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아이는 수학 점수는 20점.
회사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무시하고 다시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하도 스팸 메시지와 전화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울리던 전화가 멈추고 나서 문자가 하나 왔다. 우리 딸의 보충 수업을 해주는 담당 교사라는 것이다.
이전에도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우리 딸이 유독 수학을 못 따라온다는 것. 그래서 수업 후 보충으로 30분? 정도 따로 수업을 조금 진행하는 게 있다고 신청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부모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전화통화를 했었다. 내 생각에는 간단하게 조금 못 따라온다는 생각을 했지만, 보충 수업을 해주는 담당 교사의 전화는 집에서 아버님이 좀 많이 봐주셔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아이들의 공부에 열성적으로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부 잘한다고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어하는 공부 억지로 시킨다고 잘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자신이 정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늦은 시기에 시작해도 의지만 있다면 잘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아이들 공부보다는 건강이 우선! 체육관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 전화를 두 번씩이나 받고 나니 그리 심각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딸도 눈치가 있는지 나의 기분을 살피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번 우리 딸이 얼마나 수학을 못하길래 그러는지 한번 테스트를 해보았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엄빠가 되어서, 공부보다는 건강이 우선, 이라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너무 심각한 수준이었다. 솔직히 이런 글을 쓰면서 우리 딸의 흉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신경을 너무 쓰지 않았던, 나 자신이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온다.
잠시 너무나 놀란 나의 표정과 함께 딸아이는 자신도 창피한지 울상을 지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나도 잘한 것 없는데, 어찌 그 정도로 수학을 못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 딸에게 상처가 될 말을 했는지에 대해 매우 미안할 말들을 내뱉었었다. 코로나로 원격 수업만 한참 했었을 때 신경을 조금 써주었어야 했던 건가? 퇴근 후 조금이라도 공부를 봐주면 되었던 건 아니었던가? 하는 죄책감, 아이에게 상처가 될만했던 말들을 내뱉었던 그때..
그때 엄빠인 나는 그냥 우리 딸을 믿어 보기로 했다. “아빠가 너에게 잘하라고는 안 할게, 선생님이 걱정된다고 하지만 않을 정도까지만 천천히 노력해 보자, 모르는 건 아빠 퇴근했을 때 물어보고..” 딸은 할 말이 없지 않은가? 부모인 우리들도 학교에서 전화를 받게 하면 집에 가서 얼마나 부모님에게 미안했던가? 그런 걸 생각하니 지금 앞의 딸의 마음도 그럴 것 같아서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요즘처럼 빠르게 세상이 변해가는 세상에서 지식이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배워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AI의 발전으로 없어질 직업이 수많을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세상이고, 필요한 정보 습득은 검색만 하면 알 수 있는 세상, 수학의 계산 또한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해보았다.
나는 아직도 해답을 찾는 중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자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바로 이럴 때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우선 나부터 그렇게 배우고 행동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지식, 인성, 사회성, 이런 모든 면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해 가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