각하며 아이들이 함께 먹자고 할 때마다 거부했던 고집. 모든 것이 무너졌다. 오늘도 아이들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느새 나만의 고집과 편견이 생겨버렸다는 것을.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려면 빠르게 경험해 보는 것이 최우선이다. 물론 모든 것이 좋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의 선입견과 편견, 고집 때문에 시도조차, 도전조차 하지 않는 다면 놓치는 즐거움이 더욱 많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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