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전화가 걸려온다. 또 무슨 이유로 삥을 뜯으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빠! 민지가 나한테 머라고 했는 줄 알아?"
또 시작되었다. 딸은 친구들과의 갈등이 생길 때면 전화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면 적당히 잘 듣고 있다는 대답을 하면서 들어야 한다.
"응. 그래서?" 혹은 "나쁜 친구네. 아빠가 전화할까?.", "진심이 아닐 거야."
이런 대답들로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들어준다. 처음부터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었다. 일하는데 바쁜데 전화통화가 쉽지 않았고,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른인 내가 끼어드는 것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예전에는 딸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면 조언을 한답시고 설교를 했었다. 우리 딸아이가 이기적이게 굴었던 부분이 있으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딸 친구가 너무 했다고 생각이 들면, 딸에게 먼저 이해하려 하고 용서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어린아이들은 언어 표현, 감정 조절도 아직 서툴기에 서로의 오해로 인해 싸우고, 화해하며 절친한 사이가 되어갔다. 굳이 어른들의 조언보다는 직접 친구들과의 부딪히며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 효과가 크다.
그래서 딸의 친구들과의 관계에 투덜거리며 이야기를 꺼낼 때면, 일단은 내 딸아이의 격해진 감정 상태를 가라앉히는데 우선시한다. 그저 들어주는 것. 경청. 그리고 누가 머라고 해도 아빠가 있으니 안심하라고, 무조건 편들어 주기다. 그렇게 상대 친구 욕도 살짝 같이 해주며 잠시 이야기를 들어주면, 금세 안정을 찾는다. 이것이 바로 요즘 중2병이라는 사춘기의 소녀를 상대하며 배운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나에게도 필요하다.
나는 열심히 사는데 주위환경이 괴롭게 만드는 것 같고, 누구 하나 내편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다. 한 가정의 가장이니까. 지치고 힘들어하면 안 된다며 조언이랍시고 잔소리를 한다. 가장들은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