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만난 노 부부

만약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우리도 저렇게 함께 오래 할 수 있었을까.

by 끄적쟁이

엄빠가 되고 나서 변한 것 중 하나가 있다. 그것은 나의 머릿속에 평소 생각하는 여러 가지 방들이 있었는데, 하나 더 늘어났다. 전에는 재테크, 자기계발, 운동계획, 등의 방이 있었다면, 새로 생겨난 방은 바로 주방 살림이라는 방이다. 이 방은 다른 방과 비교해 크기보다는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방이다.


매 순간 냉장고의 상태는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챙겨 먹을 수 있도록, 꺼내기 쉽고 좋아하는 것들을 앞쪽 낮은 위치에 놓았는지, 상하는 음식 순서에 맞게 먹이고 있는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 이 주방이라는 방 때문에 퇴근할 때면 마트에 들러햐 하는 일이 아주 많은데, 평일 술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기에 되도록 평일에 마트를 가지 않고, 주말에 장을 몰아서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주말, 장을 보고 있었을 때였다.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목록을 바라보면서 몇 번이고 체크를 하면서 카트에 물품을 넣고 있을 때였다. 그때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산 코너에 회가 보였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아이들 회를 좀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빠르게 이동했다. 광어와 우럭이 아주 “나 이쁘게 썰려 있으니 데려가세요~”하고 가지런히 담겨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녀석으로 담을까 하고 이리저리 뒤적이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하나를 집어서 자신의 장바구니에 담으시는 한 할머니가 계셨다.


“머여? 회? 회는 직접 가서 먹어야지~ 멀 담고 그랴?” 하고 그 장바구니 뒤에 한 할아버님이 투덜거리면서 할머니를 쳐다보고 계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머니는 할아버지 말씀은 안 들린다는 듯이 옆에 생고추냉이를 하나 또 담으셨고 할아버지에게 손으로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하고는 할아버님 말은 무시한 체,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빙긋 웃으시고는 돌아서서 주류 쪽으로 가셨다. 나도 빠르게 2개를 담고는 문어숙회도 1개 더 담고 주류 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아까 마주친 노부부가 계셨는데 쳐다보고 계신 쪽은 약주 종류 였다. 할아버님은 장바구니를 뒷짐 지듯 들고 계셨고 할머님은 두 손을 모아 어떤 술을 담을까 눈이 가는 곳으로 손도 따라 움직이고 계셨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 두 분이 손을 잡고 있으신 것 같이 보일까? 할머니의 손과 눈이 가는 곳에 할아버지 눈도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니 마치 손을 뻗어 같이 고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두 분이 함께한 세월 동안 만들어낸 그림 같은 모습? 마치 CF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았다. 그 아름다운 두 분의 모습을 잠시 감상을 했다.


마트에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며, 운전을 하는 동안 계속 그 두 노부 부분이 자꾸 생각이 났다. 나와 아내도 다른 사람이 바라보았을 때 저런 모습이었을까? 입으로 다 말하지 않아도 함께 고르고 있고, 투덜거리면서도 서로를 위해 조금 양보를 하면서 맞춰주면서 살아가는 애틋한 부부로 말이다. 만약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우리도 저렇게 머리가 흰색으로 변하는 시간이 흘러도, 마트에서 소소한 데이트를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나는 분명 흰머리가 되어도 아내 뒤 꽁무니만 따라다니면서 언제 끝나나.... 투덜거리면서 따라다녔을 것 같다. 아내 뒷모습을 보면서 따라다니는 것 또한, 엄청난 행복이었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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