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늦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나는 늦잠을 자는 건 전날 술을 실신이 되도록 마시지 않는 이상, 주말이라고 늦게 일어나는 게 7시다. 일찍 일어난 날은 어김없이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하게 운동복을 입은 뒤 공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주말이라고 위장을 행복하게 해 준 음식과 술을 먹은 나에게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하여 5km 러닝으로 일요일을 시작한다.
한참 러닝중일 때 아이들에게 전화가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다. 그것은 즉, 아이들이 일어났는가 아직 자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해 준다. 러닝을 하는 순간만이라도 무념무상으로 내 호흡과 몸상태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나는 엄빠라는 생각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이 녀석들 일어나서 밥은 챙겨 먹었나?’
‘일어나자마자 이빨도 안 닦고 게임만 하고 있는 거 아닌가?’
‘국 데우고 해서 먹어야 하는데... 불 조심 해야 하는데.’ -> 큰딸이 혼자 라면 끓여 먹다가 허벅지에 화상을 아주 크게 입어서 화상병원을 다닌 적이 있어서..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어떠한 운동이건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서 머릿속을 비우고, 그로 인해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인데, 참 혼자서 육아를 하다 보니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에이~ 모르겠다~” 하고는
‘게임 좀 실컷 하면 어떤가, 주말인데.’
‘그 이빨 좀 안 닦으면 어떤가, 내가 가서 닦으라고 하면 되지.’
‘다치는 것도 경험인데, 머 조심하겠지.’
‘밥 안 먹었으면 어때, 내가 가서 차려서 다 같이 먹는 거지 머.’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해 버리니, 마음이 편해졌다. 미리 걱정거리 없게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맞기는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은 나를 망치기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