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소통하고 대화가 통하는 엄빠 되기.
일을 한참 하고 있는 도중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를 보니 시간이 체육관 차를 타야 하는 시간이었다. ‘학원 잘 가고 있다고 알려주려고 전화를 한 건가?’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목소리에서는 MBTI가 극 E인 딸의 목소리가 기운이 없었다.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한 것이 분명했다. “아빠... 학원 가요...” 또 무슨 일인고 하고 “목소리가 왜 그래? 머야? 말해봐 봐.” 대답하니, 방언 터진 듯이 말을 정신없이 해댔다. “애들이~ 나랑 손절하다 그러잖아~ 머, 그 친구들은 그렇게 친한 친구 아니니까~ 그래라! 하고 말했어. 그런데 그 친구들이 또 나랑 같은 반 친한 친구들한테 가서 내 욕했나 봐~” 막 이러면서 친구와 있었던 일과 험담을 나에게 정신없이 쏟아 냈다.
딸이 나에게 이런저런 수다를 잘 떠든다. 나는 항상 그걸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내 주위 형님들 중에도 나와 같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분들이 좀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쯤부터 방문을 닫고 지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춘기가 일찍 와서 그런 것 같다면서, 그런 거리감을 두는 것에 대해서 그 나이 때 여자아이들은 그런가 보다 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분명 아이보다는 그 형님들이 문제라고 생각을 했다. 거리감을 둔다는 것은 대화가 안 통한다는 건데, 그 소통이 안되도록 만든 것은 분명 아이의 성장과정 중 발생하는 사춘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형님들이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점 과 어렸을 때는 분명 “아빠~ 하고 이러쿵저러쿵.” 하던 시답잖은 이야기도 들어주었는데 조금 자랐다고 대충 대답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는 아빠와 점점 대화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고 지내게 되어 버린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도 혹여나 그런 엄빠로 멀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너무나 외로워 것 같았다. 나와 이야기를 나눠주던 친구였던 아내도 없다. 집에 가족이라고는 우리 아이들 뿐인데, 벌써 문 닫고 지내버리면 나는 외톨이가 되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요즘 관심사인 연예인, 게임 등에 시간이 날 때 조금 시간을 내서 알아본다. 공감대 형성이 일단 되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런 노력이 조금은 통했는지 방금과 같은 자기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우리 딸에게 고맙다. 엄빠인 나와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 아닌가? 딸아이의 추억 속에 이야기 잘 들어주고 대화도 통하는 엄빠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다.
통화 중 떠들고 있는 우리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빠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체육관 차가 도착했는지 딸아이는 이제 전화 끊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끊어진 전화기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딸아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 하는 고민에 또 빠지기 시작한다.
학원차에서 내렸다는 카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리고 이내 딸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응~ 다치지 않고 운동 잘했어?”라고 말하자, 괜히 걱정시키려고 하는지 아까 보다 더 죽어가는 목소리로, “기분이 안 좋아서~ 그냥... 그래...” 하고 대답을 한다. 속으로 연기가 점점 늘어 가는 구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상처 주거나 나쁜 행동을 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괜히 사이 안 좋은 친구가 험담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친구와는 저학년 때 단짝이라고 붙어 다니던 친구인데, 언젠가부터 자신과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 딸아이의 이야기에 네가 정말 그 친구나 다른 친구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만들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 친구들 무시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딸, 너에게는 언제나 니 편인 아빠, 동생이 있어. 그리고 남의 말에 휘둘리면서 너를 나쁘게 바라보는 친구들이 정말 네 친구가 되었으면 해? 너를 직접 오래 겪어보지 않고선 남의 말에 휘둘리는 친구라면 진짜 친구 하면 위험해. 자기들끼리도 뒤에서 서로 욕하면서 또 싸울걸? 그런 친구들이 옆에 있으면 싫지 않겠어? 너에게는 진짜 단짝 친구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야.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너를 믿어주는 그런 친구를 꼭 만날 거야.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니까, 그런 친구들은 무시하고, 버려~!”라고 장황하게 전화기를 통해서 연설을 했다. 그랬더니 딸의 대답은 “올 때 비타 500 하고 초콜릿 사다 줘. 밥 먹고 샤워랑 이빨도 닦을게.” 약간 이해한다는 듯하면서, 투덜거리는 말투로 대답을 했다. 아마 알아 들었을 거라 믿는 수밖에..
엄빠가 초등학생 고학년 아이와 공감하며 소통하고, 또는 조언을 해주어야 할 때가 있다. 우리 아이들도 자식으로 태어난 게 처음이겠지만, 아빠도 엄빠로서 부모가 처음이라 최고의 대답과 행동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엄빠는 최선이라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